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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정신병동 이남규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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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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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번엔 어땠어요? 괜찮았어요?'라는 별것도 아닌 말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고 치유를 받는지, 그래서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된다는 것을 저 말고도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남규 작가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가슴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연출 이재규, 극본 이남규)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박보영과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장률, 이이담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정신병동 안팎의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마음의 상처를 담은 이 작품은 기존의 편견을 깨부수는 사려 깊은 이야기와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세심한 연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되어 무해한 매력을 발산한 배우들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지난 3일 공개 이후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평과 지지를 얻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4위 및 대한민국을 비롯한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브라질 등 28개 나라의 Top 10에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실감케 했다.


특히 드라마 '눈이 부시게', '힙하게' 등을 통해 폭넓은 공감대를 쌓아온 이남규 작가는 이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세상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인간애를 가득 담아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각 회마다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와 사연을 섬세하게, 또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동시에 특유의 밝음과 희망까지 더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뭉클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이남규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공개 후 시청자들이 "인생작", "위로를 많이 받았다"라는 평을 쏟아냈다.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평이나 반응이 있다면?


"작가들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대본을 쓰며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우리 드라마를 보고 아픈 사람들이 병원에 갔으면 좋겠다'였다. 그런 이유로 댓글 중에 '내 얘기 같다'라는 반응을 보고 '우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영향을 주고, 시청자 댓글은 작가에게 영향을 준다."


- 원작 웹툰 역시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보니 각색을 할 때 부담이 되지 않았나?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함께 각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썼던 지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친한 PD님이 처음 원작을 권했다. 원작을 읽고 처음 느낌은 '이게 드라마가 될까?'였다. 소재 자체가 어렵기도 했고, 낯선 분야였다. 시간이 지나고 원작을 곱씹을수록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고 싶다'란 욕심이 생겼다. 사람들에게 해줄 얘기가 많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제 얘기를.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정신과에 다니며, 약을 먹는 중이었고, 그런 것들의 순기능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마주하게 된 의사 선생님의 "이번엔 어땠어요? 괜찮았어요?"라는 별것도 아닌 말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고 치유를 받는지, 그래서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된다는 것을 저 말고도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공황장애 때문에 각방을 쓰다 합방을 했다는 이야기는 제 이야기다."


- 워낙 현실적이고, 자료 조사 취재도 오랜 시간 걸렸을 것 같은데 집필 기간이 얼마 정도 됐는지 궁금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집필 기간은 3년 정도다. 한 에피소드마다 다른 버전의 대본들이 4~5개 정도가 될 정도로 정말 치열하게 썼다. 새롭게 취재된 내용이 있거나, 자문이 있을 때마다 기존의 대본을 덮고 다시 쓰는 경우도 많았다. 정신의학과는 정확한 병명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들 사이에서도 에피소드 주인공의 병명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다. 병명이 나와야 약을 처방하듯, 병명이 나와야 글이 나온다."


-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정신질환과 고충들을 다뤘고, 그래서 보는 입장에 따라서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지점도 달랐던 것 같다. 에피소드마다 중점을 뒀던 부분이나 고민이 됐던 부분, 그리고 시청자들이 이것만큼은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지점이 있다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원인과 증상이 있다. 드라마틱한 원인과 증상을 찾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부분을 이라하 작가님의 원작의 도움을 받았지만,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 된 '가성 치매' 한 단어만 듣고,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다. 낯설지만 언젠가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한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일 수 있으니까.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면 병원에 가세요'는 항상 전제로 깔아두었다."


- 모든 에피소드가 다 소중하고 애틋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가장 마음을 울리고 애정을 쏟았다고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꼽아달라.


"작가들과 제일 많이 고민하고, 제일 많은 시간을 토론하고, 제일 많은 시간을 서로 상처 주고, 위로하고, 토닥인 에피소드는 다은(박보영 분)이 서완(노재원 분)의 사건 이후로 하얀병원에 입원하게 된 이야기다. 애정을 가지고 성장시킨 주인공의 추락은 시청자뿐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긴 한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이유여야 했다. 모든 대본의 집필이 끝나고도 그 부분을 시청자분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 배우들의 캐스팅도 찰떡같았다고 생각한다. 박보영 배우는 정다은 그 자체였다고 칭찬이 자자한데, 작가님이 바라본 박보영 배우는 어땠나. 그리고 완성본을 본 후엔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어려운 작품이었고, 결코 연기하기 쉬운 작품이 아니었기에 캐스팅이 쉽게 될 거란 생각을 못 했다. 박보영 배우가 대본을 잘 봤다는 소식이 작가들 사이에 전해졌고,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우리 작가들은 '다은은 박보영이다! 박보영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자세로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작품이 공개됐고, 우리 작가들이 바랐던 가장 완벽한 다은이를 보게 됐다."


- 로맨스가 주는 아니었지만, 극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두 남자가 사랑을 놓고 팽팽하게 경쟁하거나 시기 질투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은을 위로하고 힘을 주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로맨스,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나.


"숙제처럼 로맨스를 넣으면 결국 나중에 다 지우고 새로 쓰게 된다. 다은, 유찬(장동윤 분), 고윤(연우진 분(의 로맨스를 통해, 파동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성장 촉진제가 되기를 바랐다. 어느 시청자분들의 '여기 로맨스는 어른들의 사랑 같다'란 말이 가장 듣기 좋았고, 의도치 않게 '우리가 그랬군' 하며 좋아했다."


- 동고윤은 굉장히 성숙한, 어른 남자의 모습을 가진 인물인데, 연우진 배우의 성향,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장난기 많은 유찬도 장동윤 배우와 비슷한 것 같다. 너무 싱크로율 높은 캐스팅이라 혹시 작가님이 배우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썼나 싶기도 했다. 두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일단 동고윤의 탄생 비화를 얘기하자면, 아주 오래전에 제가 '폭소클럽'을 하고 있을 때 항문외과 의사 선생님과 코너를 준비하고 있었다. 동고윤의 에피소드는 그때 그 선생님의 자전적 이야기였고, 길거리에서 의사를 만나면 도망가는 두 가지 과가 있는데 '정신의학과와 항문외과'라고 얘기한 것에부터 시작했다. 캐스팅은 많은 부분 감독님께 의지했다. 연우진, 장동윤 배우의 캐스팅을 제안했을 때, 빨리 애정을 주기 시작했다. 캐스팅 전에 이미 많은 부분이 대본화되어 있었지만, 캐스팅된 후에 처음부터 다시 캐스팅에 맞는 대사, 대본으로 수정을 했다. 그리고 연우진, 장동윤 두 배우가 고윤과 유찬에게 완벽한 생명력을 주셨다."


- 여환(장률 분)도 '사랑꾼'이고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초반 거절하는 들레(이이담 분)에게 대시하는 모습에서는 다소 불호의 반응도 있었다.


"여환과 들레의 사랑은 할 얘기가 좀 많다. 정신병을 다룰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모든 병은 불안에서 온다'와 '모든 병은 자존감에서 온다'였다. 자존감이 없는 경우, 쉽게 상처받고 아픈 경우들이 많았다. 그리하여 들레에게 여환은 일종의 처방 같은 것이기를 바랐다."


- 유찬이 다은에게 막장 드라마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 같은 경우, 다은이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다은 주변에 너무나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저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다은이가 더 힘내길 바라며 응원하게 됐다. 이렇게 악역 없는 드라마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도 있나?


"이건 작가들이 계속 주장한 '아프면 아프다고 해. 도움을 받아'와 맞닿아있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가 아픈 것을 얘기해야 누군가가 도울 수 있지 않나. 아무 얘기를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을 와요'를 시작하며 작가들끼리 다짐을 한 것은 '드라마틱한 설정을 위해 일부러 빌런을 만들지 말자'였다. '아프면 주변에 도울 사람이 많아'를 얘기하려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의 얘기만 아니다. 나 혹은 여러분들의 주변에는 실제로 좋은 사람들이 많다."


- 쑥개떡, 크루즈, 탁구 등 소재 역시 색달랐다. 이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우리 엄마의 음식 중에 제일 싫어했던 게 쑥개떡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도무지 그 맛없는 걸 왜 먹어야 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걸 알기에 쑥개떡을 설정했다. 크루즈는 크루즈 여행을 꿈꾸며 한 수많은 서치 중 관심을 갖게 된 직업군에 대한 것인데. 아마 대본을 쓸 당시 다 때려치우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나 보다. 제 경험과 다른 작가들의 경험이 더해져 그런 소재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 '눈이부시게', '힙하게' 그리고 이번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도 인간 내면을 따뜻하게 다독이고 안아주는 내용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작가님이 추구하는 삶과도 맞닿아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계획하거나 혹은 써보고 싶다 생각하시는 장르나 주제가 있다면 알려달라.


"제 힘보다는 그런 작품들을 함께한 김수진, 오보현, 김다희, 원혜진 작가들의 힘이지 않을까 한다. 저보다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섬세한 글들을 쓰는 작가들이다. 다만 저는 그 옆에서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잔소리하고 채찍질하는 작가다. 아마 다음 작품은 천국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이야기를 그래서 죽음이 끝이 아님을 얘기해보고 싶다."


-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다은이에게 하고 싶은 응원의 말이 있다면?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누구나 치유 받을 수 있다. 내가 아픈 것을 생각하는 것만큼 치유 받을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다은이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https://m.joynews24.com/v/165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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