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스치는 서늘한 기운에 여느 때처럼 탄야의 얼굴로 향하던 은섬의 손이 침상 위를 짚었다. 바닥에서 올라온 냉기가 탄야에게 옮겨가지 않도록 두꺼운 보를 깔고, 찬 바람이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게 두터운 이불을 덮어준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래도 은섬은 일어나서 묶어두었던 창가의 휘장을 풀었다.
- 조금 추워지더라도 하루에 두 번씩은 창을 열어주는 게 좋아. 방 안에 오래 쌓인 공기를 계속 마시게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거야.
채은이 줄곧 당부했지만 은섬은 내키지 않았다. 잠들기 직전 마지막 순간 제 볼에 닿았던 탄야의 손이 차갑게 식어가던 것이 잊히지 않아서인지, 탄야가 제 발을 기꺼이 내딛어 빠졌던 샘이 끔찍히도 시려서였는지. 조심스레 탄야의 머리맡에 앉은 은섬이 굳게 닫힌 탄야의 입술에 귀를 가져다 댄다. 미약하지만 일정하게 새어나오는 숨소리. 정사를 보느라 종일 떠들썩하던 은섬의 속내가 고요해진다.
너는 긴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이리 나를 평온케 하는구나.
- 탄야 언니... 그리운 이들을 죄다 만나느라 꿈이 길어지나봐. 너무 많잖아, 만날 사람들이.
지난 달 탄야가 보고 싶다며 찾아왔던 도티의 말에 은섬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알고 있다. 지키고 싶었던 이를 눈 앞에서 잃는 아픔은 몇 날이 지나도 흐릿해지지 않음을. 그 순간으로 돌아가 살려낼 수만 있다면 어떤 것도 감수하겠다, 맹세할 수 있을 만큼.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굳게 닫힌 탄야의 눈을 바라보던 은섬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사실, 언제나 네가 제일 그리워.
너는 그렇지 않니, 탄야야.
탄야가 이 치졸한 마음을 들을 수 없어 다행일까. 은섬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탄야의 손등을 제 손으로 덮어 감쌌다. 조금 힘을 주어 잡아본다. 다시는 이 손을 놓고 싶지 않아. 아니, 놓아줄 수 없다. 은섬은 잡고 있던 탄야의 손을 끌어와 그 위로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 날의 네가 나오는 꿈을 꿀 때마다 나는...
내가 꿈에서 깨어나고 싶은지, 그 꿈에 머물고 싶은지도 이제 알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