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나는, 그랬어.
바람 하나 불면 제 몸을 건사하지 못해
날리는대로 떠다니고,
척박한 땅에도, 요만큼의 애정만 있으면
거기 기대서 죽어라고 꽃을 피우려고 하던.
겨울에 잘못 태어난 노란 민들레꽃 하나를 쏙 닮은, 그런 계집아이.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쉬운 사람이었지.
엄마에게도. 박인욱에게도.
버리고 돌아가도, 뒷모습만 보여주어도.
손 한 번 잡아주면,
언제 다쳤냐는 듯이, 언제 울었냐는 듯이.
그렇게, 그 손의 온기에 매달렸어.
산소도 얼마 없는 물 속에서,
아둥바둥, 숨을 쉬듯이.
그런데 이상하지.
원준아.
니 품에 안겨 있으면
고작 팔둘레 길이의 너의 품이, 아주 넓게 느껴져.
뒹굴고, 뛰어다니고, 아무리 내 멋대로 해도
다치지 않고, 늘 포근해서.
이 안에 있으면
나는 내가 민들레라는 걸 까먹고
해바라기라고 믿게 돼.
쑥쑥, 해를 보면서 거침없이 클 수 있는
환하게 빛나는 해를 닮은 꽃이 되는 거 같아.
니 목소리가, 눈빛이, 손길이, 그 모든 애정이
나의 계절을 바꿔.
하루하루가 봄처럼 피어나서
살아있기를, 잘했어, 생각하게 돼.
그 모든 걸 놓고 싶었던 그 시간에
너를 만났어.
그거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