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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최악의악 ‘최악의 악’ 피칠갑한 지창욱, 선과 악의 경계가 한없이 얇아질 때 (정덕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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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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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 언더커버 지창욱의 임무와 사적 감정의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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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최악의 악>은 첫 신부터 조직들 간에 벌어지는 살벌한 전쟁을 보여준다. 좁은 복도를 가득 메운 조폭들과 그들 속에 들린 도끼와 칼. 피와 살점이 튀는 그 현장에 언더커버로 강남연합에 들어온 형사 박준모(지창욱)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복도 맞은편에 박준모의 아내 유의정(임세미)과 강남연합 보스 정기철(위하준)의 모습이 보인다. 피가 튀는 그 혼돈 속에서 유의정을 지켜내려는 정기철의 모습을 보며 박준모의 눈은 서서히 돌아버린다.


박준모는 유의정이 자신의 아내지만 그걸 숨겨야 하는 언더커버의 입장이다. 게다가 유의정의 첫사랑이었던 정기철은 점점 자신의 아내에 대한 연정을 드러낸다. 유의정 역시 박준모의 시선을 느끼지만, 남편의 생존을 위해서도 자기 정체를 드러낼 수는 없다. 또 역시 형사인 유의정은 자신을 의심하는 정기철을 속이기 위해 거짓고백을 하기도 한다. “네가 이루고 싶은 꿈, 네가 이룰 때까지 내가 옆에서 지켜줄 거야. 경찰로서 할 수 있는 일. 내가 줄 수 있는 정보. 내가 보호해줄 수 있는 거. 다 해줄 거야. 그러니까 넌 날 믿어야 돼. 내가 널 사랑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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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기철과 유의정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던 관계에서 선을 넘어버린다. 유의정은 자신도 또 남편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거짓말이었지만, 이 말은 정기철의 마음을 격동시킨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가 점점 가깝게 되는 걸 옆에서 봐야 하는 박준모는 미칠 지경이다. 그러다 재건파에서 습격을 해와 전쟁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아내와 정기철이 함께 있는 걸 보고는 광기가 폭발한다. 재건파 조직원들을 칼로 내리치고 베고 쓰러뜨리는 박준모의 모습은 마치 야차 같다. 정기철이 사준 하얀 양복은 점점 핏빛으로 변해간다.


드라마 첫 회에 이 살벌한 전쟁을 먼저 보여주고 그 간에 벌어진 사건들을 되짚어본 후 다시 9회에 이 장면을 이어붙인 건 이 첫 신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자극적인 폭력으로 가득 채워져서가 아니다. 9회까지 이어진 서사를 보고 나면 그 첫 신의 그 장면이 <최악의 악>이 그려나갈 상황을 압축적으로 포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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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한 마디로 하면 혼돈이다. 재건파와 강남연합이 맞붙은 그 장면은 뒤엉켜있어 누가 어느 쪽인지 도무지 분간이 어렵다. 게다가 마침 그곳에 정기철과 함께 있던 유의정이 박준모와 시선이 마주치면서 복잡한 감정들이 뒤얽힌다. 박준모는 마치 강남연합을 습격한 재건파 조폭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무자비한 주먹질 속에는 정기철과 유의정이 가까이 있는 모습에 촉발된 사적 감정이 뒤섞여 있다. 물론 그 피칠갑한 모습은 언더커버 형사로서 그의 임무의 영역을 넘어선 행동이기도 하다.


그런 피칠갑한 야차 같은 모습을 한 발 떨어져 바라봐야만 하는 유의정의 심경도 복잡해진다. 그건 한없이 자신에게 다정했던 남편의 모습이 아니다. 언더커버로 그런 지경의 위험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주는 연민과 안타까움과 더불어 전혀 다른 살벌한 모습에 대한 섬뜩함이 낯설게도 다가온다. 한편 한때 박준모를 의심했던 정기철은 그의 그가 재건파 무리들을 몸 사리지 않고 쓰러뜨리는 모습을 의리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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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우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언더커버로 괴물의 아가리 속 깊숙이 들어온 것이지만 강남연합이 일본, 중국과 연결한 삼각 마약 카르텔을 반드시 분쇄하겠다는 박준모의 의지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는 점점 저 괴물에 가까워져 간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그 신상명세를 갖고 있는 이가 도주해 건물에서 추락하지만 그를 구하지 않고 방치한다. 또 중국에서 거래를 위해 온 혜련(김형서)이 그에 대한 호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상황 속에서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최악의 악’은 도대체 뭘까. 그건 어쩌면 악과 싸우다 점점 더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그런 악을 말하는 게 아닐까. 임무와 사적 상황이 겹쳐지면서, 비등점을 넘어선 감정들은 선과 악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버린다. 그 경계에 서서 딜레마에 처하게 되는 박준모의 미쳐가는 모습은 그래서 <최악의 악>이 뻔해질 수 있었던 조폭 느와르를 색다르게 만들어낸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는 끝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아니 임무를 완수한 후에도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http://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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