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라이트]김남길이 해석한 일제강점기 서부극 액션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 이윤役
통쾌한 웨스턴 액션에 야성적 민족성 가미
무술감독 "극에 활기 불어넣는 배우"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는 간도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민초를 조명한다. 질긴 생명력은 야성적 민족성으로 나타난다. 일제의 지배 속에 잠재한 북방 기마 민족의 피가 폭발한다. 총은 물론 칼, 도끼, 활 등 재래식 무기들을 거칠고 호전적으로 다룬다. 선봉에 선 이윤(김남길)의 활약에는 한 가지 색깔이 더 가미됐다. 서부 개척의 핵심인 프런티어 정신이다. 시종일관 총을 앞세워 융합과 팽창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광활한 서부 개척에 나선 이들은 의지할 곳이 없었다. 반대급부로 스스로 또는 자기 집단이 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어떤 속박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 총 한 자루를 들고 자신의 판단만으로 험난한 정복의 길에 나섰다. 타인이 영역을 침범하거나 해를 가하면 그대로 되갚았다. 이윤도 절반은 카우보이나 다름없다. 법이 골고루 영향을 미치지 못해 힘이 곧 법인 세계에서 총을 꺼내어 든다. 민초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회적 혼합과 간도 개척을 동시에 이뤄낸다.
일련의 과정은 특이하게도 액션을 통해 나타난다. 김남길은 단순히 총을 쏘는 동작보다 근접전에서의 활용에 더 많은 공을 기울였다. 상대의 어수선하고 너저분한 공격을 윈체스터 총열로 막아내고, 개머리판으로 머리 등을 가격한다. 촬영이나 편집의 힘에 기대지 않고 기민한 몸놀림과 무기 활용을 보여준다. 1화에서 홀로 노덕산 패거리를 상대하는 신이 대표적 예다. 단숨에 열 명을 쓰러뜨리는 액션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조동혁 무술감독은 "빠른 템포로 편집되지 않았는데도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줬다"며 "공격은 물론 회피, 구르기에도 배역만의 특징을 담아 액션을 한결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흘 동안 촬영했다. 김남길이 계단으로 올라가 노덕산을 만나기 전까지를 롱테이크로 연기했는데 1층 장면만 반영돼 아쉬워하더라. 서부 액션에 가까운 총검술이 야성적인 칼부림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했다."김남길은 "근접전이 생각보다 많아 총검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당시 총은 한 번 장전하면 네다섯 발 쏠 수 있었다. 총을 활용한 타격이나 다른 무기에 기대는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정면 돌파하는 성향의 배역은 아니다. 모든 액션을 방어적 자세에서 시작한다. 감정이 실려 반대로 보일 뿐이다."
이윤의 침투 목적은 앙갚음이다. 납치된 여인도 구출하려 한다. 3화에서 맞붙는 언년이(이호정)도 먼저 위협을 가하는 인물. 그런데 액션 색깔은 노덕산 패거리 신과 판이하다. 전자는 잔혹하고 광포한 느낌이 강하다. 후자는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통쾌하다. 언년이가 선·악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 무술감독은 "시대극(일제강점기)과 서부극 요소가 어우러진 액션 상당 분량이 김남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호정과 따로 액션 동선 등을 설계하며 드라마 요소까지 넣었다. 비슷한 액션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해 2층 복도 액션 신도 자처했다.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법을 아는 배우다."
김남길은 "독립군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부극 특유 액션을 대거 빌려와도 민족성을 부각하는데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조선인 학살 등 이어질 에피소드에서 무게중심에 변화를 줘도 충분할 듯했다. 성장과 성찰을 겪으며 분명 다른 사람으로 변화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