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88/0000839959?sid=103
tvN 토일드라마 ‘아라문의 검’, 문화인류학적 관점이 담긴 상상력
◆선사 시대 문명 이야기
'아라문의 검'은 선사 시대의 판타지를 담고 있어 '왕좌의 게임' 같은 신화적 상상력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인간과는 다른 뇌안탈 같은 종족은 괴력을 발휘하고 보라색 피를 가진 이그트 역시 위급한 순간에 눈빛이 돌변하며 초인적인 힘을 드러낸다. 제사장인 탄야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듣거나, 마음속으로 말을 전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아라문 헤슬라가 탔던 전설적인 말 칸모르는 모든 말들을 조종하는 힘을 가졌다.
그런데 판타지와 예언이 존재하는 세계지만 그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이야기다.
여기에는 문명의 탄생이 가져온 정복전쟁으로 인해 자연적인 삶이 파괴되는 인류의 문화사 또한 담겨있다. 그것은 아스달이 침략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연과 더불어 평화로운 삶을 살아온 와한족 사람들이 아스달에 노예로 끌려간 후 그 문명을 맛보고 변화해가는 모습에서 나타난다. 탄야의 아버지이자 남다른 손기술로 청동은 물론 철기 기술까지 발전시키는 열손(정석용)은 와한족이었지만 아스달에서 격물사로서 지위를 얻게 되자 권력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문명은 그래서 자연적 삶으로부터 벗어난 인류가 그 욕망으로 인해 무한 경쟁하게 되는 원인으로 제시된다.
'아스달 연대기'와 '아라문의 검'은 이제 아예 역사가 없는 지대를 문화인류학적 상상력을 채워 넣는 도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가들의 사극 도전과 진화의 끝을 예감할 수 있다. 역사와 허구의 결합일 수밖에 없는 사극에서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걸어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아라문의 검'은 충분히 그 의미와 가치를 갖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