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지독한 운명이라 했을때 전생에 얽힌 저주의 손이
자책에서 오는 아픔일거라 어렴풋이 예상했었어
지키지 못한 사랑에 대한 자책 스스로 내린 저주가 아닐까
그런데 앵초와 무진의 사랑을 보니까
죽음까지도 갈라놓을 수 없는 애끊는 사랑이더라고
빨간손이 나타나고 불에 데인듯 견딜 수 없는 환촉이 오면
허리를 펼 수 없게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원래 애끊는 마음이란 게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라
신유의 아픔은 단순히 저주가 아니라 견딜 수 없는 마음의 고통
무언가 해소되지 않는 애끊는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누가 저주와 다정히 손깍지를 끼고
얌전히 손을 받으며 대화를 나눌까
무의식중에도 내치지 못하고
오히려 위로라는 말까지 해가며 저주를 온전히
받아내고 있었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게
그건 무진이가 사랑의 증표로 받은 게 앵초의 저주라서
그 저주를 달게 받겠다 했는데
실제로 달게 받고 있던 거지
사랑을 이룰 수 없어서 슬프고 아프고
지독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던져진 두 사람인데
무진이는 다음 생을 기약하며 저주를 받아낸 것 같아
그 저주로라도 앵초와의 인연을 붙잡은 거
그래서 무진이의 환촉은
무섭고 두려운 저주가 아니라
불에 데인 것처럼 식지 않은
앵초를 향한 무진이의 사랑이자
그리움의 강도,
애가 끊어지는 고통의 사무침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