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열형 당하는 걸 보느니 차라리 자기가 저주를 감당하겠다
이게 진짜 작가가 최고로 잘 짠 변태같은 집요한 설정이라 느낌
1. 네가 아픈 걸 보느니 내가 아픈 게 낫다
전생에도 그랬고 현생에서도 똑같이 행동하는 무진=신유
그 아픔이 죽음과 다를 바 없어도 괜찮다는 확고한 일관성 ㅠㅠ
2. 스스로에게 저주라는 벌을 내린 무진
저주를 선택하면서 자기가 벌 받겠다고 말하는데 애초에 앵초의 저주 주술은, 자기 사익을 위해 악의를 품은 사람들을 향한 거였잖아.
근데 무진이는 그걸 자신에게 돌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한 거 같아.
자기를 지키려고 이 상황까지 내몰린 앵초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그런 앵초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
그럼에도 앵초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붙들었던...
어쩌면 조금은 평탄히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를 앵초의 삶을 온통 망가뜨린 계기가 되어버린 이기적이라 할 수도 있는 자신의 끈질긴 애착심
그 모든 게 후회되면서도 다시 돌아간대도 다른 길은 걷지 않을 자신이라 벌을 달게 받겠다 택한 거 같았어
3. 영원히 대물림 될테니 가혹하고 또 그래서 영영 잊히지 않을 증거
앵초가 내린 저주를 곱씹으면서 사당을 보존하고 지키라고 유언을 내리잖아
후대를 위한다면 차라리 사당을 부수고 저주를 해소할 다른 더 힘 있는 무속인을 찾는 게 나았을 법 한데, 무진은 꿋꿋이 계속 고통받는 걸 당연한 미래처럼 유언함
아니 하다못해 그냥 자기 혼자만 앵초를 간직하고 떠나도 그만임.
굳이 후대가 사당을 지키고 제를 올릴 필요까지는 없지.
앵초의 억울함도 잘 알고, 자신은 다 감당하겠다고 나서서 저주를 받았으니까 어차피 앵초가 떠난 마당에 후대에서 어찌 살든 무슨 상관이겠냐고...
근데 무진이가 굳이굳이 그렇게 사당을 지켜내길 바란 건
어쩌면 혹시나 아주 작은 일말의 기회라도 생긴다면,
앵초의 넋이 서럽게 구천을 떠돌지 않기를 원했고
그래서 윤회의 고리로 들어가 다음 생에 태어나길 원했고
또 어쩌면 그렇게 자신 또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모든 걸 다 잊어도 적어도 우리에게 저주라는 증거가 있으니 절대 서로를 못 알아볼 리 없으리란 마지막의 마지막 소망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어쩐지 사그라드는 앵초에게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리 행복하자"
그 말은 기약이 없는 벌을 받는 댓가로 얻은 무진만의 절실한 기원이기도 했던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