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도적: 칼의 소리'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건 여성 캐릭터들을 방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험에 빠져 남성의 도움에 기대야 하는 모습을 최대한 배제하고 액션에서도, 서사에서도 각자의 역할을 멋지게 해내는 여성 캐릭터를 억지스럽지 않게 구현해냈다.
조선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한 독립운동가 남희신(서현 분)은 '도적: 칼의 소리'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한다. 친일파 집안에서 태어나 독립군의 길을 걷기로 한 남희신이 독립운동 자금을 위해 계략을 세우면서 대형 사건이 시작된다.
언년은 남성 캐릭터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화려한 액션으로 시선을 끈다. 이윤을 제거하라는 의뢰를 받은 후 최충수, 이윤과 얽히게 되는 언년은 '돈이 되면 어떤 일이든 다 하는' 캐릭터라는 설정을 매력적으로 구현해낸 캐릭터이다. 죽을 위기에서도 솟아날 구멍을 찾아내고 누군가와의 싸움에 망설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최충수와의 과거 인연, 이윤과의 동질감, 남희신과의 거래, 도적단과의 티키타카 등 다른 캐릭터들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이윤의 조력자 김선복(차청화 분) 역시 가장 현실적인 면을 보이면서도 깊이감 있는 의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노비 출신이지만 부를 축적해 이윤을 돕는 김선복은 말로는 현실과 안위를 먼저 따지지만 누구보다 이윤과 도적단에 헌신적인 인물이다.
웨스턴 장르인 만큼 상대적으로 남성 캐릭터들의 비중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장르에서 주요 여성 캐릭터는 고작 3명. 그러나 '도적: 칼의 소리'는 이 여성 캐릭터들을 방치하거나 민폐 캐릭터로 활용하는 대신 묵직한 서사를 만들고 화려한 액션을 더해 쾌감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남희신은 언년(이호정 분)에게 일을 시키며 냉정한 모습을 보이고 친일파인척 연기를 하고 독립자금 사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물리적인 싸움의 기술이 없어 이윤의 도움을 받지만 총을 쏴야할 때 쏠 줄 아는 강단으로 이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윤과의 절절한 로맨스를 보여주면서도 대의를 위해 사적인 감정을 참아내는 독립운동가의 면모가 더욱 애틋함을 자아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