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어제 시킨 치킨을 오늘 또 시키듯
익숙한 맛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맛은 왜 익숙해졌을까? 맛이 있어 계속 먹다 보니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최악의 악’은 ‘무빙’의 성공으로 탄력 받은 디즈니+가 그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르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나온 작품이다.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잡기 위해 경찰 박준모(지창욱)가 정기철(위하준)의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25일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분량은 12회 중 1, 2회다. 그렇기에 작품을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시작부터 영리하다는 인상을 준다.
첫 회가 재미없으면 꺼버리면 그만인 OTT 특성상 초반 시청자 잡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 점에서 ‘최악의 악’은 영리하다. 첫 회 시작부터 와일드한 액션으로 시작, 시각적 재미를 확실하게 자극한다. 액션신도 주인공만 붕붕 날아다니는 멋낸 액션이 아닌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이는’ 처절한 현실 액션이다.
자연스레 주인공 보정도 없다. 정기철 일당에게 당하기 직전 박준모는 주저 없이 상대 팔을 이로 물어뜯는다. 르와르 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성’도 없고 폼도 잡지 않는다.
불필요한 서사를 배제, 초반 전개를 빠르게 진행시켜 보는 이들의 눈을 묶는다. 특히 정기철의 강남 접수 과정은 할 수만 있다면 이런저런 서사를 넣어 분량을 늘릴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과감히 생략하면서 극을 최대한 빠르게 전개해 시청자들의 ‘재생 정지’ 버튼 클릭을 막는다.
물론 12회 내내 이런 전개가 계속된다면 시청자들에겐 피로도가 쌓일 것이다. 분명 완급조절 하는 회차가 있을 텐데, 이때 너무 늘어지거나 황당 전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의 무더기 이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클리셰를 깨려는 시도가 보였어도 익숙한 맛이다. 마약 유통 조직을 잡기 위해 경찰이 언더커버가 되고, 그 안에서 겪는 이야기는 느와르, 범죄 작품의 단골 소재다. 밑바닥에서 정상에 올라가는 깡패의 스토리도 쉽게 볼 수 있다. ‘불 한번 붙여봐라’, ‘강남 잡읍시다’ 등 어디서 분명 들어본 듯한 대사도 자주 들린다.
‘최악의 악’은 분명 익숙하고 알고 있는 맛이다. 그러나 아는 맛도 맛이 있다면 계속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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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곤 온라인기자 kim201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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