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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최악의악 [씨네21] '최악의 악' 지창욱X위하준X임세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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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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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지로 강남 일대가 떠오르던 시절, 관련 조직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시골 경찰 박준모(지창욱)는 두 계급 특진을 걸고 조직에 잠입해 수사를 벌인다. 사랑하는 아내이자 이제 막 서울청 보안관 자리를 발령받은 의정(임세미)의 존재는 준모를 묘한 자격지심과 무한한 지지 사이에서 공중그네를 타게 한다. 강남연합 보스로 자리 잡은 정기철(위하준)은 박준모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와 함께하게 되고, 과거에 알고 지낸 의정과 예기치 못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세 인물은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왜곡된 방향으로 무한 질주를 그려간다. 최악의 ‘악’을 각자의 형태로 현실화한 배우 지창욱, 위하준, 임세미를 만나 위태로운 관계의 서막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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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세상에서 평범한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한 <도시남녀의 사랑법>, 어리숙한 편의점 점장의 로맨스를 그린 <편의점 샛별이>, 호스피스 병원의 생과 죽음을 다룬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등 배우 지창욱이 최근 3년 동안 걸어온 길은 로맨틱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로 가득하다. 거친 말투와 빠르게 전개되는 고난도 액션, 아슬아슬한 눈치 싸움 등 <최악의 악>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건 새로운 모습의 지창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마른 땅에서 자란 고혹적인 꽃처럼 박준모는 꼿꼿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땅 아래에서 물줄기를 찾아 조용히 자리를 뻗는 뿌리만큼 그는 생존 욕망과 인정 욕구도 강하다. 인간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따라 박준모로 변한 지창욱을 만났다.



- <최악의 악>은 최근 3년 동안 참여한 작품들과 색깔이 많이 다르다.

= 누아르는 처음이다. 항상 범죄 스릴러물이 궁금했는데, 그만큼 걱정도 됐다. 과연 내가 암흑가의 인물이 품은 깊은 감정을 드러낼 수 있을지 스스로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같은 장르에 이미 너무 유명한 대표작이 많기도 하고. 부담과 걱정이 앞섰지만 이상하게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최악의 악>만이 가진 고유한 색깔이 분명해서 그걸 잘 살려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 배우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한 역할을 통해 나를 확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 <최악의 악>은 마약 거래범을 소탕하기 위해 경찰이 잠입 수사를 감행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 준모가 마약 범죄 집단에 잠입해 우두머리인 기철(위하준)과 속고 속이는 기싸움을 계속 이어나가야 작품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전체적인 균형이 팽팽하게 맞아떨어져야 했다. 그런 데 초반에는 준모의 불안을 얼마만큼 드러내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잡혔다. 준모의 두려움을 너무 감추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너무 많이 보여주면 거짓말처럼 보일 것 같았다. 종이 한장만큼의 미묘한 선을 지키는 게 정말 어려웠다. 그러다 한동욱 감독님과 전체적인 흐름을 상의한 끝에 굳이 준모가 긴장한 모습을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준모의 성격상 오히려 그런 감정을 감추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최악의 악>을 하면서 나무보다 숲을 보는 연출자의 시선에 많이 의지했다.



- 준모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본능적으로 잡아내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준모를 어떻게 분석했나.

= 준모가 경찰이기 때문에 정의롭고 특별한 사명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배제하고자 했다. 준모가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마약 수사에 뛰어든 이유를 생각해보면 피상적으로는 두 계급 특진이라는 보상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게 정말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보상일까. 준모는 입체적이다. 의심과 욕망, 이기심과 질투, 집착 등을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그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을 품고 있다. 다소 모순적이고 양면적이기도 하다. 준모를 통해 인간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 준모가 기철의 사무실에 찾아가 죽은 태호(정재광)의 이야기를 꺼내며 싸우는 장면은 둘의 갈등이 앞으로 더 깊어질 거라는 미래를 암시한다. 이때 기철의 부하들과 싸우면서 동시에 감정적 폭발을 드러내야 했는데 쉽지 않아 보였다.
= 극심한 감기에 걸려서 정말 힘들었던 날이다. (웃음) 코감기에 걸려 목소리까지 맹맹하게 나와 쉽지 않았다. 이 장면은 준모가 기철에게 다른 사람인 척 굴면서도 자신의 분노를 표현해야 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래서 촬영 내내 긴장한 채로 있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 감정과 액션, 두 요소를 모두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들기도 했지만 많은 스탭과 배우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잘 마칠 수 있었다. 특히 태호의 죽음을 두고 기철을 도발해야 했기 때문에 분노를 절제하는 듯한 기술이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준모의 싸움이 처절해 보이길 바랐다. 깨지고 비틀리고 넘어지지만 그는 계속 일어나 싸운다. 그를 멋진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아닌, 아득바득 발악하는 모습으로 그려낸 이유이기도 하다. 몸으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며 임했다.



- <최악의 악> 촬영을 회상하며 걱정, 긴장, 불안 같은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 작품에 임할 때마다 그런 것 같다. 이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나 감정이 들면 그냥 그대로 흘러가게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건강한 취미를 갖거나 생각을 전환할 다른 활동을 이것저것 하려고 한다. 가장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건 역시 동료들이다. 현장에서 동료 배우, 스탭을 만나면 금세 안정된다.



- 비언어적인 동작들도 이전 작품들보다 더 거칠고 투박하게 그려졌다. 제스처 하나에도 준모의 성향을 담으려 한 듯하다.
= 말투와 눈빛, 손동작 같은 걸 더 툭툭 내뱉으려 했다. 사실 이런 행동들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대본을 숙지한 상태로 현장에서 움직여보고 대사를 곱씹다보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다른 배우들과 맞춰보는 과정에서 더 자연스레 변형되기도 한다.



- 준모, 기철, 의정(임세미) 세 인물이 맺은 각기 다른 관계는 이야기 전개에 극적인 영향을 준다. 시청자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 관객들이 세 인물의 구도를 두고 자기만의 해석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작품에서 각 인물의 심리적 변화가 잘 드러나는 만큼 해석의 여지도 많다. 누아르영화이지만 감성적이고 디테일한 연출이 많아서 나만의 발견을 하는 재미가 클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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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은 정기철(위하준)의 입장에서 보면 순정적인 이야기가 된다. 1990년대 별것 없는 ‘강남 토박이’ 기철은 고교 동창들을 건사하며 우정의 왕국을 세운다. 거대 마약 밀매 조직 ‘강남연합’의 보스로 군림하던 어느 날, 친형제나 다름없던 죽은 절친 태호(정재광)의 사촌 형 승호(지창욱)가 나타나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의 속을 헤집고, 승호의 아내인 줄 모르고 재회한 첫사랑 의정(임세미)은 그를 잠시 호시절로 데려간다. 하늘 한번 보고 스마일. 올해 4월 말 끝낸 <최악의 악>의 현장을 떠올릴 때마다 위하준은 행복하단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동안 장르물에선 칼처럼, 로맨스물에선 꿀처럼 미소를 사용해왔던 그가 이번에는 무표정으로 최악을 참고 견디는 한 남자를 연기했다.



- <최악의 악>은 경찰이 조직에 위장 잠입해 수사하는 익숙한 언더커버 이야기인데, 이 작품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하고 출연을 결정했나.

= 처음엔 나도 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워낙 좋아하는 장르라 대본을 읽었는데 흔하디흔한 범죄 누아르가 아니더라. 누가 선인이고 악인인지 파악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중점을 둔 작품이었다. 감정 표현 자체가 너무 섬세해 이건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꼭 하고 싶었다. 투톱 주연 중 한명으로 극을 끌어나간다는 게 큰 부담이었지만 지금은 해냈다는 보람이 더 크다.



- 기철의 목소리 톤을 평소보다 낮고 거칠게 잡아 고독한 조직 보스의 느낌을 살렸다. 이 밖에 자신이 생각한 기철의 외적 특징이 있다면.
= 목소리는 고민 끝에 엄태구 선배(위하준은 데뷔작 <차이나타운>에서 엄태구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떠올랐고, 그 비슷한 느낌을 내보고 싶었다. 내가 파악한 기철은 체계적이고 철저하고 무엇보다 머리가 진짜 좋다. 그래서 의상과 전체 스타일을 아주 깔끔한 분위기가 나게 신경 썼다.



- 맨주먹을 쓰는 기철의 심플한 액션이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 보여준 인격 K의 화려한 액션과 정반대라 흥미로웠다.
= 기철이 왕년에 복싱을 좀 했다는 전사가 있어 기본적으로 빠르고 간결한 액션을 보여주고자 했다. 기철이 조직 보스로 자리 잡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소개하는 초반의 액션이 딱딱 맞아떨어진다면 감정선이 뒤엉키는 후반의 액션은 전체적으로 날것에 가까워지고, 도구도 많이 활용한다. 힘들었지만 액션이 갈수록 향상되는 게 느껴져서 신났다. 현장에서 강남연합 배우들을 볼 때마다 서로 “왜 이렇게 실력이 늘었어요”라고 묻는 게 우리끼리의 인사였다.



- 실제 격투기 팬이고, 드라마 <샤크: 더 비기닝>에서 최연소 격투기 챔피언 역할을 한 경험이 이번 작품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 물론이다. 원래 운동을 좋아한다. 어릴 적 시골(완도군 소안도)에서 할 게 없으니 혼자 복싱 연습하고 발차기하고 애크러배틱을 하면서 놀았다. (웃음) 그러면서 늘 액션 콘티를 짰는데 그 경험이 지금 배우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나.
= 없다. 이번 액션은 단순히 때리고 부수고 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감정이 드러나는 게 우선이었다. 그만큼 어려웠는데 한동욱 감독님께서 “감정은 내가 잡아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해보라”고 말씀해주셔서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



- 기철은 돈과 성공에 대한 욕망과 집착이 강하다. 강남 일대를 주름잡기 위해 조직적으로 마약 거래에 나선다. 기철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봤나.
= 청소년기에 불행한 사건을 겪으며 장남으로서 일찍부터 가족을 지켜야 했던 기철은 유흥업소든 어디서든 닥치는 대로 돈을 벌 수밖에 없었을 거고, 크게 성공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철의 상처에 관한 전사는 초반이 지나면 볼 수 있다.



- 기철은 우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초반에는 몸담고 있던 조직의 실권을 잡기 위해 함께 싸우다 죽은 태호와의 관계가 핵심이다. 태호에 대한 기철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했나.
= 보통 친한 친구 무리 중에서도 결이나 가치관이 비슷해서 가장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지 않나. 나는 태호가 기철에게 그런 친구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기철은 묵묵한 태호에게만큼은 속 얘기를 했을 거다. 태호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마음으로 사촌 승호를 조직원으로 받아들였을 거고. 앞으로는 기철이 승호에게 의지하며 둘의 관계가 깊어진다. 그러면서도 기철은 승호를 계속 의심하고 둘 사이에 의정까지 들어오면서 갈등이 심해진다.



- 2014년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뒤 20편 넘게 출연하면서 필모그래피가 많이 쌓였다. 그만큼 캐릭터를 만드는 나만의 방식이 생겼을 것 같다.
= 아직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몰라 매번 괴롭다. 그래도 일단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을 바탕에 두고, 맡은 인물의 감정이 이해가 갈 때까지 스스로를 설득하는 시간을 갖는다. 캐릭터성이 너무 강하면 어쩔 수 없이 레퍼런스를 찾고 주변에 묻고 감독님과 상의한다. <최악의 악> 때는 나의 어떤 부분을 반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성공을 갈망하며 고3 때 서울로 왔고, 친구들이 소중하지만 표현은 잘 못하는 나를 기철에게서 발견했다. 그래서 공감이 많이 갔고, 그만큼 그를 생각하면 마음 아팠다.



- 최근 2~3년간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강박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 예전만 하더라도 인터뷰가 잡히면 너무 불안했다. 혹여 대답을 이상하게 할까봐 질문지를 미리 받고 답변을 일일이 다 적어놓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오늘처럼 ‘재밌게 하다 가면 되지, 뭐’라는 마음으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점점 나아지고,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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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 속 의정의 삶은 고군분투의 연속이다. 대대로 경찰을 배출한 집안의 딸로 자라 경찰이 돼 보안과 경위까지 올랐지만, 1990년대 대한민국의 여성인 의정의 진취성과 독립성을 사회 분위기는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친정 식구들의 구박데기인 남편 준모(지창욱)는 지역 발령 근무 중 의정 몰래 서울에 와 마약 조직 내부에 위장 잠입하는데, 조직의 엄혹한 보스 기철(위하준)은 의정의 아련한 기억 속에선 순수한 소년이었다. 맞서 싸워야 할 일이 의정 앞에 거듭 놓이지만 의정은 멈추지 않는다. 이같은 의정의 태도는 배우로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임세미와 똑 닮아 있다.



- 의정 역을 맡게 된 결정적 동기가 있나.
= 우선 작품을 연출한 한동욱 감독님의 전작이 <남자가 사랑할 때>여서 무척 반가웠다. 20대 시절 로맨스 장르에 관한 호기심을 마음에 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작품을 보고 이런 것이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악>도 고전 멜로 같은 구석이 있다. 액션 장르 특유의 거칠고 날 선 장면이 많지만, 그 속엔 두 남자와 의정의 관계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촘촘하게 짜여 있다. 그 감정의 갈림길에 배우로서 서 있고 싶었다. 막상 갈림길에 서보니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웃음)



- 준모에게 의정은 사랑하는 아내이자 열등감을 부르는 존재다. 배우 입장에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오히려 캐릭터를 비우는 작업을 선행했을 것 같다.
= 의정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의정에게도 열등감이 있었을 것이다. 의정은 대대손손 경찰을 배출한 집에서 자란 데다 경찰인 남편까지 만났는데, 90년대 대한민국에서 여성 경찰로서 느끼는 열등감이 있지 않았을까. 승진이 더딘 남편과 함께 모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지만, 희망의 달성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마음 한켠으로 인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의정과 준모의 신혼 생활이 길게 그려지지 않지만, 둘 사이에 공전하는 어색한 기류와 숨길 수밖에 없는 마음이 잘 드러나길 바랐다. 의정과 준모는 마냥 사랑만 할 수 없는 사이다.



- 반면 기철의 눈에 비친 의정은 영원한 첫사랑이다.
= 그래서 의정은 늘 물음표로 가득한 캐릭터였다. 의정이 느끼는 혼란이 좋아 작품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는데 막상 의정을 연기하려니 마음의 갈피를 종잡을 수 없더라. 촬영 초반엔 무척 혼란스러웠지만, 몇 회차 연기하다 보니 의정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혼란이었다. 의정은 혼란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캐릭터다. 한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행위와 마음을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그때의 확신만큼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 마음을 의정은 내내 느꼈을 것이다.



- 1화에 묘사되는 의정의 친정 풍경을 보면 절로 숨이 막힌다. 의정의 성장 환경에 관한 전사도 써보았나.
= 의정의 과거보다 현재 시점의 의정이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양면성에 관해 고민했다. 작품 속 의정의 선택을 믿고 연기했다. 순수한 첫사랑이었던 기철이 마약 유통 조직의 보스가 된 모습을 마주했을 때 의정은 기철의 현재를 부정하기보단 달라진 기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여러 일들이 동시에 닥칠 때 의정이 즉각적으로 느낄 법한 감정이 더 중요했다.



- 실제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서울의 논현동, 역삼동 일대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작중 배경인 90년대의 강남 풍경이 기억나던가.
= 90년대의 나는 너무 어려서 알고 지낸 주변 언니, 오빠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그리고 90년대 서울에 살던 청춘의 사진과 영상도 많이 연구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의 주요 설정이 언더커버이기 때문에 이를 소재로 한 당대의 홍콩영화들도 모두 섭렵했다.



- <최악의 악>의 1화 오프닝 시퀀스에선 직접 액션 연기도 소화한다. 등산이나 사이클 같은 운동을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다. 액션 연기를 익히는 데 도움을 주던가.
= 요즘엔 사이클보다는 달리기에 빠져 있는데 확실히 운동으로 다진 기초 체력 때문에 테이크를 거듭해도 지치지 않았다. 사실 내 액션 연기의 빈도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배우들을 응원하러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자주 놀러갔다. 얼마나 자주 갔는지 어느새 별명이 ‘임 PD’가 되어 있더라. (웃음)



- 올해 방송된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의 박은영 선생에 이어 성숙하고 든든한 성인 여성을 연이어 맡게 됐다. 임세미가 생각하는 성숙함과 강인함의 정의가 궁금하다.
= 내가 생각하는 성숙함과 강인함은 성실함에서 온다. 처음 이 일을 꿈꾸었을 때의 마음을 근면하게 유지하는 일이 나에겐 끝없는 원동력을 준다. 다소 유행이 지난 말이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말이 있지 않나. 그 말처럼 어디든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삶도 연기도 잘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끊임없이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 최근 인스타그램에 황윤 감독의 <수라>를 인상 깊게 보았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SNS와 유튜브 개인 채널을 통해 채식, 해양 환경 보호 등 친환경적 삶을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 <수라>는 내가 본 올해 최고의 다큐멘터리다. 포스팅을 통해 해양오염의 현실을 모르는 분들에게 이런 삶의 방식을 택해 살고 있는 배우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호아킨 피닉스가 시상식 연단에 설 때 늘 환경과 동물권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련 다큐멘터리도 많이 제작하지 않나. 피닉스처럼 나도 더 용기를 내려고 한다. 배우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사랑하고 공감하며 느낄 때, 작품 속에서 캐릭터로서 살아갈 수 있고 이런 마음은 관객이나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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