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웨스턴 장르가 만났다.
(중략)
사전 기사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1~4회는 이 인물들의 갈등과 의기투합, 그리고 간도선 철도 부설 자금을 노리는 여러 집단의 모습이 숨가쁘게 그려진다.
첫회에서는 이윤이 자신을 면천 시켜준 친구 이광일과 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는지, 죽음을 각오한 그가 최충수를 만나 도적단을 만들게 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자연스럽게 액션보다는 서사를 쌓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첫 회에 촘촘하게 쌓인 관계는 2회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다. 간도선 철도 부설 자금을 노리는 이들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이들의 속고 속이는 모습이 화려한 액션과 반전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독립자금을 손에 넣기 위해 이 일을 설계하고 언년이에게 의뢰한 남희신, 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움직이는 이윤의 도적단, 독립군들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이들을 잡기 위해 간도로 향하는 일본군 이광일은 각자의 소신을 위해 움직인다. 여기에 돈을 노리는 또다른 세력 마적단 역시 변수로 작용한다.
이윤이 주로 사용하는 장총부터 활, 칼, 도끼, 맨손격투에 마상 액션까지 다채로운 무기와 액션 스타일이 각 캐릭터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끔 너무 '멋있는' 액션을 보여주는 연출로 오히려 어색한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액션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한국 웨스턴 장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결은 매우 다르다. '놈놈놈'이 민족주의적인 장면을 극히 배제하고 보물지도를 둘러싼 세 남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줬다 '도적: 칼의 소리'는 웨스턴 장르와 비극적 역사를 결합시켜 드라마적인 부분에 힘을 줬다.
친일파인척 하지만 누구보다 독립에 진심인 독립운동가 남희신과 조선인 출신이지만 누구보다 일본에 충성하는 이광일의 대비가 '도적: 칼의 소리'가 가진 서사를 보여준다. 삶의 터전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도적이 된 이윤이 일제강점기에서 핍박 받던 평범한 민초들을 대변한다. 김남길은 "액션을 위한 작품이기 보다 이야기에 꼭 필요해서 액션을 녹인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주특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김남길표 이윤은 극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이호정이 맡은 언년이가 주목할 만한 캐릭터이다. 이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춘 언년은 '돈만 주면 어떤 일이든 해주는 해결사'답게 액션과 두뇌싸움 모두 능한 모습을 보인다. 남희신의 의뢰를 받고 간도로 향한 그의 활약은 전반부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전반부 이야기가 간도선 철도 부설 자금이 제 주인을 찾아가며 마무리 되는 가운데 이야기의 후반부 이 사건으로 얽히고 설킨 이들이 또 어느 무대에서 맞붙게 될지, 비극적인 시대상과 여기서 펼쳐질 웨스턴 장르 특유의 매력이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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