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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로 끌려가 대학 교정에 앉았지만 노을은 어쩐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제 삶에 다시는 없을 것 같았던 이런 날, 준영이 곁에 있다. 괜히 장난기가 치밀어 올라 얼굴에 잔뜩 낙서를 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어리둥절 자신을 바라보는 준영을 보니 웃음이 비져 나온다.

노을은 영문을 모르는 준영의 얼굴 앞에 폭소를 터뜨린다. 아무 것도 몰랐던, 두려운 것 모르고 이리저리 천방지축 헤매고 다니던 학창시절의 어느 날 같다. 어쩌면 노을에게 준영은 잃어버린 일상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줄도 몰라 어느 순간 떠오르면 더욱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그런 일상.


한 번도 갖지 못했던 것보다 손에 쥐었다 놓친 것이 더 그리운 이유로, 을은 걷잡을 수 없이 서러워진다. 갑작스레 터뜨리던 눈물은 그런 일상에 대한 뜨거운 그리움이다.

슬픔은 차갑고 그리움은 뜨겁다. 슬픔도 그리움도 갑자기 치솟아 오르니 노을이 감당할 수 없어 웃으며 오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넘 좋다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