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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결과에 만족하는지, 소감이 어떤지
김은희 작가: 기획부터 시작해서 이런 아이템이 괜찮을까? 공중파에서 오컬트라니 시청자분들이 받아드려 주실까? 고민한 부분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부족한 부분들도 격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정림 감독: 부족한 부분이 많았겠지만 작가님, 배우들 그리고 훌륭한 스태프를 믿고 촬영에 임했다. 시청자들이 추리하는 내용들도 흥미롭게 봤고, 지인들로부터 연락도 많이 받았다. ‘진짜 비밀로 할 테니 나한테만 몰래 말해줘’라는 문자만 여러 개 받았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Q. ‘악귀’를 집필할 때 (연출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었는지
김은희 작가: 귀신보다는 사람이 보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귀신도 한때는 사람이었던 존재니까 그 귀신들에게도 나름의 이야기를 심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정림 감독: 모든 드라마가 그렇겠지만 악귀 역시 주인공 구산영, 염해상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끝까지 쫓아갈 수 없는 작품이었다. 촬영 전부터 작가님과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가 둘을 응원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인물들의 첫 등장이나 공간 구현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또 악귀를 비롯한 귀신들, 상황을 묘사할 때 지나치게 화려한 VFX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익숙하면서도 무섭고 기묘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
Q. 김태리, 오정세, 홍경, 김원해, 김해숙, 그리고 진선규 등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김은희 작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었습니다. 오컬트라는 새로움에 도전해주시고 멋진 연기를 보여주신 명품 배우님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전 귀신보다 배우분들의 연기가 더 소름이 끼쳤던 것 같습니다.
이정림 감독: 김태리, 오정세, 홍경 배우와는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다. 셋 다 질문이 엄청났다. 촬영 막바지쯤 배우들에게 고백했는데 주연들이 내 꿈에서까지 나타나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거기서 또 다른 생각들이 파생되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막막했던 순간들이 해결되기도 했다.
김태리 배우는 열정적으로 현장을 이끌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네” 한마디도 수십 번 뱉어 보며 좀 더 좋은 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배우고 그 결과물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숲 전체를 보고 있는 배우라 함께 작업하며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 오정세 배우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다. 고독, 외로움, 외골수 등 염해상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다 소화하고 표현해줬다. 홍경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진중하며, 태도만으로도 본받을 점이 많다. 극 중 서문춘 형사가 죽은 뒤 시청자들이 더 슬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 홍경이라고 생각한다.
김원해 배우는 현장에서 등불 같은 존재로 후배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김해숙 배우는 화면 속에선 정말 무서워 보이지만 컷 하면 호호 하고 웃는 소녀 같은 배우로 스태프들이 존경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배우였다. 진선규 배우는 좀 과장해서 첫 만남에 이미 알고 있던 옆집 형님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부드럽고 우아한 말투로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사람이다. 제 나이보다 12살이나 많은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엄마처럼 늘 보듬어 주시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해해 주신 박지영 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
Q. 1958년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거슬러 여러 청춘들의 이야기과 이러한 청춘들을 좀먹는 그릇된 욕망과 사회악을 다뤘다. 이러한 메시지를 ‘오컬트’란 장르에 녹여낸 이유가 궁금하다
김은희 작가: 귀신보다 무서운게 사람이란 말이 있잖아요. 특히나 끔찍한 범죄를 보다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악귀’는 그런 생각에서 비롯됐던 것 같아요. 방황하고 흔들리는 청춘에게서 희망을 뺏아간 범죄자들을 귀신에 빗대어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Q. 구산영(김태리 분)의 흑암시 엔딩은 무엇을 의미하나
김은희 작가: 산영이는 스물 다섯, 아직은 인생의 시작점에 있는 청춘입니다. 극중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아무리 옳은 선택을 했다고 해도 희망만이 가득하진 않겠죠. 그런 현실을 흑암시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Q. 김은희 작가는 겁이 많아서 오히려 이런 소재의 작품을 쓰게 된 것 같다고 했었는데, 자신의 작품을 TV로 볼 때는 무섭지 않고 괜찮았는지,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는지
김은희 작가: 어디에 뭐가 나올지 아니까 오랜만에 맘놓고 무서운 드라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번 편집본을 보고 놀랐던 때가 있는데 마지막 12부 산영이가 엄마방에서 귀신을 보고 문을 닫고 대치하던 상황이었는데요. 문을 뚫고 나올 줄은 알았는데 감독님께서 절묘하게 연출을 하셔서 언제 나오지? 하다가 ‘쾅’ 부수고 나와서 비명을 지르긴 했었습니다.
Q. 시청자들의 반응을 혹시 찾아봤는지, 허를 찔렸다거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싶었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은희 작가: 드라마가 방영될 때도 그렇고 아직은 반응들을 직접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꼭 찾아보고 비판도 호평도 다음 대본을 쓸 때 자양분으로 삼겠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제 스스로 드는 생각은 조금 더 대사를 잘 써보자 였습니다.
이정림 감독: (악귀의 정제가 밝혀지기 전) 태리 배우가 뒷짐진 본인 모습과 2부의 향이 뒷모습이 나란히 붙은 사진을 하나 보내왔다.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8부에서 계마곶을 가며 산영이가 보는 세상이 평소 해상이가 보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운전할 때 듣던 풍악이나 굿들이 구슬프게 다가온다는 반응이 신선하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