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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디피 [씨네21] 'D.P. 시즌2' 정해인, 구교환, 한준희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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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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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D.P.> 두 번째 시즌의 막이 올랐다. 탈영병 조석봉(조현철) 사건의 여파로 D.P.(군무 이탈 체포조) 조장 호열(구교환)은 몇달째 병실 밖을 나서지 못한다. 석봉에 이어 루리(문상훈)가 무장한 채 탈영하면서 다른 후임과 조를 꾸린 준호(정해인)가 그를 찾아 나선다. 한준희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D.P.> 시즌2는 새로운 탈영병들의 사연을 다루는 동시에 이들과 관련된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준호와 호열의 고민과 상처 역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확신으로 다시금 뭉친 배우 정해인과 구교환, 한준희 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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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조의 안준호 이병이 일병이 됐다. 전 시즌에서 선임 한호열(구교환)에게 열심히 일을 배웠던 준호는 이제 새로 들어온 후임을 가르치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D.P.> 시리즈는 확연한 변화보다는 연속적인 시간 선상에서 새 시즌의 문을 열며 군대 조직의 유구한 병폐를 드리우는 작품이다. 어떤 변화는 있지만 극적인 분기점은 없는 상태로 문을 여는 <D.P.> 시즌2는 결국 준호로 대표되는 원자들의 작은 각성을 말한다. 극의 관찰자로서 균형을 잡으면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용기를 연기한 정해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시간 텀이 크지 않다 보니 오히려 변화를 크게 주지 않으려고 했겠다.
= 한두달, 길어봤자 몇 개월 지났을 거다. 봉디쌤 사건 이후 한두달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다. 딱 상황에 따른 변화다. 또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무뎌진다. 트라우마는 계속 남아 있지만 다이내믹한 변화가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도 불구하고 계속 D.P. 일이 주어지다 보니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 시즌1의 봉디쌤(조현철)이나 시즌2의 김루리(문상훈) 사건이 워낙 무거운 데다 시즌2 초반 에피소드는 시즌과 시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너무 폭발하듯 연기하면 2년 만에 <D.P.> 시리즈를 보는 관객은 과하다고 느낄 것이고, 그렇다고 덤덤하게만 연기하면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 기술적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연기하지는 않았다. 그런 계산적인 접근 방식보다는 준호가 놓인 상황에서 ‘나라면 어땠을까’를 계속 고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을 폭발시키며 살지 않는다. 오히려 남의 일이라 덤덤하게 반응할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일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좀더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준호처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필요하다.

 


- 전 시즌에 비해 유머가 많이 줄었다. 요즘 시청자들은 너무 어둡기만 하면 보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요소를 어떻게 만들어나갔나.
= 감독님이 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셨다. 결국 대중 예술은 보는 사람이 공감하거나 대리 만족을 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D.P.> 역시 작품 속 상황에 이입할 수 있다면 즐거움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D.P.> 시즌1의 5, 6회를 다시 본 후 시즌2를 감상하면 “왜 이렇게 딥하지?”라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웃고 떠들며 소비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유머 코드나 개그가 없이도 공감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 <D.P.> 시리즈의 중요한 축 중 하나는 ‘준호열’의 이상한 케미스트리다. 시즌1에서 준호와 호열이 점점 가까워지는 관계였다면 시즌2에서는 좀더 편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모습을 갖고 있는 이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나. 준호와 호열도 서로 상대의 부족한 면을 갖고 있다. 시즌2에서는 두 사람이 점점 닮아간다. “어흥, 어흥”처럼 호열이 칠 법한 대사를 준호가 한다거나, 호열의 전사가 드러나면서 진지한 모습이 나올 때는 아마 준호와 겹쳐 보일 것이다.

 


- 기차, 주차장, 도심 한복판, 인천 부두 등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액션 신을 소화했다. 본인의 액션을 자평해보면 어떤가.
=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액션과 할 수 없는 액션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테이크를 많이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갖고 있는 신체 능력을 넘어서는 연기를 하면 부상을 입을 수 있고, 프로덕션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렇지만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의 한계를 끝까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시리즈에서 톰 크루즈가 목숨 걸고 하는 액션이 더 리얼한 것처럼, 잔꾀 부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를 더 늘려가고 싶은 도전 의식이 생긴다. 이런 부분이 참 딜레마다.

 


- 한준희 감독은 “액션이 멋지지 않길 바랐다”고 했다. 그런데 <D.P.> 시리즈가 추구하는 처절한 움직임 역시 액션 실력이 잘 받쳐줘야 구현될 수 있다.
= 아마 감독님의 말씀은 화려한 액션에 포커스가 가기보다는 액션을 행하는 사람의 감정을 보여준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몸을 잘 쓸 줄 알아야 그런 연기도 할 수 있다. 신체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힘 조절도 가능하다.

 

 

- 어떤 이들은 <D.P.>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유발 드라마라고들 하지만 이게 단순히 고통을 하소연하고 끝나는 작품은 아니지 않나. 작은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가 잘 전달하려면 관찰자인 준호가 입체적으로 보여야 한다. 그래서 더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다. 감정을 폭발적으로 터뜨리는 역할은 아닌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정확하다. 배우 입장에서는 “나 오늘 연기한 게 없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리고 배우들은 감정을 쏟아부어 열연을 펼치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준호에겐 그런 강력한 신이 없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안준호 캐릭터에 힘을 줘버리면 주객이 전도되어 작품이 망가진다. 무미건조한 연기를 하면 안되니 기술적인 조절도 필요하다. 그런데 군필자여서 그런지 매회 맞닥뜨리는 상황에 감정이입이 잘됐다. 탈영자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이해가 갔다.

 


- 전작 에서도 그렇고 다른 배우를 받쳐주는 연기도 썩 잘한다.
= 나도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나. 그런데 연기는 주거니 받거니 해야지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어떻게 보면 리액션이 더 어렵다. 배우가 어떻게 리액션을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열연이 돋보일 수도 묻힐 수도 있다. 자기 대사가 없다고 긴장을 놓으면 안된다. 상대 배우를 예의 주시하고, 눈으로 잘 관찰하고, 귀로 잘 듣고, 피부로 느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신을 완성할 수 있다. 그래서 “저 배우 연기 잘한다”보다 “저 상황 진짜 같다”는 반응이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 정해인과 구교환은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연기하는 배우처럼 보인다. 두 시즌에 걸쳐 자신과 다른 유형의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각자의 경험도 확장됐을 것 같다.
= 교환이 형은 굉장히 독창적인 방식으로 연기하는 흥미로운 배우다. 예측이 안된다. 한 가지 연기만 열심히 준비하는 게 아니라 말랑말랑하게 사고하는 유연한 배우다. 실제로 내가 연기할 때 그때그때 다르게 리액션을 하기 때문에 탁구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같이 연기할 때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형이랑 <D.P.> 시리즈 말고도 다른 캐릭터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 구교환 이외에도 매회 보석 같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 선배가 됐든 후배가 됐든 내게 여러 가지 피드백을 준다. 어떤 때는 많이 배우기도, 어떤 때는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연기하면 정말 재미있다. 사실 연기는 허구의 세상에서 거짓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는 진짜 세상으로 만들어서 보여줘야 하는 사람들도, 거짓을 진짜라고 믿고 임해야 한다. 거짓인 세상을 거짓으로 연기하는 것만큼 최악이 또 있을까. (웃음) 매 순간, 한신, 한컷 찍을 때마다 이 불신을 없애고 최선을 다해 믿고, 상대방도 나도 믿으면서 해야 한다.

 


- 실제로는 운전병 출신이다. 대한민국 육군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돌이켜보면 어떤가.
= 군 생활 얘기는 원래 재미없다. 남자들은 다들 자기가 있던 부대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한다. <D.P.> 촬영 현장에서 늘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졌는데, 엄밀히 말하면 2008년 군번이었던 내가 극 중 군대와 시기적으로 가장 가까운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웃음) 디지털 군복으로 바뀌기 전 마지막 세대였고, 언론에도 노출됐던 가슴 아픈 사건들이 있던 시기였다.

 


- <D.P.> 시리즈 이후에 “정해인이 이렇게 거친 연기도 할 수 있다니 다시 봤다”는 반응이 적잖게 흘러나왔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갸우뚱한 반응이었다. 드라마 에서 보여준 멜로 연기보다 <D.P.> 시리즈의 그것이 더 어렵다거나 우위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웃음)
= 공감한다. 그리고 감정적으로는 에서와 같은 멜로 연기가 내겐 더 어려웠다. (웃음) 취향상 멜로를 잘 보지 않던 분들이 <D.P.>를 통해 나를 처음 본 분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닐까. 특히 <D.P.> 이후에 남자 팬들이 많아졌는데, 나를 마주치면 “시즌2 언제 나오냐”며 너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 <D.P.> 시리즈에서 머리를 짧게 깎고 태닝을 하는 등 외적인 변신을 줘도 대중이 처음 좋아했던 매력 포인트, 이를테면 말갛고 청순한 느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외모를 극단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고 해야 하나. (웃음)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지만 과거 대중에게 소구했던 지점을 배신하지 않는 선은 어떻게 타고 있나.
= 배우는 쓰임에 맞게 연기하는 사람이다. 나의 예전 작품을 잘 봐주신 업계 관계자들이 정해인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 무엇인지 발견해주신 덕분이 아닐까. 그리고 배우가 의욕 과잉으로 너무 욕심을 부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내가 이런 연기를 잘할 수 있다, 하고 싶다는 과욕에 빠지면 정말 큰일 난다. 배우는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 관계자 분들이 내게 원하는 것 그리고 대중이 원하는 것은 전부 다를 것이다. 배우가 하고 싶은 것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 합의점을 찾아서 교집합을 선명하게 만들고 완만하게 넘어가야 한다. 서로간에 합의하에 함께 상승할 수 있는 합리적인 도전을 해나가고 싶다.

 


- 올해 4월 <베테랑2> 촬영을 마친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
= 데뷔 10년차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작품을 안 하고 있는 게 처음이다. 사실 지금 작품에 들어가려면 2~3월에 결정했어야 했는데 <베테랑2>를 찍기도 벅차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찍었고 11월까지 해외 팬미팅을 다니다 보면 올해가 끝날 것 같다. 빨리 재미있는 작품으로 촬영에 임하고 싶다.

 


- 이렇게 배우가 해외 팬미팅을 돌 수 있는 것도 넷플릭스의 힘이 아닐까. (웃음)
= 글로벌 OTT 넷플릭스 사랑해요. (웃음) 공교롭게도 넷플릭스에 내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올라와 있어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신기하고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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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라” 외치며 <D.P.> 시즌1에서 호열이 능청스럽게 등장했을 때 그의 이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탈영병의 흔적을 능숙하게 좇다가도 D.P. 조장으로서 자신의 가용 범위를 가늠하며 남들 앞에 나서길 주저하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그 망설임이 유쾌함 저변에 가라앉은 그의 속내를 짐작게 한다. 그러나 배우 구교환의 말대로 그가 동료들과 다를 바 없는 “보통 청년”임을 깨달은 뒤로 탈영병을 도우려는 호열의 진심은 더욱 선명하게 와닿는다. “한준희 감독이 자신을 잘 써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며 구교환은 본인이 파고든 <D.P.>의 두 번째 챕터 그리고 호열에 관해 들려주었다.

 

 

- 시즌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연기한 인물을 또 만나니 반갑더라. 시즌1을 거치며 호열이를 잘 알게 됐지만 시즌2에서 새로운 사건들이 일어나는 만큼 달라지는 지점이 분명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 시나리오와 감독님의 디렉션에 충실하자는 게 목표였다.

 


- 확실히 시즌2의 호열은 다른 인상을 준다. 시즌1에서 극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했다면 시즌2에선 가라앉은 분위기에 완전히 동화된 채 나타난다.
= 그게 감독님의 중요한 디렉션이었다. 준호(정해인)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도와주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든든한 모습을 보여준 전과는 좀 다르게 이번엔 보통 청년의 모습이 더 보여지길 바라셨던 것 같다.

 


- 호열이 등장하기 전, 쇼핑백에 담긴 그의 점퍼가 먼저 카메라에 잡힌다. 살짝 보이는 옷깃만으로 유추가 가능할 정도로 강렬한 의상을 즐겨 입는다는 걸 새삼 깨달은 장면이었다.
=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파악되는 캐릭터의 성격이 있는데 호열이는 취향이 확실해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한편으론 그런 화려한 옷을 일종의 방어기제로 사용했던 것 같다. 마냥 가볍고 밝은 친구는 아니라고 느꼈고, 병원에서 등장할 때 확신했다.

 


- 시즌1에서도 병동의 샤워실에서 처음 얼굴을 비추지 않나. 워낙 활발해 당시엔 “마음의 병이 있다”는 호열의 말을 흘려들었는데, 병실 장면을 보며 허튼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 그게 호열이의 무드인 것 같다. 거짓을 말하진 않는데, 진실을 거짓말처럼 이야기한다. 자기 컨디션을 쉽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시즌2에선 전면으로 드러내서 나도 좀 놀랐다.

 

 

- 그럼에도 기어코 병원을 나와 김루리(문상훈)에게로 향한다. 이후 장성민(배나라)을 끝까지 쫓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준호와 달리 두 탈영병 모두와 인연이 있었다는 게 주요하게 작용한 걸까.
= 둘에 대한 의무감과 죄책감이 아무래도 영향을 미쳤을 거다. 또 준호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주변에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을 나섰을 거다. 아무리 두려웠어도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래야 본인이 살 수 있다고 여겼을 것 같고.

 


-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 아직 어린데 D.P.로 활동하면서 너무 큰 사건을 많이 마주했으니까. ‘얘가 정말 괜찮은 걸까?’ 하고 자주 생각했다. 두려움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더 밝게 행동하고 그러면서 버티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 예를 들면 구자운 준장(지진희)을 만나러 가는 신에서 호열이가 새우깡을 가져간다. 본인도 먹고, 상대에게 권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게 여유로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오히려 두렵고 불안해서다. 뭔가를 먹거나 손에 쥐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마음이 놓이곤 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매번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용기를 내온 사람 같다. 그렇게 굳건히 버티다 결국 부러진 거지. 그래서 병원에서의 모습이 이해가 됐다.

 


- 찰진 대사가 호열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말을 하지 못하는 초반부가 아쉽진 않았나.
시즌1, 2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D.P.>는 전체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다. 시즌1의 마지막 상황을 상기하면 이해 못할 설정은 아니었다.

 


- 극 중 다른 인물들이 호열이 말을 못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하지 않는 건지 궁금해한다. 이에 관해 생각해본 바가 있나.
= 음, 반반이다. 어사무사하게 연기하라는 게 시나리오에도 있었다. 사실 그것보다는 호열이 처음 꺼낸 말이 루리를 향한 것이었다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 새로 합류한 캐릭터가 여럿인데, 이중 누가 가장 눈에 띄던가.
= 모두가 매력적이었지만 지진희 선배님의 구자운은 정말! 내가 지진희 선배님의 대단한 팬이라는 걸 사실 잘 모르실 거다. 선배님은 멋의 의인화 그 자체다. (웃음) 호열이 새우깡을 들고 찾아가는 장면에서 지진희 선배님, 정석용 선배님과 함께했다. 무거운 장면인데도 두분이 워낙 잘해주셔서 개운하게 끝냈다. 정석용 선배님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계시다.

 


- 한편 호열이 제대하면서 준호와의 군대에서 인연이 마무리됐다. 
= 작품의 끝에서 돌이켜봤을 때 <D.P.>는 결국 준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호열이가 준호 인생의 한 페이지, 적어도 반 페이지는 차지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준호랑 같이 터미널에 앉아 있던 신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둘이 이별할 때 호열이가 “또 봐”라고 인사하는데 그게 마치 함께 고생한 제작진, 동료들 그리고 <D.P.>라는 작품에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왠지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하는 인사로 느껴지더라. 호열이는 준호에게 먼저 연락하진 않을 것 같다. 준호가 정말 중요하고 문득 생각나는 사람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먼저 연락하진 않을 것 같다.

 


- 예정된 차기작이 많다. <D.P.> 이후로 올해 또 배우 구교환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
= 얼마 전 영화 <왕을 찾아서>의 촬영을 마무리 짓고 현재 <부활남>을 찍고 있다. 촬영은 계속 하고 있는데 올해 공개되는 작품은 <D.P.> 시즌2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대신 단편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다. 얼마 전 ‘[2×9HD]구교환×이옥섭’ 채널에 티저를 올렸던 <세 마리>도 곧 업로드될 것이다.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어오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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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는 군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이전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국가적·체계적 책임을 함께 묻는다. 시즌1에서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천연덕스러운 콤비로 D.P.의 여정을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 이 둘은 묵직한 태도의 진중한 안내자가 되어 시청자가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도록 돕는다. 은폐하려 하지만 은폐할 수 없고, 진실이라 믿지만 거짓에 가까운 사건들을 하나의 메시지로 엮어내며 <D.P.>는 그간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았던 사회의 민낯을 다시금 진단한다.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한준희 감독에게 질문을 건넸다.

 

 

- 두 번째 시즌은 조석봉(조현철) 사건이 벌어진 뒤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아닌, 시즌1 마지막 회의 연장선인 김루리 일병(문상훈)의 이야기로 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시즌2를 준비하던 중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조석봉 사건을 목도한 인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까? 김루리 일병 총기 난사 사건도 쿠키 영상처럼 흘러갔지만 별일 아닌 것처럼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봤더니, 앞으로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더라.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안준호, 한호열, 박범구(김성균), 임지섭(손석구)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2의 에피소드 넘버들도 일부러 1, 2, 3…가 아닌 7, 8, 9…으로 시작하게 했다. 시즌1에서부터 쭉 이어진다는 뜻이다.

 


- 그래서일까. 활기차고 유쾌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다소 우울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 그게 큰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벌어진 큰 사건의 뒷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분위기가 경쾌할 수만은 없다. 물론 시청자들이 <D.P.>의 유쾌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누구나 큰 외상을 겪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 D.P.조에 새로 들어온 박세웅(유수빈)은 D.P. 활동을 시간 때우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반면, 안준호는 무척이나 진지하고 열성적이다. 왜 안준호는 이렇게까지 D.P.에 진심인 걸까. 사회에서 아르바이트만을 전전하는 안준호가 군대에서만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지위이기 때문에? 혹은 시즌1에서 경험한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간이 좋아서?
= 둘 다이지 않을까. (웃음) 군대에 가면 사회에서 무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군대 내 계급이 모든 것을 결정할 뿐이다.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과 목적이 주어지면 그것을 충실히 수행해야만 한다. 사실 준호는 군대에 오기 전까지 크게 목표 의식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생계 유지에 급급한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준호의 의지와 달리 D.P. 활동을 하며 계속해서 특정 목표가 생겨나고 이것을 달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또 석봉 사건을 기점으로 책임감과 회의감도 느꼈을 테고. 이전에 이런 경험이 없는 인물이었던 만큼 보직에 대한 태도와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군대 내 괴롭힘, 성폭력, 성정체성 등 현실성 높은 사건을 다루는 만큼 에피소드 소재로 차용하는 과정이 신중했을 것 같다.
= 김루리 일병 총기 난사 사건도 제작진이 모두 모여 긴 논의를 거쳤다. 김루리가 가해자라는 사실에 우리가 멋대로 면죄부를 주거나 미화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이어지는 상황들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 했다. 대신 주요 인물들의 대사나 군 단체 인권센터에서 건네는 질문들을 직설적으로 내뱉게 했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사건의 자극성에 맴돌지 않고 논의가 필요한 본질을 바라봐줄 거라 믿었다. 이 과정이 정말 어려우면서 중요했다.

 


- 한편으론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실 안준호와 한호열도 군대 내 괴롭힘에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시즌1에서 안준호는 다른 동료의 부탁은 들어주지만 마커를 사달라던 석봉의 말은 무시하고, 시즌2에서 김루리 사건을 조사하던 한호열도 그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석봉이 친구 맞구나? 얘도 군 생활 피곤하겠다”고 말한다. 결국 이들도 군대 내에 존재하는 서열이나 편견을 그대로 용인하고 있다.
= 정확하다. 안준호와 한호열은 완전무결한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그 지점이 정말 중요하다. 시즌1에서 황장수(신승호)라는 개인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었다면, 시즌2에서는 시스템 전반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 이 체계 안에 놓인 모두가 피해자라는 나이브한 말이 아니다. 이 문제를 알고 있었으나 방관한 모든 사람이 이 체계를 견고하게 만들었고, 안준호와 한호열 또한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이제 방관자들이 대가를 치러야 할 차례가 왔다. 그게 시즌2의 쟁점이다. 다만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두 인물이 12개의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어떤 성장을 이루게 되는지, 어떤 방식의 변화를 거치는지, 그래서 마지막에 어떤 얼굴을 띠게 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흘러나오는 곡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다소 어두운 이야기와 달리 부드러운 선율의 노래가 이어진다. 뮤지컬 <헤드윅>의 <Midnight Radio>는 성정체성을 다룬 해당 회차의 한끗을 올려주기도 한다.
= 비싼 곡이다. (웃음) <Midnight Radio>만큼은 어떻게든 쓰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자 음악감독님이 한숨을 쉬며 사주셨다. 해당 회차와 정말 잘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시즌1 때부터 함께해온 프라이머리 음악감독님이 좋은 곡을 많이 만들어주셨다. 특히 이야기와 음악이 충돌함으로써 생기는 균열이 무척 매력적이다.

 


- 가장 예외적인 모습을 보인 게 바로 임지섭이다. 이혼한 아내를 만나 난처해하거나, 직업적 신념에 갈등을 보인다. 그에게 이렇게 인간적인 변화를 준 이유가 있다면.
= 임지섭은 <D.P.> 시리즈에서 낙차가 가장 큰 인물이다. 사실 욕망도 크고 똑똑한 척하지만 그러지 못해 갈등을 겪는다. 어떻게든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는 인물이 자신이 정해둔 최소 한계선에 도달했을 때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 임지섭을 다른 부대로 옮겨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전과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사건을 맞닥뜨리게 하기 위해서다. 10화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과연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일까?” 이 테마를 극적으로 풀어줄 인물로 임지섭이 가장 잘 어울렸다. 자기만의 강한 확신을 가진 인물이 무너질 때 극 안에서 밀도 높은 메시지를 전해줄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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