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 보이지만 일은 잘하는 주인공이 만년 꼴찌 야구팀을 변화시킨다, 가 스토브리그란 드라마의 주요 골자인데
꼴찌에 안주해 있던 드림즈라는 팀이 점점 성장하게 되는 과정이 스포츠 소년만화처럼 뭉클하고 좋았고
번호 저장도 안 하고 사람에 정 안 붙이려고 하던 백승수한테 있어서도 처음으로 무언가를 지켜낸 경험이 드림즈고, 결국 그 드림즈로부터 지킴 받기도 했다는 사실이, 백승수가 드림즈를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드림즈 또한 백승수를 변화시켰다는 게 너무 따스한 거 있지 ㅠ
폐허가 되지 않았다면서 백 단장이 마지막으로 야구장을 바라보던 그 표정은 잊지 못할 듯...
그리고
선은 네가 넘었다고, 드림즈는 차이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 백승수가 물러서고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정신을 일깨워준 사람, 백승수와 반대 의견을 냄으로써 그의 결정을 확인하고 확신하게 만들어준 이세영이란 인물이 없었다면 백단장 캐릭터가 끝내 완성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음
거기다 이 작품이 정말 좋은 건 악역조차도 인간적인 애정을 가지고 그려냈고 그렇기에 성장한다는 점 ㅋㅋ
권경민은 당시에도 짠한 구석이 있었지만 본체에 대한 호감이 커진 상태로 다시 봐서 그런가 훨씬 더 인간적으로 이해가 잘 되고 입체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음
특히 고강선 사장 자를 때 미안해서 얼굴도 못 쳐다본 거랑 나중에 둘이 말도 편하게 하고 가까워진 모습이 되게 인상적이더라고
초기 구단주 시절엔 드림즈에 돈도 쏟아부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는 것도, 결국 그 싸인볼을 버리지 못했듯이 야구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못해서 백승수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것마저도
가끔 백승수한테 하는 짓이 개꼰대 직장 상사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자기는 하지 못하는(=윗사람한테 대드는) 일을 해내는 데 대한 자격지심과 능력에 대한 인정, 기타 등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감정이었는데 그래서 백승수랑 권경민이 붙을 때마다 더 재밌게 봤어
반말 까고 살벌하게 대화하다가도 태연하게 존대하고
술 마셨으니 택시 타고 가십쇼, 안주 없이 마시면 속 버립니다 << 이런 대사가 둘의 관계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진짜 징글징글한데 그래도 미운 정 들었다 이런 느낌? ㅋㅋㅋㅋ
서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던 둘이 달지 않고 맛있는 커피 마시면서 비로소 수평적인 관계가 되어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점도 좋았음
백승수-권경민 붙는 씬들은 뭐 하나 버릴 거 없이 연기합 팽팽하고 대사도 쫄깃하고 새삼 작가 글빨 좋단 거 느꼈던 것 같음
아 이렇게까지 글 길게 쓸 생각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길어졌네 ㅋㅋㅋ 어쨌든 야구 드라마의 탈을 쓴 웰메이드 휴먼성장드라마 스토브 개존잼 수작!!
이신화 차기작 제발 빨리 와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