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이라 해서 좋은 비는 때를 안다란 두보의 옛시조가 떠오르게 할 만큼,
해빛(=햇빛)이랑 함께 있을 땐 호우(=장대비)도 그냥 호랑이 장가가는 날인냥 햇살이랑 나란히 내리는 여우비나 잠시 더위를 식혀줄 소나기 그 정도였을텐데
해빛이 없는 호우는 뭐...ㅠㅠ
잃을 게 없는 이가 젤로 무섭더라고 있는 구름 없는 구름 쫙쫙 짜서 경계없이 퍼붓는 수준이 될 수 밖에 없겠구나
그러다 문득 맘에 걸리는 게 있더라
호우를 거두기 전 해빛건설 장사장님이 여기저기 연줄을 이어 아이의 신상을 조사했는데 아무것도 안나와서 그냥 우리 가족하자 했던 거잖아
되새겨보면 아이에 인적사항을 알 수 없었던 게 단순한 사고 뭐 이런 게 아니라 애초에 해외거주 같은 여기 사람이 아니었던지 모종에 일로 이미 여기에 있을 수 없는 - 이를테면, 서류상 부모와 함께 사망처리됐다던지 하는 - 사람이었던지 했던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당시 의도에 의해 아이의 흔적을 지워버린 사정이 있었다치면 호우는 지금도 위험한 상태 진행중일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서 아직 '호우시절'이 아니라 기억을 다 찾지 못하고 있는건가 싶으니 해빛과 호우 두 이름의 관계성조차 참 애틋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