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theqoo.net/ZKaeCR
어떤 드라마는 끝내 도착하게 돼 있는지도 모른다. 멀고 긴 시간을 돌아서라도 꼭 가 닿아야 할 시청자들에게.
우연히 보게 된 작품은 눈물을 흘릴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었고, 매주 월, 화요일만을 기다리게 했다. '2023년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싶은 어쩌다 발견한 웰메이드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다.
KBS2 월화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극본 백소연, 연출 강수연·이웅희)는 1987년에 갇혀버린 두 남녀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간 여행기로, 과거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선 윤해준(김동욱 분)과 백윤영(진기주 분)이 서로의 목표가 이어져 있음을 깨닫고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웹툰과 웹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몇 안 되는 순수 오리지널 드라마라는 점에서 일단 반가웠다. 다만 작품 소개로는 큰 흥미를 이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임물'과 '추리 스릴러'는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뒤 편견은 금세 깨진다. 회차가 거듭될 수록 '복합장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는 줄만 알았던 작품은 우리네 삶과 가족 이야기에 주안점을 두며 감성을 자극한다.
https://img.theqoo.net/IoYokh
실제로 강수연 PD와 진기주는 '엄마'라는 소재에 이끌렸다. 강 PD는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엄마의 어릴 적으로 돌아가서 엄마의 친구가 되는 이야기'라는 작가님의 한마디에 꽂혔다"고 밝혔다.
이는 극 중에서도 드러난다. "엄마에게 그런 시간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이것뿐이었을까. 내가 알지 못한 엄마의 시간들. 내가 그동안 엄마의 시간을 얼마나 놓쳐왔던 걸까"라는 윤영의 내레이션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함을 안겼다.
비단 엄마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몰랐던 부모들의 아름다운 젊은 날을 조명하고 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매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또한 1980년대 하면 잊어서는 안 될 민주화운동부터 87년 민주항쟁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사건들도 다루며 시대가 지닌 아픔과 그날의 희생을 기억하게 만든다.
후반부에 돌입하며 백윤영의 아버지 백희섭(이원정 분)의 비밀이 공개됐는데, 큰아버지 백유섭(홍승안 분)만 챙기며 무능한 가장으로 보였던 그가 사실은 5.18 민주화운동의 피해자이자 유족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백유섭은 서울대에 들어가 학생운동에 앞서고 이를 숨겨준 백희섭과 함께 모진 고문을 받는다.
피투성이가 된 백희섭은 자신을 찾으러 온 백윤영에게 묻는다. "괜찮아. 잘못을 했으니까 벌 받는 건 당연하잖아. 잘못을 했으니까 일이 다 이렇게 됐겠지. 안 그러면 대체 왜 우리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 그런데 넌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라고. 작품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그 시절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https://img.theqoo.net/AovjeG
그렇다고 스릴러와 추리적인 면에서 빈틈이 있는 것도 아니다. 16부작으로 편성된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4회를 남겨두고도 전혀 늘어지지 않는 데다 여전히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처럼 장르물에 휴먼, 로맨스, 심지어는 시대적 배경까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적절하게 녹아들어 조화를 이룬다. 섬세하게 쌓아 올린 서사에 탄탄한 구성까지 더해지니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말 그대로 '명작'이다.
여기에 홍이삭 '그 밤을 내게 줘요', 하현상 '그대가 나에게 그러하듯', 적재 '스잔' 등 80년대 분위기를 120% 살리는 OST 또한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어쩌다 마주친, 그대'다. 몰아보기 딱 좋은 시점, 아직 시작하지 못한 시청자들이 있다면 멀고 긴 시간을 돌지 말고 하루빨리 닿길 바란다.
https://naver.me/xPpnLeUU
어떤 드라마는 끝내 도착하게 돼 있는지도 모른다. 멀고 긴 시간을 돌아서라도 꼭 가 닿아야 할 시청자들에게.
우연히 보게 된 작품은 눈물을 흘릴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었고, 매주 월, 화요일만을 기다리게 했다. '2023년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싶은 어쩌다 발견한 웰메이드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다.
KBS2 월화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극본 백소연, 연출 강수연·이웅희)는 1987년에 갇혀버린 두 남녀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간 여행기로, 과거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선 윤해준(김동욱 분)과 백윤영(진기주 분)이 서로의 목표가 이어져 있음을 깨닫고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웹툰과 웹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몇 안 되는 순수 오리지널 드라마라는 점에서 일단 반가웠다. 다만 작품 소개로는 큰 흥미를 이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임물'과 '추리 스릴러'는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뒤 편견은 금세 깨진다. 회차가 거듭될 수록 '복합장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는 줄만 알았던 작품은 우리네 삶과 가족 이야기에 주안점을 두며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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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강수연 PD와 진기주는 '엄마'라는 소재에 이끌렸다. 강 PD는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엄마의 어릴 적으로 돌아가서 엄마의 친구가 되는 이야기'라는 작가님의 한마디에 꽂혔다"고 밝혔다.
이는 극 중에서도 드러난다. "엄마에게 그런 시간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이것뿐이었을까. 내가 알지 못한 엄마의 시간들. 내가 그동안 엄마의 시간을 얼마나 놓쳐왔던 걸까"라는 윤영의 내레이션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함을 안겼다.
비단 엄마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몰랐던 부모들의 아름다운 젊은 날을 조명하고 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매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또한 1980년대 하면 잊어서는 안 될 민주화운동부터 87년 민주항쟁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사건들도 다루며 시대가 지닌 아픔과 그날의 희생을 기억하게 만든다.
후반부에 돌입하며 백윤영의 아버지 백희섭(이원정 분)의 비밀이 공개됐는데, 큰아버지 백유섭(홍승안 분)만 챙기며 무능한 가장으로 보였던 그가 사실은 5.18 민주화운동의 피해자이자 유족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백유섭은 서울대에 들어가 학생운동에 앞서고 이를 숨겨준 백희섭과 함께 모진 고문을 받는다.
피투성이가 된 백희섭은 자신을 찾으러 온 백윤영에게 묻는다. "괜찮아. 잘못을 했으니까 벌 받는 건 당연하잖아. 잘못을 했으니까 일이 다 이렇게 됐겠지. 안 그러면 대체 왜 우리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 그런데 넌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라고. 작품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그 시절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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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스릴러와 추리적인 면에서 빈틈이 있는 것도 아니다. 16부작으로 편성된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4회를 남겨두고도 전혀 늘어지지 않는 데다 여전히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처럼 장르물에 휴먼, 로맨스, 심지어는 시대적 배경까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적절하게 녹아들어 조화를 이룬다. 섬세하게 쌓아 올린 서사에 탄탄한 구성까지 더해지니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말 그대로 '명작'이다.
여기에 홍이삭 '그 밤을 내게 줘요', 하현상 '그대가 나에게 그러하듯', 적재 '스잔' 등 80년대 분위기를 120% 살리는 OST 또한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어쩌다 마주친, 그대'다. 몰아보기 딱 좋은 시점, 아직 시작하지 못한 시청자들이 있다면 멀고 긴 시간을 돌지 말고 하루빨리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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