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먹고 마시고 웃다가 곱씹고, 좋다!
휴식같은 여행기가 찾아온다. 보고 듣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먹고 마시고 웃다보면 곱씹게 되고, 또 그게 좋아져 웃는다. 이 여행에 함께하고 싶어 저도 모르게 외친다. 나도 껴줘! OTT플랫폼 웨이브 새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감독 이종필)다.
‘박하경 여행기’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선생 박하경(이나영)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다. 걷고, 먹고, 만나고, 사유하는 박하경을 따라 일상 속 화두들을 조심스레 똑똑똑 노크한다.
동행하고 싶은 여행이다. 잔잔하지만 이야깃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꿈꾸는 자에게 책임감을 묻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지 않게 들려주고, 세대 간 갈등에 대해선 무겁지 않게 들려준다. 연애하지 않는 시대에 대해선 로맨틱한 질문을 던지고, ‘말’에 대한 단상들은 ‘묵언’으로 보여준다. 소품집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보는 이가 공감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힘은 크다. 박하경을 매개체로 요리조리 회차들을 묶어낸 이종필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늘 물음표를 가슴에 품고 사는 박하경 역엔 이나영이 딱이다. ‘아멜리에’ 오두리 도투를 연상케하는 삐쭉머리에 엉뚱한 눈빛, 해맑은 표정으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완성한다. 여기에 서현우, 선우정아, 한예리, 구교환, 박인환 등 매회 바뀌는 배우들을 보는 맛도 훌륭하다. 회차마다 여행지에 딱 맞는 가이드를 배치한 느낌도 든다.
음악은 ‘박하경 여행기’의 맛을 더 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특히 2화에서 이나영이 읊조리는 백현진의 ‘빛’은 회차 주제를 강조하면서도, 자화상을 보는 듯한 또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안긴다. 톡 건들면 눈물이 구슬처럼 또르르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원곡도 좋지만, 서툴고 울퉁불퉁한 이나영의 목소리가 덧입혀져 오묘한 힘을 발휘한다. 24일 1~4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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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