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과 이성경의 사랑은 어떻게 최고의 복수가 됐나
‘사랑이라 말해요’, 감히 디즈니+ 최고의 K드라마라 말할 수 있는 건
https://img.theqoo.net/vfiElA
[엔터미디어=정덕현] "제가 한동진 씨를 좋아해요. 아줌마 아들인 거 처음부터 모르지 않았고, 그 사람이 상처받을 걸 뻔히 알면서도 못 멈췄어요. 아줌마한테 사과는 안 해요. 안 미안하니까. 대신에 오늘부터 그만 미워하고 그만 원망할게요. 그리고 잘 사시길 바랄게요. 진심이에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에서 심우주(이성경)는 한동진(김영광)의 엄마 마희자(남기애)에게 그렇게 고백한다. 불륜으로 아버지를 빼앗아갔고, 아버지가 사망한 후 그들이 살던 집까지 빼앗아간 마희자. 심우주는 마희자에게 복수하려 했고,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 아들인 한동진의 회사에도 들어갔었다.
그렇게 미워하고 복수하려 했던 마희자에게 심우주는 '그만 미워하고 그만 원망한다'고 말하며 심지어 "잘 사시길 바란다"고까지 한다. 아버지의 유언장을 숨기고 사기로 집을 팔려고까지 했던 마희자는 그 사실이 발각되어 감옥에 가게 될 처지였다. 그래서 뻔뻔하게도 심우주를 찾아 처벌불원서를 받으려 했었다.
https://img.theqoo.net/GtGCTg
그런데 도무지 염치라는 것 자체가 없어 보이는 마희자가 심우주의 이런 말들에 흔들린다. 그건 다름 아닌 그가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고, 심우주와 그 집안에 그토록 패악질을 해댄 자신이 그들을 헤어지게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 역시 알기 때문이다. 염치 없는 마희자도 아들 이야기에는 흔들린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온 마희자는 아들에게 묻는다. "동진이 너도 걔 좋아했니?" 그러자 동진이 아무런 힘도 없이 툭 내뱉는 말이 마희자의 심장을 찌른다. "네. 심우주 씨 덕분에 처음으로 행복했고 제가 더 좋아했어요." 거의 버려지다시피 자란 동진은 마희자에게 내내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과 드디어 심우주를 만나 처음으로 행복했다는 말이 못내 밟힌다. 그렇게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래서 행복했지만 그들은 헤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자신 때문에.
https://img.theqoo.net/IRwCxQ
<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극이다.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되고 아버지가 죽고 나서도 그 집을 빼앗은 내연녀 마희자에 대한 심우주의 복수극. 하지만 그 복수극은 엉뚱하게도 미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으로 인해 비로소 이뤄진다. 심우주와 한동진의 사랑은 마희자에게는 비수 같은 상처가 된다.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들 정도로.
"가끔 남들은 다 앞으로 걷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만 늘 뒤로 걷는 기분일까. 궁금했는데, '미워하는 마음이 무거워서 그랬구나' 내려놓고 나니까 결론이 났어요. 한동진 씨 안 만났으면 나는 평생 뒤로 걸었을 거예요." 미워하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삶의 무거움. 그래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뒤로 뒤로만 걷게 되는 삶. 그건 어쩌면 자신마저 파괴하는 삶이 됐을 터였다.
https://img.theqoo.net/hGgreI
하지만 한동진이라는 사람은 아프고 힘들어도 올바르고 선한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가는 사람이었다. 어머니인 마희자가 자기 인생의 '약점'이었지만 그마저 등에 짊어지고 가는 사람. 그래서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마희자가 상처 준 피해자들에게 대신 사과하고 보상을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또한 끝내 그 선한 길을 선택하는 것으로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심우주가 준 상처보다 심우주한테 받은 마음이 더 커서 미워할 수가 없었어요.... 다 줬어요. 응원, 위로, 사랑. 나는 다 받았어요. 나도 고마워요. 나 사랑해줘서." 그건 사랑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이별의 말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은 그 누구보다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 대한 최고의 복수이기도 했다.
https://img.theqoo.net/zzmIac
멜로드라마의 틀에 복수코드와 더불어 휴먼드라마의 온기를 더해 넣은 <사랑이라 말해요>는 최근 보기 드문 깊이를 가진 작품이었다. 인물 하나하나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대본의 촘촘함은 이를 통해 사랑과 미움의 변주를 기막히게 포착해냈고, 김영광과 이성경은 물론이고 성준, 하니, 김예원 같은 배우들은 깊은 몰입으로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했으며 이광영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이 인물의 감정들을 켜켜이 쌓아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다양한 오리지널 K드라마들이 소개되었지만, 감히 단언컨대 <사랑이라 말해요>만큼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은 보기 힘들었다. 배우들에게도 인생캐릭터를 부여한 작품으로 남을 것이고, 아마도 시청자들에게도 인생드라마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https://v.daum.net/v/20230413113919792
‘사랑이라 말해요’, 감히 디즈니+ 최고의 K드라마라 말할 수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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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제가 한동진 씨를 좋아해요. 아줌마 아들인 거 처음부터 모르지 않았고, 그 사람이 상처받을 걸 뻔히 알면서도 못 멈췄어요. 아줌마한테 사과는 안 해요. 안 미안하니까. 대신에 오늘부터 그만 미워하고 그만 원망할게요. 그리고 잘 사시길 바랄게요. 진심이에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에서 심우주(이성경)는 한동진(김영광)의 엄마 마희자(남기애)에게 그렇게 고백한다. 불륜으로 아버지를 빼앗아갔고, 아버지가 사망한 후 그들이 살던 집까지 빼앗아간 마희자. 심우주는 마희자에게 복수하려 했고,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 아들인 한동진의 회사에도 들어갔었다.
그렇게 미워하고 복수하려 했던 마희자에게 심우주는 '그만 미워하고 그만 원망한다'고 말하며 심지어 "잘 사시길 바란다"고까지 한다. 아버지의 유언장을 숨기고 사기로 집을 팔려고까지 했던 마희자는 그 사실이 발각되어 감옥에 가게 될 처지였다. 그래서 뻔뻔하게도 심우주를 찾아 처벌불원서를 받으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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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무지 염치라는 것 자체가 없어 보이는 마희자가 심우주의 이런 말들에 흔들린다. 그건 다름 아닌 그가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고, 심우주와 그 집안에 그토록 패악질을 해댄 자신이 그들을 헤어지게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 역시 알기 때문이다. 염치 없는 마희자도 아들 이야기에는 흔들린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온 마희자는 아들에게 묻는다. "동진이 너도 걔 좋아했니?" 그러자 동진이 아무런 힘도 없이 툭 내뱉는 말이 마희자의 심장을 찌른다. "네. 심우주 씨 덕분에 처음으로 행복했고 제가 더 좋아했어요." 거의 버려지다시피 자란 동진은 마희자에게 내내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과 드디어 심우주를 만나 처음으로 행복했다는 말이 못내 밟힌다. 그렇게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래서 행복했지만 그들은 헤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자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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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극이다.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되고 아버지가 죽고 나서도 그 집을 빼앗은 내연녀 마희자에 대한 심우주의 복수극. 하지만 그 복수극은 엉뚱하게도 미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으로 인해 비로소 이뤄진다. 심우주와 한동진의 사랑은 마희자에게는 비수 같은 상처가 된다.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들 정도로.
"가끔 남들은 다 앞으로 걷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만 늘 뒤로 걷는 기분일까. 궁금했는데, '미워하는 마음이 무거워서 그랬구나' 내려놓고 나니까 결론이 났어요. 한동진 씨 안 만났으면 나는 평생 뒤로 걸었을 거예요." 미워하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삶의 무거움. 그래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뒤로 뒤로만 걷게 되는 삶. 그건 어쩌면 자신마저 파괴하는 삶이 됐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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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동진이라는 사람은 아프고 힘들어도 올바르고 선한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가는 사람이었다. 어머니인 마희자가 자기 인생의 '약점'이었지만 그마저 등에 짊어지고 가는 사람. 그래서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마희자가 상처 준 피해자들에게 대신 사과하고 보상을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또한 끝내 그 선한 길을 선택하는 것으로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심우주가 준 상처보다 심우주한테 받은 마음이 더 커서 미워할 수가 없었어요.... 다 줬어요. 응원, 위로, 사랑. 나는 다 받았어요. 나도 고마워요. 나 사랑해줘서." 그건 사랑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이별의 말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은 그 누구보다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 대한 최고의 복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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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드라마의 틀에 복수코드와 더불어 휴먼드라마의 온기를 더해 넣은 <사랑이라 말해요>는 최근 보기 드문 깊이를 가진 작품이었다. 인물 하나하나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대본의 촘촘함은 이를 통해 사랑과 미움의 변주를 기막히게 포착해냈고, 김영광과 이성경은 물론이고 성준, 하니, 김예원 같은 배우들은 깊은 몰입으로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했으며 이광영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이 인물의 감정들을 켜켜이 쌓아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다양한 오리지널 K드라마들이 소개되었지만, 감히 단언컨대 <사랑이라 말해요>만큼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은 보기 힘들었다. 배우들에게도 인생캐릭터를 부여한 작품으로 남을 것이고, 아마도 시청자들에게도 인생드라마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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