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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일타스캔들 [씨네21] '일타 스캔들' 정경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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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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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작업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남는 건 작품의 흥행보다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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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 장애를 앓는 일타 수학 강사 최치열(정경호)과 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로 지금은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남행선(전도연).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사람이 밥이라는 매개체로 만나 서로에게 스며드는 이야기다. 5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마지막 2화를 앞둔 시점에는 18.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교육열 높은 동네의 학원가를 둘러싼 부모와 학생들 이야기에 쇠구슬 살인사건이라는 미스터리까지 더해져 전 연령층에 어필하며 인기몰이를 했지만, <일타 스캔들>은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전도연과 정경호의 로맨스 케미스트리, 사교육계의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일타 강사라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돋보인 드라마였다.


정경호는 ‘스타’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다. 친구들이 스타가 되라고 붙여줬다는 ‘정 스타’라는 별명 외에도 그가 처음 대중에게 주목받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최윤부터 영화 <롤러코스터>의 ‘육두문자맨’ 마준규,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의 스타 작곡가 하립 등 연예인 역할만 다섯번이었다. ‘연예인 연기 전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경호는 강의실로 옮겨온 <일타 스캔들> 무대에서도 전매특허인 스타성을 가감 없이 발휘한다. 정경호가 연기해온 슈퍼스타의 얼굴을 떠올려보면 그는 스타의 화려한 모습보다 그 이면의 얼굴을 묘사하는 데 장기를 발휘한다. 슈퍼스타를 떠올렸을 때 연상할 수 있는 자신만만하거나 자존심 강한 얼굴, 혹은 무대에서와는 상반된 지치고 피곤한 얼굴 등을 섬세하게 드러냈고 스스로 “하찮음”이라고 표현하는 능청스러운 리액션을 더해 정경호는 매번 다른 스타의 얼굴을 빚어냈다. 장르물 <라이프 온 마스>처럼 극단적인 감정 표현을 감탄스럽게 해내기도 하지만 그의 진가는 일상적인 대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준완처럼 똑 부러지는 발음으로 전문용어를 자기 입말처럼 뱉어내거나 특유의 나긋한 말투로 어떤 대사든 찰기 있게 전달한다. <일타 스캔들>의 최치열은 이런 그의 매력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였다. 11년째 공개 연애 중인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최수영이 <일타 스캔들>을 보고 “오빠가 제일 잘하는 거 했네”라고 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데뷔 20년차, 이제는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대중에 확실히 각인되고 있는 배우 정경호를 <일타 스캔들>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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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온 마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 이어 박성웅 배우와 세 번째 합을 맞춘 영화 <대무가>와 마동석과 출연한 <압꾸정>을 통해 지난해 브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던 정경호에게 <일타 스캔들>은 간만의 로맨스였다. “전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나름 로맨스를 진하게 했다고 생각해서 장르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일타 스캔들>의 로맨스는 마냥 달콤하지 않고 쌉싸름한 데도 있다. 후반에는 장르가 한번 바뀌기도 하잖나. 오랜만에 편안한 드라마를 하는 전도연 선배와 함께해 너무 행복했고 많이 배웠다.” 전도연 배우와의 연기 합을 묻자 “전도연 선배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대선배와 멜로 연기를 하고 한 카메라에 투숏이 잡힌다는 것 자체가… 안 그런 척하다가 컷, 하면 감독님한테 가서 ‘아, 너무 좋다. 이게 성공한 기분일까’ 하며 장난치기도 했다.”

현강, 인강, 출판, 거기에 부가가치까지 합치면 연평균 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1조원의 남자’ 최치열은 타인에게 무심하고 뭔가 휑한 삶을 사는 캐릭터다. 예민하고 까칠하다는 점에서 그가 맡았던 이전 캐릭터들과 연장선상에 있다. “왜 이렇게 살이 안 찔까. 가만히 내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니 8년 동안 예민하거나 섭식 장애가 있거나 몸이 아픈 환자거나 볼이 홀쭉 들어간 형사였더라. 까칠한 얼굴로 뛰고 쓰러지고 죽는 연기를 자주 했다.” 한때는 까칠하고 예민한 캐릭터들마다 다른 개성을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캐릭터의 차별화보다 자신의 감정을 잘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TV로 내 모습을 보면서 지난해와 다르고 지지난해와 다르다고 느낀 적이 있다. 한살 한살 나이 먹으며 내가 달라지니 비슷한 캐릭터라도 기쁘거나 슬픈 표현이 다를 수 있겠구나. 그래서 41살의 정경호가 표현하는 최치열의 아픔과 슬픔은 또 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타 스캔들>을 통해 치열한 일타 강사의 세계도 새롭게 알게 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준비하며 흉부외과 의사를 쫓아다녔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타 강사로 불리는 학원 강사를 소개받아 그의 생활을 관찰했다. “개인 시간이 없더라. 쉴 시간도 돈 쓸 시간도 없다. 집에 가서도 노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일만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 위하는 마음만으로도 일타구나 싶더라.” 일타 강사의 일상도 연예인과 다를 바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게시판부터 확인한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끝나고 후기를 찾아보는 것과 비슷하다.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내가 말을 그렇게 느리게 했다고?’ 그러면 실장님이 곁에서 ‘다음 문제는 말을 더 빨리 하시고, 학생들이 몇번 문제를 원하는 것 같으니 이 문제를 푸셔야 돼요’ 한다. 이런 삶이 있다는 걸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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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정경호는 올해로 20년차 배우다. “어렸을 때는 아등바등 간신히 연기를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생각에 매해 쉼 없이 달려왔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데뷔 때로는 못 돌아갈 것 같다.” 모든 작품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3년 동안 김준완이라는 캐릭터로 살게 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에겐 각별하다. “가장 꾸미지 않은 연기를 한 시절이지 않을까. 어느 순간 정경호가 김준완인지 헷갈릴 정도로 캐릭터 자체가 나 자신이 되어 있더라. 그때 멤버들도 감독님도 똑같이 얘기한다. 신기한 경험이었고, 오래 한 만큼 애정이 길게 남았다.” 함께 작업한 신원호 PD도 그의 작업을 꾸준히 응원해주고 있다. “<압꾸정> 촬영 때도, 이번에도 ‘잘하고 있어. 살살해’ 하고 연락해주셨다. 가끔 모니터링도 해주신다.”

정경호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언제나 사람”이다. “누구와 작업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남는 건 작품의 흥행보다도 사람이다.” 그간 정경호의 인터뷰에도, 함께한 동료 배우들의 인터뷰에도 “현장의 분위기가 좋았”다거나 “정경호가 늘 분위기 메이커였다”는 얘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까지 좋지 않은 현장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현장이 재미없을 수 있지? 혹자는 ‘너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나는 정말로 좋은 현장,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어 동료 배우들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지 실장 역의 신재하 배우는 형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동생이다. 치열을 돕는 지 실장처럼 제 일을 정말 잘해내는 친구다. 드라마에서는 거의 함께 연기한 장면이 없지만 장영남 선배님의 연기도 볼 때마다 감탄했다. 선배님이 아니라면 선재 엄마를 이렇게까지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 한 장면이라도 같이 연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울 정도다.”

정경호는 배우 한명 한명에 대해 언급했지만 본인의 연기에 관해서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칭찬이든 뭐든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정경호에게 구체적인 연기 준비 방법을 묻자 “대본에 충실하자는 주의라 나에게는 대본을 100% 숙지하는 일이 첫 번째”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본이 완벽히 숙지돼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오른쪽 주머니에 항상 쪽지 대본을 넣고 다닌다. 연기할 때 오른쪽 주머니에 대본이 있어야 말을 하게 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일타 스캔들>은 수학 공식 빼고는 대본을 외우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가장 외우기 어려웠던 대본은? “당연히 의학 용어가 가득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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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인터뷰에서 마흔이 된 자신의 모습이 기대된다고 얘기한 정경호는 “지금이 정말 좋을 때”라고 말했다. “잘 버텨왔고 더 보여줄 게 많았으면 좋겠다. 재우 역의 오의식 배우와는 예전부터 알고 지낸 동갑내기 친구인데 최근에 이런 얘기를 나눴다. ‘이 시기를 어떻게 잘 견디고 버티느냐는 우리한테 달렸다’고. 신인 시절에는 누구나 다 열심히 하잖나. 어느 순간 딱 중간의 나이가 됐다. 현장에 선배님도 많고 나보다 어린 배우들과 연기를 할 때도 많다. 이 자리에서 나라는 배우는 어떻게 견딜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아버지인 정을영 PD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데뷔 때부터 말해온 꿈도 여전하다.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낸 지 오래됐다. 아버지 덕분에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된 것 아닐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 신념도 있었지만 아버지 때문에 말도 행동도 바른 아들이 돼야 했다. (웃음) 이런 게 오래 몸에 배어서 좋은 작품도 만나게 됐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도 계속 작품을 준비하고 계신다. 아직 답변은 안 주셨지만 주인공 아니어도 되니까… 기회가 되면 한번은 함께 작업하고 싶다.”

<일타 스캔들>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응원과 함께 2023년을 시작한 정경호는 곧 스크린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라희찬 감독의 영화 <보스>에 출연한다. “조우진, 박지환 배우와 함께 5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꿈이 있는 건달 역할인데 휴먼 코미디라 이번에도 잘 놀 수 있을 것 같다.” 20년차 배우로서 “올해 단호한 마음을 가져보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살도 좀 찌우고 공부도 하려고 한다. 작품만으로 나 자신을 채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나를 더 채워야 새로운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까칠한 역할은 그만하고 쉬어가면서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꼭 이런 마음을 먹을 때마다 좋은 작품이 들어오긴 하지만(웃음) 이번에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변화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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