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경·김영광의 지독한 짠내 연기, 왜 이렇게 좋냐 진짜
“너는, 잘 먹고 잘 사는구나..”
별 기대 없이 플레이를 눌렀을 뿐인데, 의외의 취향 저격, 제대로 시간 순삭이다. 현실적인 스토리 안에 독특한 인물 관계, 이를 몰입감 있게 그려낸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톤다운에도 지루할 틈 없는 시원한 대사들과 다채로운 케미까지. 심상치 않은 아우라의 감성 멜로, ‘사랑이라 말해요’(연출 이광영)다.
몸에 딱 달라붙는 호피 무늬 원피스를 입은 ‘우주’(이성경)가 향한 곳은 15년 전 가족을 버리고 새 애인과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장. 기겁하는 상주를 향해 우주는 “아줌마, 그새 많이 늙었네요?”라고 임팩트 갑 한 방을 날린 뒤 제대로 개망신을 준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기회였건만, 어쩐지 후련하질 않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 모든 것을 앗아간 불륜녀, 이들의 행복을 허락한 세상이 그저 원망스러운 우주는 더 절망스러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떠나자마자, 불륜녀가 삼남매이 살고 있는 집마저 마음대로 처분해버렸고, 그래서 당장 길거리로 나가 앉을 상황이 됐다는 것.
‘우주’는 그 돈이 불륜녀와 연락 두절됐다가 최근 모습을 드러낸 아들 동진(김영광)에게 흘러갔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이 본능이 되살아난다. 그렇게 여자 ‘우주’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삼 남매 중 둘째인 우주는 겉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고, 표현은 지나치게 솔직하고 거칠지만, 따져보면 다 맞는 말이다. 일은 똑 부러지게 잘 하고, 알고 보면 굉장히 잘 참는다. 은근히 정의롭고, 아이러니하게도 소심하다. 어떤 집단에서든 꼭 한 명은 존재할 법한, 언뜻 부담스럽지만 알수록 스며들게 되는 그런 인물이다.
‘우주’완 정반대로, 등장부터 고구마 200개를 먹은 듯한 우중충한 분위기의 ‘동진’(김영광). 우주는 그가 대표로 있는 최선전람의 사무 보조 알바로 취직해 장기 복수를 계획한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오히려 자신보다 더 우울하고 외로워 보이는 회색빛 그 자체인 동진의 삶에 크게 당황한다.
훈훈한 우주의 ‘남사친’ 윤준(성준)은 예상을 깨고 우주가 아닌 남자 보는 눈이 전혀 없는 우주의 언니, 심혜성(김예원)과 엮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동진 전 연인, ‘민영’(안희연)이 삼각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https://img.theqoo.net/ztfYY
김영광 이성경. 사진I디즈니플러스
이처럼 1,2화에서는 우주의 성격을 보여주는 현재와 과거 일화들을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그녀가 왜 동진에게 복수를 하려는지도 설득력이 있다. 이 기가 막히는 상황에,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이 아닌 현실적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법한 전개로 오히려 흥미를 끌어올린다. 단조로움을 깨는 한 방은 쫄깃한 ‘말맛’이다.
“누군가에게 ‘우리도 이렇게 살아요.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요. 언젠가 당신의 인생에도 변화가 올테니’라는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옆집에 사는 인물들의 각종 기구한 사연들처럼, 고민도 아픔도 많지만 그냥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버무린다. 이들이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들, 스치고 함께하고 적대하는 무수한 에너지의 한 챕터를 덤덤한듯 따뜻하게 조명한다.
오는 3월 1일 공개될 3, 4회에서는 외로운 ‘동진’을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빠뜨린 구여친 ‘민영’(안희연)이 본격 등장한다. 오해가 풀린 뒤 ‘최선전람’으로 복귀한 ‘우주’(이성경)는 제대로 된 복수를 시작하지 못한 채 복잡한 심경에 휩싸이고, 동진은 그런 우주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예기치 못한 재회로 이 복잡한 관계를 더욱 더 격하게 흔들 민영까지, 그야말로 ‘띵작’ 예감이다.
무엇보다 김영광 이성경의 극과극 색깔과 섬세한 표현력, 깊이감을 더한 연기 변신은 빛난다. 극의 활력을 더한 성준, 김예원의 감초 열연은 또 어떻고. 어쩌다 발견한 이 기분 좋은 예감이 회를 거듭할수록 확신으로 바뀔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매주 수요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2회차씩 공개된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https://naver.me/5BvCtHP0
“너는, 잘 먹고 잘 사는구나..”
별 기대 없이 플레이를 눌렀을 뿐인데, 의외의 취향 저격, 제대로 시간 순삭이다. 현실적인 스토리 안에 독특한 인물 관계, 이를 몰입감 있게 그려낸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톤다운에도 지루할 틈 없는 시원한 대사들과 다채로운 케미까지. 심상치 않은 아우라의 감성 멜로, ‘사랑이라 말해요’(연출 이광영)다.
몸에 딱 달라붙는 호피 무늬 원피스를 입은 ‘우주’(이성경)가 향한 곳은 15년 전 가족을 버리고 새 애인과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장. 기겁하는 상주를 향해 우주는 “아줌마, 그새 많이 늙었네요?”라고 임팩트 갑 한 방을 날린 뒤 제대로 개망신을 준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기회였건만, 어쩐지 후련하질 않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 모든 것을 앗아간 불륜녀, 이들의 행복을 허락한 세상이 그저 원망스러운 우주는 더 절망스러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떠나자마자, 불륜녀가 삼남매이 살고 있는 집마저 마음대로 처분해버렸고, 그래서 당장 길거리로 나가 앉을 상황이 됐다는 것.
‘우주’는 그 돈이 불륜녀와 연락 두절됐다가 최근 모습을 드러낸 아들 동진(김영광)에게 흘러갔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이 본능이 되살아난다. 그렇게 여자 ‘우주’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삼 남매 중 둘째인 우주는 겉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고, 표현은 지나치게 솔직하고 거칠지만, 따져보면 다 맞는 말이다. 일은 똑 부러지게 잘 하고, 알고 보면 굉장히 잘 참는다. 은근히 정의롭고, 아이러니하게도 소심하다. 어떤 집단에서든 꼭 한 명은 존재할 법한, 언뜻 부담스럽지만 알수록 스며들게 되는 그런 인물이다.
‘우주’완 정반대로, 등장부터 고구마 200개를 먹은 듯한 우중충한 분위기의 ‘동진’(김영광). 우주는 그가 대표로 있는 최선전람의 사무 보조 알바로 취직해 장기 복수를 계획한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오히려 자신보다 더 우울하고 외로워 보이는 회색빛 그 자체인 동진의 삶에 크게 당황한다.
훈훈한 우주의 ‘남사친’ 윤준(성준)은 예상을 깨고 우주가 아닌 남자 보는 눈이 전혀 없는 우주의 언니, 심혜성(김예원)과 엮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동진 전 연인, ‘민영’(안희연)이 삼각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https://img.theqoo.net/ztfYY
김영광 이성경. 사진I디즈니플러스
이처럼 1,2화에서는 우주의 성격을 보여주는 현재와 과거 일화들을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그녀가 왜 동진에게 복수를 하려는지도 설득력이 있다. 이 기가 막히는 상황에,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이 아닌 현실적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법한 전개로 오히려 흥미를 끌어올린다. 단조로움을 깨는 한 방은 쫄깃한 ‘말맛’이다.
“누군가에게 ‘우리도 이렇게 살아요.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요. 언젠가 당신의 인생에도 변화가 올테니’라는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옆집에 사는 인물들의 각종 기구한 사연들처럼, 고민도 아픔도 많지만 그냥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버무린다. 이들이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들, 스치고 함께하고 적대하는 무수한 에너지의 한 챕터를 덤덤한듯 따뜻하게 조명한다.
오는 3월 1일 공개될 3, 4회에서는 외로운 ‘동진’을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빠뜨린 구여친 ‘민영’(안희연)이 본격 등장한다. 오해가 풀린 뒤 ‘최선전람’으로 복귀한 ‘우주’(이성경)는 제대로 된 복수를 시작하지 못한 채 복잡한 심경에 휩싸이고, 동진은 그런 우주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예기치 못한 재회로 이 복잡한 관계를 더욱 더 격하게 흔들 민영까지, 그야말로 ‘띵작’ 예감이다.
무엇보다 김영광 이성경의 극과극 색깔과 섬세한 표현력, 깊이감을 더한 연기 변신은 빛난다. 극의 활력을 더한 성준, 김예원의 감초 열연은 또 어떻고. 어쩌다 발견한 이 기분 좋은 예감이 회를 거듭할수록 확신으로 바뀔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매주 수요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2회차씩 공개된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https://naver.me/5BvCtHP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