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감독님 인터뷰를 읽고
치열이 집이 치열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주절주절..
최치열은 어떤 사람일까?
1조원의 남자, 연예인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남자지만
인물소개에 따르면 '가진 게 많아 보이나 뭔가 휑한 삶을 사는' 사람
상담해주시는 선생님이 보기에는 '경계가 심하고, 주변 사람들하고는 관계를 안 맺는' 사람
이런 치열이의 특성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곳은 바로 집인데
넓긴 하지만 어둡고, 조명으로 밝혀두어도 완전히 환해지지 않는 곳
미술감독님이 구현하고자 한 치열이의 공간은 '어둡고 차갑고 통창 밖 풍경마저 콘크리트 벽에 가려져 사람들과 차단된 상태'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 않는, 차가운 치열이의 마음과 똑같은 곳
치열이는 그 집 안에서도 가장 어둡고 낮은 바닥에서 지내지
그런데 행선이를 만나게 되면서 치열이 마음에도 변화가 생김
햇살에 조금씩 스며드는 치열이의 변화가 이곳저곳에서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치열이의 마음을 표현한 '집'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재밌음
행선이가 들어오자마자 환해지는 집
물론 행선이가 들어온 게 아침이니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조차도 햇살같은 행선이를 상징하는 것 같달까
같은 장소에서 행선이가 있고 없고를 보면 차이가 조금 더 분명한데
치열이 혼자인 집은
분명 아침이고 커튼도 활짝 열어놨지만, 치열이가 엎드려 있는 쪽은 어둑한데
행선이가 들어오고 나서는 확실히 치열이가 누워있는 곳까지 밝음
치열이 얼굴까지 스며들어오는 햇빛도 보이고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이야
햇살같은 여주에게 스며드는 남주..라는 비유적 표현이 이 장면에서 되게 시각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촬영감독님도 '행선과 치열이 만난 이후부터는 어둡고 차가운 공간에 햇살이 깊게 들어온다' 라고 하신걸 보고, 의도된 게 맞구나 싶었음
이렇게 치열이의 집 = 치열이의 마음으로 생각한다면
행선이가 치열이 집 곳곳을 둘러보는 것 = 치열이의 마음을 살펴봐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래된 우유를 버려주고
(해묵은 치열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먼지를 털어줌)
쌓여있는 약통을 발견하고
(치열이의 가장 약한 부분을 들여다 봄)
그리고 치열이의 정원까지 살펴봄
이 부분이 재밌는데 - 미술감독님이 구현한 정원은 '치열의 마음 한 켠에 남은 정서' 라고 하셨더라고
그래서 이 집의 정원은 치열이 마음에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말랑말랑하고 약한 부분을 나타내는 거 아닐까? 싶었음
치열이가 감추고 있지만 마음 한쪽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말랑한 곳
그래서 이 정원을 살펴보고 가는 행선이가 결국은 치열이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 본게 아닌가 싶음
p.s.
행선이랑 같이 가는
한의원에 입고갈 옷을 고르는 치열이 드레스룸도 밝음
행선이 생각만 해도 밝아지는 치열이 마음이 아닐까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