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가 살수로 활동하기 전, 단향곡에서 수련하던 때의 그녀는 '새알'이었어
당시 낙수는 높은 나무 위에 놓여진 새알에 자기를 대입했고, 어미새가 와서 품어주기를 바라던 마음이 있었어
그 시기에 만난 게 서율인데
서율은 단향곡에 '새를 보러 갔다'고 하고
그 새가 춥지 않았을지를 걱정하고 함께 새를 부르던 기억을 떠올려
서율에게 낙수는 계속 '새'였기 때문에 서율은 그녀를 잡을 수 없었던 거야
내가 잡을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었던 거지
더불어 서율은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새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낙수에게서 '새'를 보았던 것인지도 몰라
장욱이 만난 낙수는 이미 살수가 된 이후이기 때문에 '둥지를 떠나 날아오른 새'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장욱에게 낙수는 계속 품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새알로 보였던 거야
당시 기력을 잃은 상태인데다가, 들켜도 죽고 폭주해도 죽고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니
날개가 부러지고 다리도 부러져서 날 수 없게 된 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신기하게 장욱은 그녀를 다친 새가 아니라 '새알'로 인식했어
그래서 그 새알이 깨지지 않도록 자신이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거지
음양옥으로 두 개의 새알을 만든 것도 낙수에게서 새알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욱 자신도 누군가 찾아와주길 바랐던 '새알'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
따듯하게 해준다며 들려 준 무덕이의 새알 이야기가 가슴에 오래 남았던 이유도
장욱 자신이 '새알'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3년 뒤, 다시 만난 조영은 새장에 갇힌 새였어
다리에는 족쇄 같은 추섭사가 묶여 있고, 몸에 바느질까지 된 갇힌 새
심지어 알을 낳으라고(?) 강요 당하는 중이기까지 했던
처음 장욱은 그 새를 풀어서 날아가게 해 줄 생각이었지
그런데 정작 이 새가 문이 열려 있어도 날아가지를 않고 계속 장욱 주위에 머무르는 거야
멀리 날아가라고 훠이~ 훠이~ 손짓을 해도 자꾸만 돌아와서는 장욱 곁에 머무르며 품어주겠다며 온기를 나눠주는 거지
장욱에겐 새를 부르는 피리도 없는데
곁을 떠나지 않고 옆에서 계속 재잘거리고 푸드덕거리고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야
알고보니 자기가 품어주었던 그 새알이 알을 깨고 나온거였는데 그걸 몰라봤던 거
흥미로운 건 조영을 만났을 때 장욱 자신도 갇힌 새였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