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화에 동은이 올라갔던 폐건물 옥상은 철저한 슬픔과 회한, 무력함의 장소였지만,
세명시에 정착해 올라간 에덴빌라의 옥상은 이제까지 연진과 그 일당들을 목표로 삼아 이제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그들을 내려다보는 공간.
폐건물의 옥상에서 소희가 추락하고, 동은이 아무도 돌보지 않는 슬픔을 삼켰다면
이제 에덴빌라의 옥상은 동은이 연진을 지켜보고 하나하나 덫을 실행해가는 장소가 되었어.
2. 처음으로 하게 된 바둑 과외에서 동은은 바둑판의 정가운데에 흑돌을 놓지.
그걸 보고 한숨을 쉬며 여정은 말해. 바둑은 집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며,
가장자리에서부터 집을 부수기 위해 천천히 조여들어가야 하는 싸움이라고.
<더 글로리>의 오프닝을 보면 마지막 부분에 백돌이 모두 사라지고 흑돌이 그 자리를 다 채우잖아.
그래서, 가장 가장자리(세명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는 것부터 시작해, 선생의 아들인 교대 선배와의 친분을 쌓고...)부터 하나씩 집을 지어온
동은의 마지막은 완전한 복수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그리고 이세돌도 모르면서 바둑을 배우겠다는 동은에게 여정은 설명해. 바둑이란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싸우는 싸움이라고.
그런데 나중에 동하가 편의점에서 동은에게 묻잖아. 왜 바둑을 좋아하냐고. 그 질문에 동은이는 이 여정의 말을 그대로 옮겨 답하더라고.
동은이 마음에 여정과의 짧은 과외는 기술을 배우기 위함만이 아닌,
정말로 전의를 다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
3. 에덴빌라의 주인 할머니는 처음 집에 방문한 동은에게 이제 드디어 온 것이냐는 질문을 하지.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에서 신이 등장하고 삼신할매가 등장했듯
나도 많은 덬들의 궁예처럼 이 할머니가 신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어.
자신이 수많은 신들에게 빌었지만 신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척" 할 뿐이라고 동은은 독백하지.
하지만 사실은 신은 "할머니로 존재하는 척" 하면서
동은에게 시세보다 싸게 살곳을 내어주고
전기세와 수도세를 체크하면서 동은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티나지 않게 그러나 살뜰하게 지켜보고
방문한 첫날, 하늘에서 땅을 향해 부는 "천사의 나팔꽃" 대신에
땅에서 하늘을 향해, 어쩌면 불경하게 불어제끼는 "악마의 나팔꽃" 을 선물하며 환영하지.
어디 한번 마음껏, 너의 원통함과 서러움을, 닿지 않을 것 같은 그들에게 다 풀어내 보라는 것처럼 느껴졌어.
3-1.
같은 맥락에서, 연진은 자신의 기상 스크립트를 대신 써 주는 작가에게
원고를 칭찬하는 듯이, 여권 만들라고, 휴가 때 가고 싶은 나라 정해 오라며 말하지.
신나하며 작가가 자리를 뜬 뒤에, 연진은 말해. "내가 방금 푼돈 써서 쟤 하늘이 되었다"고.
어쩌면 연진은 그렇게 계속해서 알량한 돈으로 누군가의 하늘이 되어 왔어.
돈으로 친구를 종처럼 부리고, 돈으로 직장에서 자리를 보전하고, 돈으로 모두를 굴복시키는 게 익숙한 삶.
연진이 동은을 집요하게 괴롭힌 이유는, 다리미로 다리까지 지져지면서도 동은은 연진을 하늘로 삼지 않은, 거의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이제 동은이 품은 악마의 나팔꽃이, 스스로를 하늘로 여기는 연진에게 불어제껴질 시간이 왔어.
그래서.... 3월 시즌2 언제 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