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는 그게 됐고 그럴 수 있었으며, 그럴려고 했지
무덕이 하나만 지키면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그렇게 살아도 됐으니까
그때의 박진은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던 총수였고 장욱은 그냥 도련님이었으며,
친구들도 아직 다 어렸고 큰 책임을 진 사람들이 아니었지
자기가 장강의 아들이 아니란 말은 들었지만 그 뒤에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는 몰랐고
얘 어깨에 짐이 따로 짊어져 있지도 않았어
그러니까 무덕이 하나만 보고 가는 게 가능했지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얼음돌을 가지고 있는 자의 책임이 있어
그걸 자기가 끝까지 지켜내든, 함께 사라지든 해야 하는 책임이 얘한테 있는 거야
자기 결정 하나에 박진의 목숨과 김도주의 행복과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책임지고 있는 조직의 미래가 달려있어
그 한 걸음에 몇 백년 역사의 대호국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으며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지
무덕이 하나만 보고 살 수 있던 과거의 장욱으로 지금 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야
장욱이 3년 동안 겪은 고통은 무덕이의 죽음에만 이유가 있지 않다고 봐
제왕성의 운명과 선왕이 환혼술로 자기 어머니를 범해서 태어난 존재라는 사실이 주는 괴로움도 그에 못지 않게 크다고 보거든
그 절반의 어두움을 지금 영이는 몰라
그 절반의 영역까지는 무덕이도, 영이도 들어와보지 못했으니까
다른 모든 걸 버리면서 대신 그 한 사람을 택하는 게 3년 전의 사랑의 방식이었다면
지금 다시 시작하는 사랑은
상대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절반의 어두움까지 보여주고
너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겠다 말하지 않으며
대신 함께 지켜나가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을 하게 되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