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인 걸 알고 곁에 두었고, 그걸 철저히 숨기면서 사랑했으니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온갖 이들이 자기와 낙수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건 내가 감당할 몫이라고 장욱도 생각은 했을 거야
하지만 그녀가 죽은 지 3년이 된 지금까지 사람들은 가짜 낙수를 만들어 내 돈 벌이를 했고,
욱이의 약점을 잡겠다며 이미 없는 낙수를 계속 이용해온 거니까
욱이는 내가 사랑했던 여인이 그렇게 불려나와 모욕당하고 전시되는 게 괴로웠을 거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도록 해주는 게 내가 그녀를 위해 할 마지막 일이겠구나
그리 하려면 가짜 낙수를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내 손으로 죽여야만 하는 거지
그러나 가짜 낙수를 찌르는 칼에 한 톨의 두려움이 과연 없었겠느냐고
3년 간 폭주한 환혼인들을 죽이면서
혹시 내 연인이 다시 다른 이로 환혼을 하였고, 내가 지금 죽이는 게 진짜 무덕이면 어쩌지 하는 1초의 망설임이 없었겠느냐고
죽은 환혼인들의 눈에서 혹시라도 진짜 낙수의 모습이 보이면 어쩌지 하는 그런 공포는 없었을까?
그 칼 끝에 두려움이 없으려면, 그 아이가 진짜 3년 전에 죽었다고 믿어야 하는데
나는 그걸 아직 믿을 수가 없고, 확인하면 정말로 그게 사실이 될 것만 같아서 그 아이가 떨여져 내렸다는 절벽에 가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나는 계속 환혼인들을 죽여야만하는 삶을 살아왔던 거야
독주 없이 잠들지 못하는 장욱의 밤과 낮에 마음이 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