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여자 주인공,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애환, 부모 세대와의 갈등과 순응,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과 다르지 않다는 암담함”(김송희) 등이 묘사된 <나의 해방일지>는 “드라마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소재, 서울 근교라는 배경,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흔치 않은 내향적 인물을 가지고 작품을 풀어냈으며 마니아층을 양산”(박현주)해냈다. 또한 “플롯을 구성하는 사건이 되지 못하는 생각과 감정들, 사건 사이의 틈을 비집고 와르르 쏟아지는 말과 사고의 흐름을 펼치고 내면의 풍경을 옮겨온 드라마”(유선주)였다.
“박해영 작가의 전작들이 대중 취향에 최적화된 주문형 생산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작가적 주관이 강하게 드러난 작품”(오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지지자들을 얻은 것은 “일상이 곧 전시가 되는 시대, 누추한 밑바닥의 감정을 때로는 누군가에게 가감 없이 드러내고 위로받고픈 시대의 욕망을 적확하게 짚어냈기”(장영엽)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해방일지>는 “사회적 관계의 피로, 사회적 우울증에 대한 예민한 관찰 일지”(김선영)로서 “소비주의, 비정규직 차별, 서울 중심주의로 만연한 현대인의 삶”(배동미)을 곡진하게 그려내며 “현대인의 ‘내면의 풍경’에 집중해 ‘관계 낯설게 하기’의 새로운 장르”(조혜영)를 구축해냈다.
거의 모든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회 불평등 소재가 차별화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풍부하고 층층이 쌓인 캐릭터”(피어스 콘란)에 있다. 여기에 “캐스팅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인물들의 분량이 적절함을 넘어서 완벽에 가깝게 안배”(오진우)되면서 뛰어난 앙상블을 완성했다.
작품의 정체성을 압축한 한줄의 라인, “나를 추앙해요”는 드라마 제목과 결부할 때 좀더 선명한 의미를 갖는다. 이 대사는 “세속에 찌든 채 낭비되고 있는 사랑을 해방시키고, 엄마가 밥하다 죽음으로써 ‘해방’된 것을 포함하여 각자의 방식대로 ‘해방’을 이야기”(오수경)하며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싶은 수많은 이들을 위한 드라마”(오진우)가 된다. 또한 작품을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추앙’이란 단어를 새롭게 각인시킨 풍경은 “하나의 단어가 여러 사람을 넘나들며 조금씩 다른 의미가 되어가는 순간을 지켜보는 묘미”(장영엽)를 선사했다.
더불어 비언어적인 구간에서도 “감정의 행간을 낭독하는 배우들의 숨 막히는 호흡”(진명현)을 드러내며 시적 상상력을 자극했던, “가장 문학적인 드라마”(진명현)였다. “한국 드라마의 관습을 적극 해체하는 무람없는 태도”(김성찬)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누군가에게는 <나의 아저씨>처럼 ‘인생 드라마’가 될 드라마”(오수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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