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커넥트 [씨네21] '커넥트' 정해인X고경표X김혜준 인터뷰
758 7
2022.12.14 14:46
758 7

16_28_36__6392e3a4b985f_2022121414160138



동수(정해인)는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다. 불현듯 눈앞에 보이는 낯선 풍경이 자신의 눈을 이식한 연쇄살인마의 시선이라는 걸 깨달은 동수는 자신의 눈을 되찾기 위해 연쇄살인마를 쫓는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신인류 ‘커넥트’를 다룬 웹툰 <커넥트>가 일본 장르영화계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와 만났다. 12월7일 전편이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커넥트>는 원작보다 한층 어둡고 독특한 비주얼로 가득하다. 극 속에서 귀와 팔이 뚝뚝 잘라져나가는 고통을 겪는 동수는 정해인이, 기묘한 미감을 가진 섬뜩한 연쇄살인마 진섭은 고경표가 열연했다. 동수를 돕는 정체 모를 소설가 지망생 이랑은 김혜준이 맡아 만화적이고 초현실적인 각각의 캐릭터에 개성 있는 숨결을 불어넣었다. 최초로 한국 드라마 연출을 맡은 미이케 다카시와의 작업, 여느 때보다 상상력이 필요했던 <커넥트> 현장의 이야기를 세 배우에게 들었다.



https://naver.me/5BvcBV57



16_50_57__6392e8e1c7ef8_2022121414160543


정해인은 리액션의 배우다. 스스로 빛을 발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는 그만큼 이목을 끈다. 반면 주변과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그에 맞는 리듬을 선보이는 리액션은 자칫 ‘받쳐주는’ 연기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리액션은 상대를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호흡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내가 아닌 우리, 개인이 아닌 작품. 상대를 관찰하고 작품을 파악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정해인의 연기는 그래서 연기가 아닌 작품 그 자체가 된다. 역설적으로 정해인 배우의 이런 특질은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 되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커넥트>의 동수는 모든 장면에 있지만 모든 장면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동수는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최상의 통로로 거듭난다.



- <커넥트>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 초자연적인 힘으로 서로 다른 두 남자가 연결된다는 소재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전반적으로 톤이 무거워 어둡게 다가오기도 한다. 원작이 있기 때문에 이미지를 잡기 어렵진 않았다.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어 술술 읽은 데다 장르물의 대가인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 연출을 맡는다고 하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악의 교전> <크로우즈 제로> 등 감독님의 작품을 워낙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감독님에게 왜 나를 캐스팅하셨는지 여쭤봤더니, 내가 나온 작품들을 보고 이 배우가 무조건 해주었으면 해 요청했다고 말씀하셨다. 감사하고 신기한 일이다.


-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일본 감독님이라 현장에서 소통의 어려움이 없었는지다. 나 역시 시작할 때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험해보니 언어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에겐 시나리오와 콘티라는 명확한 지도가 있었고, 현장에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분위기다. 오히려 중간에 통역이 있었기 때문에 더 좋은 부분도 있었다. 처음엔 통역을 거쳐서 어떤 말을 하는지 듣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통역을 해주기 전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먼저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말이 아니라 의도와 감정을 파악한다고 해야 할까. 내용적인 부분은 시나리오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보니 서로의 감정과 반응을 살피는, 언어 바깥에서 교감하는 시간이었다.



- 감독님과의 첫 화상 미팅에서 안심을 시켰다던데.
= 전적으로 믿고 따르겠다고 말씀드렸다. 진심이기도 했고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다짐이었다. 감독님 외에는 다 한국 스탭이다보니 외로우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힘을 드리고 싶었다. <커넥트>는 분량이 많고 역할의 비중도 높아서 스스로도 정신 무장이 좀더 필요했다. 작품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당연히 시나리오지만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느냐가 항상 중요하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다는 설렘만큼이나 고경표, 김혜준 배우처럼 좋은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 주인공임에도 홀로 활약하고 도드라지는 것보다 조화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 문득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 배우가 “다른 배우와 캐릭터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되고 싶었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 말씀만으로도 영광이다. 박해일 선배님은 존경하는 선배님이자 닮고 싶은 배우다. 현장 작업은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 악기마다 다른 소리를 하나의 앙상블로 만드는 게 즐겁다. 밴드로 비유하자면 나는 리드 기타보다는 베이스가 되고 싶다. 전체의 톤을 잡고 묵직하게 깔아주면 그 위에서 통통 튀는 다양한 개성들과 하모니를 만드는 재미가 있다. 고경표 배우는 정말 스펙트럼이 넓다. 어떤 역할이든 거기에 맞게 표현을 한다. 현장에서는 늘 재치 있고 재미있는 친구인데, 그런 여유와 작품을 대하는 태도까지 배울 점이 많다. 김혜준 배우가 맡은 이랑은 3화까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가 4화 이후부터 작품 전반의 키를 쥐는 인물이다. 이런 미스터리한 인물의 존재감을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훌륭하게 해냈다.


- 동수는 초재생이라는 강한 능력이 있음에도 움츠러드는 인물이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루한 영웅’이다.
= <커넥트>는 다크 히어로, 안티 히어로물과는 다르다. 동수는 능력이 있지만 그걸 활용할 줄도 모르고 대단한 힘도 없다. 초반에는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받는데, 3화까지는 동수의 고통 퍼레이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전체적으로는 고통으로부터 끊임없이 달아나던 인물이 점차 고통에 적응하는, 달리 말하자면 둔감해져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고통에 시달리던 남자가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남자와 연결되어 점점 다가가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 고통 퍼레이드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 정해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 중 하나가 눈으로 그런 감정들이 투명하게 표현되는 배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직접 들어본 적 없는데, 이렇게 전해 들으니 신기하다. 고통의 미묘한 결을 다르게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공을 들였다. 단지 고통의 종류가 다른 걸 넘어서 점점 둔감해지는 상태도 표현해야 했다. CG 연기는 정해진 틀에 맞추는 게 아니라 그 반대였기에 그리 어렵진 않았다. 내가 자유롭게 표현하면 감독님이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주셨고, 거기에 맞춰서 CG가 더해졌다. 덕분에 생생한 표현들이 가능했던 것 같다.


- 현장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베테랑2> 출연을 결심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 맞다.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작업을 할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믿는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다. 류승완 감독님이 나라는 배우를 아껴주고 진심 어린 애정을 보내주셨다. 나 역시 감독님의 팬으로서 애정하고 존경한다. 물론 작품을 하면서 부딪치기도 하고 충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밑바닥에 서로에 대한 진심을 깔고 있는 한 좋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https://naver.me/578VxIqf



16_51_28__6392e9003cb30_2022121414160848


지난 11월25일, 2022 청룡영화상 이후 가장 화제성 있게 언급된 이름은 배우 고경표였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로 꼽히는 고경표는 컷 소리에 서늘한 연쇄살인마로, 다시 컷 소리에 명랑한 자기 자신으로 무리 없이 넘나든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말처럼 “몰입이 강한 배우”다. 올해 영화 <우라까이 하루키> <헤어질 결심> <육사오>, 드라마 <서울대작전> <월수금화목토>까지 부지런히 선보인 그가 <커넥트>의 빌런 진섭으로 돌아왔다. 전작의 어떤 캐릭터와도 닮지 않은 인상과 제스처로 고경표는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그려냈다.



- 최근에야 완성본을 봤다고. 어땠나.
= 신선하게 빠져들었다. 빠른 호흡의 영화가 많은 시대에 상대적으로 느린 호흡으로 흘러가면서도 인물의 정서를 깊게 전달한다고 느꼈다. 장르 특성상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고 인물들의 관계나 캐릭터의 사고방식이 독특해서인지 컷이 빠르게 넘어가지 않는데도 몰입해서 봤다.


-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진섭 캐릭터를 두고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캐릭터상을 깨고 싶다”고 했다. 새 빌런을 위해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진섭은 죄의식 없이 사람을 해치고 타인의 신체를 통해 자기 삶의 존재와 목적을 세상에 보이고자 한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섬뜩해서 과장되고 들떠 있는 모습보다 오히려 차분한 사람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감독님도 진섭이 최대한 표현을 자제하길 바라셨다. 대신 눈빛과 분위기를 통해 진섭의 집요함을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 말할 때 힘을 빼고 쇳소리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말투를 보면 조금의 에너지도 타인에게 쓰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 맞다. 뒤로 갈수록 진섭이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을 수 없는 이유가 나온다. 진섭은 최소한의 에너지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고 본인이 해야 할 일에 그동안 축적한 에너지를 다 쏟아야만 한다. 진섭이 그렇게 보였다면 다행이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소시오패스가 일상에서는 구분되지 않는 존재처럼 그려지기도 하지만 오진섭은 이질감이 드러나길 바랐다. 일상적인 척하다가 반전을 주는 게 클리셰라고 생각해서 대놓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 진섭을 “좋아할 만한 매력 포인트가 하나도 없는 인물”이라고도 말했다. 연쇄살인마 진섭 역은 연기 변신이자 나름의 도전이었을 것 같다.
=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다른 분위기의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보람됐다. 아무리 연기이고 안전한 장치 속에서 이루어지는 합의라고 해도 마음이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빌딩 위에서 사람을 집어 던지는 장면을 찍을 땐 안전장치를 했음에도 실제 사람이 난간 밑으로 떨어지는 광경을 봐야 했다. 액션 합을 맞출 때도 피할 수 없는 신체 충돌이 있었다. 평소에도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점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 항상 이전과 다른 캐릭터를 찾고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보람을 강조하더라. 당신에게 새로운 캐릭터는 어떤 동기가 되나.
= 연기를 시작할 때 히스 레저를 롤 모델로 삼았다. 히스 레저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 히스 레저는 순수한 사랑을 지닌 청춘 스타의 모습이다. 반면 <브로크백 마운틴>에서는 디테일한 발음과 특유의 입 모양으로 색다르게 인물을 표현해내 신선했다. <조커>는 또 다르다. 감정에만 치우쳐 연기하기보다는 배우의 고유한 스킬 위에 감정을 더하면 새로운 인물을 그려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를 보면서 연기를 오래하려면 어떤 재미를 익혀야 하는지 알게 됐다. 나도 신체적인 변화나 특수분장을 통해서라도 고경표라는 인물을 지우고 다른 캐릭터로 그때마다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싶다.


- 평소에도 다른 배우의 연기를 유심히 본다고 들었다. 연기 스터디도 계속하고 있나.
= 데뷔 이후에는 자기 본연의 연기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스터디하는 친구들과도 연기에 관해 자주 공유하지만 혼자서 잠깐이라도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 주로 샤워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서서 다른 배우의 표정이나 말투의 디테일을 몸에 익히는 연습을 한다. 말의 빠르기나 어미의 끝처리 같은 것을 신경 쓰면서 똑같이 모사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분위기를 가져오려는 연습이다. 다음 작품을 위해 최근에는 하정우 선배가 <더 테러 라이브>에서 보여준 냉철한 아나운서의 모습을 연기해보고 있다.


- 최근에 청룡영화상을 즐기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 사람들의 반응을 즐겁게 찾아봤다. 예전부터 시상식에 가서 더 놀고 싶었지만 불안감이 있었다. 사적인 모습을 드러내서 일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 이미지가 가벼워져서 캐릭터 롤을 받는 데 영향이 있진 않을까.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막연하게 갖고 있는 두려움이다. 다행히 요즘은 시청자 분들이 공적, 사적인 모습을 분리해서 봐주시는 것 같다. 덕분에 더 용기내고 자유로울 수 있었다. 친구들은 평소의 내 모습을 봤다고 했고 동료들도 앞으로 영화제를 더 즐겨보고 싶다고 했다.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받기도 했는데 이런 작은 계기로 문화도 조금씩 바뀌어나가면 좋겠다.


- 올해 자신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총 여섯 작품이 공개됐는데 작품마다 캐릭터가 다 다르다. 내가 너무나 바라던 일이 12년 만에 이루어졌다. 또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해 관계자 분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좋게 봐주고 내 노력에 관심을 가져줘서 뿌듯했다. 삶의 성과를 이제껏 수직적으로만 봐왔다면 이제는 수평적으로 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 누군가의 신체와 커넥트될 수 있다면 누구와 커넥트되고 싶나.
= (한참 생각하다) 우리 조카?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나 궁금하다. 해주고 싶은 게 많다. 커넥트돼서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뭘 느끼면서 사는지 알고 싶다.



https://naver.me/FSOwgIVM



16_51_54__6392e91a657a3_2022121414161071


김혜준의 특별한 이력 중 하나는 각기 다른 작품으로 세번의 신인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미성년>으로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십시일반>으로 2020 MBC 연기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구경이>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번이나 ‘신예다움’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책임감과 두려움을 해사한 웃음으로 이겨내는 그를 보며, 캐릭터의 의문스러움과 의뭉스러움 사이를 경계 없이 오가는 그만의 자유로움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디즈니+ <커넥트>에서 김혜준은 이랑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자기만의 탄력성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조이길 거듭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김혜준 배우에 대해 “순진무구해 보이지만 미스터리함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 특징은 <커넥트>의 이랑과도 닮아 있다.
= 감독님이 나를 보신 것처럼, 나도 이랑을 비슷하게 해석했다. 시나리오에 이랑은 평범해 보이지만 깜찍한 구석이 있고, 어딘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을 준다고 묘사돼 있었다. 나도 이랑이 일상 속 인간관계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사회성도 뛰어난 듯 보이지만 혼자 있을 때 유독 생각이 많고 찜찜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해했다. 이런 양면성을 유연하게 잘 보여주고 싶었다.


- 촬영 과정에선 의사소통이 무척 중요한데 감독과의 언어적 장벽이 우려되지는 않았나.
=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조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스탭이 일본어를 할 줄 알았고 현장에 동시통역사가 항상 함께했다. 상대적으로 일본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물론 언어의 시차가 생기는 핸디캡은 어쩔 수 없었다. 감독님의 말씀이나 요구를 바로바로 캐치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로 인해 더 끈끈해졌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눈빛만 봐도 감독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멀리서 걸어오실 때부터 ‘왠지 이 부분에 대해 디렉팅을 해주실 것 같은데?’ 하고 짐작하면 대부분 맞았다. 우리 모두 커넥트돼 있었다. (웃음)



-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어떤 유형의 지휘자라고 생각하나. 함께 호흡을 맞춘 과정이 궁금하다.
= 감독님은 머릿속에 구체적이고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에 가깝다. 촬영을 하다보면 혹시 몰라 여분으로 찍어두는 컷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예를 들어 풀숏을 찍을 때 한컷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여분 컷을 더 촬영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감독님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하면서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의심하지 않는다. 강한 결단력 덕에 배우와 스탭 모두 촬영 과정이 불안하지 않았다. 퇴근도 빨리 할 수 있었다.


- 탈색부터 독특한 의상까지, 스타일링이 눈에 띈다. 이랑의 어떤 성향을 반영했나.
= 자기만의 취향이 확고하고 남의 시선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남들은 이상한 패션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랑은 그 독특함을 자기만의 개성이라고 여긴다. 사실 이 과장된 치장은 슬픔과 고충을 숨기려는 이랑의 의지를 보여준다. ‘평범하지만 조금 특이한 애’라는 수식어에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싶은 욕망이 담겨 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많이 제시해주셨다. 색채가 다양했으면 좋겠다, 백화점에서 살 수 없는 옷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별난 조합을 완성하면 좋겠다 등 구체적인 의견을 더해주셔서 지금의 이랑이 완성되었다.


- CG 비율이 높은 작업은 처음이라 CG 연기를 하면서 배우들끼리 웃음을 참기도 했다고. 그런 낯섦을 어떻게 극복했나.
= 컷 하면 현실로 돌아오니까 살짝 현타 같은 게 오기도 했다. (웃음) 막상 CG 장면을 촬영할 땐 나를 포함해 미이케 감독님, 카메라감독님 등 모두가 그 세계에 몰입하고 완전히 빠져들어 있지만 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어색하게 보였을 거다. 이 격차가 커서 초반엔 CG 연기가 조금 어려웠다. 아직 구현된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상상으로만 연기하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소극적으로 임했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게 뻔했다. CG 연기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나지만, 일을 잘 수행하지 못했을 때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것도 나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전력을 다했다.


- 액션 장면을 소화해야 했다. JTBC 드라마 <구경이>에서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는 액션을 유려하게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어떤 액션을 기대할 수 있을까.
= <구경이>의 이경이는 어딘가 미숙하고 어설픈 전투력을 보여줬다. 이경이가 주먹을 날려놓고선 아파하는 현실적인 모습과 허점을 강조했다면, <커넥트>에서는 제대로 과감한 액션을 보여줘야 했다. 준비할 때만 해도 ‘내가 이걸 어떻게 하지?’ 하며 걱정이 컸는데 촬영 현장에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잘 마칠 수 있었다. 이랑이 되어 잘 싸워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 <킹덤>에서 K장녀로서의 중전, <미성년>에서 어른들의 문제를 헤집어놓는 청소년, 그리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타인을 징벌하는 <구경이>의 연쇄살인마까지. 이전에 볼 수 없던 낯선 설정의 캐릭터를 맡으면서 인물의 유형이 다양해지는 변화를 몸소 경험했다.
= 연극영화학과에서 공부할 당시와 비교하면 확실히 새로운 캐릭터를 다채롭게 만나고 있다. 그래서 응원도 많이 받았다. 기존에 보기 드문 설정이고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캐릭터였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인물의 다양성이 중요해졌다는 걸 확실히 체감한다. 남성 캐릭터도 거친 모습과 잔혹함을 내세우기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고, 여성 캐릭터도 수동적이지 않고 야망을 과감히 드러낸다. 배우로서 개성과 특징이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다.



https://naver.me/GIt3McqG

목록 스크랩 (0)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이지투웨니스×더쿠💜] 에이지투웨니스 더쿠에 첫인사드립니다🙌 글래스 스킨 에센스 팩트 2종 체험 이벤트 583 06.06 66,69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250,36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989,46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439,310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663,970
공지 잡담 확실히 예민한 덬들도 많긴 함 28 06.06 32,071
공지 알림/결과 💥💥💥💥💥요즘 싸잡기성글 너무 많아짐💥💥💥💥💥 15 06.06 31,629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89 02.08 689,959
공지 알림/결과 📢📢📢그니까 자꾸 정병정병 하면서 복기하지 말고 존나 앓는글 써대야함📢📢📢 14 01.31 697,471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1,070,304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1,948,595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2 22.03.12 2,974,529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2 21.04.26 2,214,265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4/4 ver.) 158 21.01.19 2,362,215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7 20.10.01 2,402,368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43 19.02.22 2,415,221
공지 알림/결과 ★☆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 103 17.08.24 2,381,825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2,629,484
모든 공지 확인하기()
89 스퀘어 커넥트 [하퍼스바자] 흥부자 배우 고경표! 이런 반전 모습이? 진지한 7분 인터뷰 2 22.12.31 385
88 스퀘어 커넥트 ‘커넥트’ 정해인&고경표&김혜준, 함께여서 더욱 빛났던 현장…‘웃음+열정+잔망미’ 폭발 4 22.12.19 584
87 스퀘어 커넥트 고경표 하퍼스 바자 1월호 화보 4 22.12.16 1,234
86 스퀘어 커넥트 김혜준 인스타 스토리 (photo by. 고경표) 5 22.12.15 899
85 스퀘어 커넥트 고경표 소속사 포스트 3 22.12.15 482
84 스퀘어 커넥트 EP.27 정해인X고경표X김혜준과 함께 보는 〈커넥트〉 비하인드 코멘터리! 드디어 밝혀지는 파격적인 연출들👁 | #누구세요#디글 8 22.12.14 412
83 스퀘어 커넥트 [선공개] 목소리도 얼굴도 예쁜 〈커넥트〉 팀이 찾아왔습니다! 🌟[연중 플러스] | KBS 방송 5 22.12.14 330
» 스퀘어 커넥트 [씨네21] '커넥트' 정해인X고경표X김혜준 인터뷰 7 22.12.14 758
81 스퀘어 커넥트 [커넥트] 오프닝 영상 4 22.12.14 502
80 스퀘어 커넥트 빼앗긴 눈에서 무언가 보인다? 저희도 보고 싶어서 모셨습니다❤️|출발비디오여행 3 22.12.13 293
79 스퀘어 커넥트 디즈니+와의 커넥트에 진심인 편🥰 | [커넥트] 왓츠 인 마이 디즈니+ | 디즈니+ 3 22.12.12 350
78 스퀘어 커넥트 EP4 동수이랑 극장씬.gif 5 22.12.11 658
77 스퀘어 커넥트 [커넥트] 리뷰 영상 3 22.12.09 583
76 스퀘어 커넥트 [커넥트] 불사의 추격 영상 | 신인류 VS 살인마, 쫓고 쫓기는 관계의 시작! | 디즈니+ 2 22.12.09 261
75 스퀘어 커넥트 정해인 인스타그램 5 22.12.09 988
74 스퀘어 커넥트 오프닝.gif 5 22.12.08 617
73 스퀘어 커넥트 ‘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 “정해인·고경표 시각적 대비 구도 꼭 필요했다” 22.12.07 505
72 스퀘어 커넥트 [커넥트] 정해인, 고경표 디즈니 플러스 화보.jpg 4 22.12.07 834
71 스퀘어 커넥트 [커넥트] 원작 웹툰 작가 신대성의 포스터.jpg 4 22.12.07 1,201
70 스퀘어 커넥트 [사진] 고경표-김혜준,'다정하게 볼하트' 3 22.12.07 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