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가 예측 불가한 스토리 전개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각본을 맡은 김단 작가가 작품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단 작가는 11일 공개된 서면 인터뷰에서 “최초라는 말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 같다”며 “제가 쓴 이야기를 글로벌 시청자분들께서도 좋아해 주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진실을 기억해 줄 사람들이 사라지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어있기도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한 일들이 멋대로 왜곡되기도 한다. 애쓰지 않으면 시간 속에서 흘러 사라져버릴 진실을 우리가 애써 기억해야 하는 이유, 그것이 제가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라고 강조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물어뜯는 독종 변호사 ‘노착희’와 꽂히면 물불 안 가리는 별종 변호사 ‘좌시백’, 극과 극인 두 변호사가 함께 일하며 맞닥뜨리는 사건 속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법정 미스터리 드라마다. 매주 수요일마다 2편씩 총 12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다음은 김단 작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Q.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가 첫 시리즈 집필작이라고 들었습니다. 디즈니+에서 공개가 된 이후, 글로벌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중 최초로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의 글로벌 공개가 결정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기뻤습니다. 최초라는 말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쓴 이야기를 글로벌 시청자분들께서도 좋아해 주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Q. 이번 작품은 동명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들었는데요. 실제 있었던 사건을 작품 속 에피소드로 녹인 부분이 있으셨나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원작의 22개 에피소드 중 제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한 에피소드 4,5개 정도를 차용해 와서 썼습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작품을 관통하는 메인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차용한 에피소드가 메인 스토리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작 에피소드에 없는 부분이 추가되기도 하고 삭제되기도 하며 착희가 국선전담변호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만들어졌습니다.
Q. 최근 다양한 법정 장르의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다른 법정 드라마와 차별화된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나요?
A. 착희와 시백을 둘러싼 재력가 노인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주인공들이 국선전담변호사로서 법정에 있을 때는 법정 장르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된 이야기는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살해 사건과 그것을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모두를 용의자 리스트에 올리고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시청자분들이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거 아니에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Q. 독종 변호사 ‘노착희’ 역의 정려원과 별종 변호사 ‘좌시백’ 역의 이규형은 최적의 캐스팅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본을 쓰면서 생각했던 이미지와 잘 부합된다고 생각하시는지?
A. 처음 대본을 쓸 때 누군가를 떠올리며 착희와 시백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희미한 이미지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느낌으로 대본을 썼는데 정려원 배우님과 이규형 배우님이 캐스팅되고 첫 대본 리딩을 할 때 아, 이것이 내가 그리려고 했던 착희와 시백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 뇌 속에서 튀어나오신 줄 알았어요. 대본 리딩 후 두 분이 아닌 착희와 시백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착희와 시백을 구현해 주셨어요.
Q. 공개 이후, ‘노착희’와 ‘좌시백’의 티키타카가 굉장히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1화에서 ‘무슨 개래요? 나는 시츄가 좋은데’라는 대화들이 말맛을 살렸다는 평과 함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이러한 대사는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그리고 배우들이 작가님과 논의하여 대사를 바꾸거나 애드립을 활용하기도 했다는데 이런한 부분들의 변화는 어떠셨는지?
A. ‘무슨 개래요? 나는 시츄가 좋은데’는 착희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개가 아니냐는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부들대거나 발끈하거나 아니면 더 모욕적인 말로 이를 되갚아주려 할 텐데 착희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시백의 말을 받아칩니다. 상대방이 누구든 착희를 쉽게 모욕할 수는 없어요. 착희가 모욕감을 느끼는 건 오직 스스로에게 실망했을 때뿐이거든요. 그래서 시백과의 티키타카가 빛을 발합니다. 작정하고 덤비는 시백을 말빨로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착희 밖에 없거든요. 이런 두 사람의 관계성을 배우님들께서 잘 파악해 주셨어요. 덕분에 티키타카가 치열하고 누구 하나 지는 사람 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었습니다. 그 긴장감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정도로 애드립이 사용되어 저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법정물 특유의 장르적 재미 뿐 아니라 휴먼, 미스터리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설계되어 있는데요. 대본을 쓰시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말씀하신 것처럼 복합장르이기 때문에 각 장르들 간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착희가 법정에서 성장을 할 때는 휴먼 드라마의 장점을, 착희와 장산을 둘러싼 인물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되고 이들을 살해하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쫓아갈 때는 스릴러로서의 장점을, 어떤 때는 얄미울 정도로 이성적이고 또 어떤 때는 누구보다 따뜻한 국선변호사 시백이 연쇄살인범일 수도 있는 생각이 들 때는 미스터리로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Q.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2화 초반 구치소 앞에서 착희와 시백의 대면 장면을 좋아합니다. 제가 대본을 쓸 때는 아니었는데 두 분이 연기하신 것을 보니 어째서인지 그 씬에서 두 사람이 전생에 수백 번쯤 만났다가 헤어진 연인이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 생에 그렇게 서로를 혐오하며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되지만 운명 같은 오해들로 헤어지고 기억을 잃은 채 또다시 태어나 혐오하며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며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을 안은 채 또 서로를 찾아 헤매는 그런 연인. 그 몇 백 번의 생에 끝에 또다시 구치소 앞에서 다시 만난 거죠. 구치소 앞 씬에서 배우분들이 보여주신 연기 텐션이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이런 상상을 하며 혼자 좋아하고 있어요.
Q.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진실도 사라지니까” 라는 이규형의 대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진실도 사라져버리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간 속에서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진실을 기억해 줄 사람들이 사라지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어있기도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한 일들이 멋대로 왜곡되기도 합니다. 애쓰지 않으면 시간 속에서 흘러 사라져버릴 진실을 우리가 애써 기억해야 하는 이유, 그것이 제가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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