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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스토브 작가님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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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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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스토브리그를 쓴 이신화 작가입니다.
글을 남기는 게 너무 쑥스럽네요.
하지만 저희 드라마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면서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주신 분들께 꼭 글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전부터 저라는 작가 지망생과
스토브리그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에 많이 짓눌리기도 했습니다.
이건 모든 작가님들과 현재 꿈꾸는 신인 작가분들도 모두 그럴 것입니다.
당사자들은 기억 못 하고 제 마음에만 생채기를 남긴 참 못된 말들이 많았습니다.
대본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 힘이 없는 텍스트였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어도 증명할 수 있으려면 우리 팀원들이 모여야 했습니다.
무모한 용기를 내준 분들이 모였고 드라마가 만들어졌습니다.

드라마는 프로야구만큼이나 성적이 명확하고
프로야구보다 성적이 초반에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반에 나오는 성적으로 앞으로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침체된 환경 속에서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드라마의 잔인한 면모겠죠.
그렇지만 우리 드라마는 초반의 성적과 다른 결말을 맺었습니다.
사실 첫 방송이 되기 전에는 작은 관심과 많은 우려섞인 의견들 속에서
제가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늘 불을 켜둔 채로 자려고 하지 않았는데 쪽잠이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발 밑에는 늘 뭔가 있는 거 같았고 제법 선명한 악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2부 방송이 끝나고서는 조금 달라진 분위기에
‘우리 편’ 이 조금 생긴 것 같다는 느낌에 처음으로 잠을 제대로 잤습니다.
발밑에 있던 것 같은 존재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야구가 어렵거나 복잡하면 어떨까.
이런 걱정이 있음에도 밀어붙였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더군요.
야구를 잘 모르는 분이 그래도 봐주시면서 질문을 하면
많은 분들이 달려들어 설명을 해주신다고 하더라구요.
그건 너무 아름다운 일입니다.
아마 오프라인에서도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야구를 모르는 옆 사람에게 야구를 잘 아는 누군가가 설명을 해주는
저에겐 꿈같은 일이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었겠죠?

저는 제가 다음 작품이 스토브리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지 못 할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늘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작업이었고 그런 팀원들을 만났습니다.
종방연때 눈물이 터진 것(처럼 보였지만 울지 않았습니다)은
제가 정말 오랜 기간동안 상상했던 그 풍경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상상보다도 조금 더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우리 팀원들이 제 이름을 부르고 웃으면서 저를 보는데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모든 캐릭터가 골고루 사랑받도록 배려하지 못 한 미안함과
스탭 분들에 비해 제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 송구함도 있었습니다.
제 다음 작품의 목표는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좋은 성적이 아니라
성적이 어떻든 행복하게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목표를 세운다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아닌 걸 잘 압니다.
저는 우선은 내놓기 전엔 시청자분들의 생각을 알 수 없으므로
제가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써봐야겠죠.

‘드라마’라는 세글자에 저는 너무 많은 것들을 떠올리지만
그래도 우선 드라마가 가장 아름다운 점 중에 하나는 접근성입니다.
누구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이 평등함이
저는 너무나 큰 매력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를 재밌게 봐주시고 인터넷으로 호응해주시는 것을 넘어서
저희의 종방연을 위한 후원을 해주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건 너무 쉬운 일이지만 진행상황을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보는 드라마라는 컨텐츠에 대한 만족감으로
커다란 비용들을 모아나가면서 저 또한 받게 될 선물들이 모이는 과정을
제가 차근차근 지켜본다는 건 너무나 낯뜨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비용이 모이는 것과 동시에 어딘가의 귀한 자녀분들이
저희 팀을 위해서 물품을 포장하는 고생을 한다는 것 또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날 뵈었던 총대 매주신 분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냥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만으로
너무나 충분하다고 말씀드리고도 싶었지만
제가 그럴 권한이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스토브리그 제작팀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서
열렬한 애정을 보내주신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너무 큰 감동이기도 했습니다.
보내주신 선물,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직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저는 이번에 포상휴가를 통해 처음으로 외국을 나가보게 됐습니다.
SBS의 배려에 감사하면서도
그 배려는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 첫 외국여행이 포상휴가라는 멋진 이력을 여러분이 만들어주셨습니다.

너무 행복한 마음으로
저는 이제 다시 시청자로 돌아갑니다.

우리 작품의 배우들을 브라운관, 스크린, 무대에서 보며 응원하는
여러분의 옆자리 어딘가에 같이 제가 있을 겁니다.
다시 많은 배우, 제작자, 방송사의 허락을 받을 수 있는 대본을
만들어서 다시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뜨거운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ㅡㅡㅡㅡ

아, 그리고...


현재까지도 여러 인터뷰를 소화했고
아직 소개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는 게 멋진 건 알고 있지만
저는 드라마 혹은 드라마 글쓰기가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제가 예술가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컨텐츠 창작 팀에서 설계 파트를 맡은 사람입니다.
말을 아끼는 것보다는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에게 제 인터뷰 또한
부가 컨텐츠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블루레이 이야기 또한 들었습니다.
드라마 때문에 여러분께서 또 큰 돈을 쓰시는 것 같아서
이걸 기뻐해야 할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사가 된다면 그 내용은 최대한 알차야 저도
죄책감이 덜 들 것 같아서
혹시 작가가 필요한 부분에는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인터뷰, 코멘터리 그런 부분이겠죠?

그리고 재미있어하실 이야기 하나를 남기자면
‘동규동규임동규송’의 작곡과 안무는 서영주 ‘차엽’ 배우님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요계에 차엽 배우님을 뺏길 순 없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같아 소개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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