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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악마판사 아직 2화 남겨뒀는데 비중 적은 캐릭터 하나하나까지 입체적으로 잘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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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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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튜브에서 티빙 드라마 클립을 많이 봐서 그랬는지 알고리즘으로 악마판사 스트리밍이 떠서 잠시 봤다가 티빙으로 몰아서 보기 시작했음 아직 14화까지밖에 안 봐서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몰라 스포도 안 접했고 


일단 주인공인 강요한 식의 정의가 있고 그와 겹치는 한편 대척점에 있기도 한 김가온 식의 정의가 있고 작가가 최후에 어떤 쪽 손을 들어줄지는 모르겠음 하지만 14화까지만 해도 양쪽 방식에 모두 한계가 있고 그러므로 우리도 다각도로 생각해보란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건 알겠음 악법도 법이니까 무조건 지키라고 하면 법의 허점을 노려 치고 빠지는 범죄자는 어떻게 단죄할 생각인가? 아무리 법이 한계가 있다 해도 법치주의 바깥에서 일을 벌이고 그로 인해 또다른 폐해가 생기면 어떡할 거냐? 두 가지 얘기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까 


내가 쓰고 싶은 말은 주제의식 이야기는 아님 

작가가 조연 캐릭터, 특히 여자 캐릭터를 못 썼다는 정보를 접한 적이 있는데 전작을 본 내 입장에선 이해가 안 가는 평이라 기억하고 있었고 그렇다고 그거 하나 확인하려고 드라마를 보긴 너무 귀찮았음 우연히 때가 맞아서 보게 된 바... 역시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보고 판단하잔 새삼스러운 말이 하고 싶어서 쓰기 창을 열었어 


14화 현재까지 드라마에서 가장 적게 나오면서 제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는 강이삭이라고 생각함 

모태 기독교 신앙을 가진 독실한 신앙인이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고 가족을 사랑하고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정도로 착함 

주인공 강요한에게는 지구상에 있는 어떤 인간이나 절대신보다도 제일 중요한 인물이고 강요한을 구원했음 강이삭이 없었으면 강요한은 멀쩡한 인간으로 성장하지도 못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강이삭이 강요한을 사랑했지만 전부 믿지는 않았어 손목에 걸어준 십자가는 바른 길로 인도하는 지표가 되기도 하는 반면 강요한을 묶어두는 족쇄가 되어버리기도 한 것 같음 

어머니의 십자가를 줄 정도로 사랑하는 동생이었지만 십자가를 둘둘 묶어주는 장면은 솔직히 수갑을 채우는 걸로도 보였음 이런 생각 안 하고 보면 참 아련한 장면이었는데... 

법이라는 게 우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구속한다는 점에서 강이삭은 강요한에게 사회규범 그 자체였을 수도 있겠네 


제일 사랑하고 사랑받은 사람조차 자기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지 않자 강요한은 그때부터 타인과의 소통을 포기해버린 것 같아 

강이삭은 성자처럼 보이는 인물이고 깊은 포용력을 가졌지만 왜 동생이 걱정스러운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임 


이런 사람이 죽어버렸는데 그게 단순 사고사인지 아니면 원한과 애증이 얽힌 살인사건이었는지 14화에서도 아직 알려주지 않았음


그리고 타이틀롤 4번째에 등장하는 윤수현 

인물 소개를 읽어보면 정의로운 경찰 같음 아마 윤수현 자신도 웬만한 주변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봐 

1화 중반까지 드라마에서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는 캐릭터는 윤수현밖에 없었음 도청기를 구해주는 순간 와장창 깨졌지만 


여성 캐릭터를 못 썼다는 평가는 아마 윤수현 캐릭터 때문에 나오는 말인 듯 싶은데 남은 2화에서 강이삭이면 몰라도 윤수현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진 않을 것 같아서 감상을 남겨도 될 듯 

4번째로 소개되는 역할인데 비중이 적다는 부분을 비판한다면 납득이 가 근데 혹시 연애도 못하고 죽어버렸고 제대로 한 일도 없어보여서 윤수현을 못 쓴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면 내 의견은 완전히 다름 


윤수현은 김가온을 사랑함 칼 앞에 뛰어들 수 있을 정도로

첫 등장부터 죽음 엔딩까지 계속 나오는 중요한 캐릭터성이라 당연한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함

그런데 이 캐릭터는 일관된 정서를 가지고 있는 대신 주제의식 면에서의 언행은 대단히 이중적이고 바로 그 이중성을 본인이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평범한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음 

강요한의 강이삭 롤에 대응하는 캐릭터가 김가온의 윤수현 롤인 것 같은데 성자로밖에 안 보이는 강이삭에게 미묘한 구석을 남겨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 윤수현 캐릭터를 더 잘 썼음 이쪽은 성자가 아니라 보통사람 그 자체거든 


윤수현은 김가온이 위험한 일을 할 때마다 말리고 사정이 있다 해도 법을 어기면 안 된다고 말함

-하지만 경찰 신분으로 민간인도 아닌 법관에게 도청기를 구해주는 공범이 되고 이미 그 시점부터 법을 어김 


윤수현은 민 교수가 김가온에게 은인인 건 알지만 그래도 뒷조사를 시키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여김

-그러나 본인이 경찰기관의 도청기를 허가 없이 빼돌리고 김가온의 요청에 따라 경찰이 접근 가능한 개인정보를 판사에게 유출함 밝혀졌으면 중징계를 받을 게 분명했을 정치적 사안임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포털에 검색해봤으면 좋겠음 공무원이 개인정보를 밖으로 흘리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윤수현은 김가온이 안전하기를 바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현장에 김가온과 동행하는 모습이 계속 나옴 본인이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상대방을 지키는 건 윤수현이 아니라 김가온이었음 죽창하고 다대일로 붙었던 날도 김가온이 뛰어가서 상황을 무마함

경찰인데도 불구하고 사건 현장에서 보호를 받는 건 윤수현 쪽임 공무집행현장에 민간인이 아니 계속 말하지만 민간인도 아니지 판사가 따라간다는 건 어떻게 봐도 너무 경우없는 행동임


윤수현은 만일의 경우 김가온을 빼주기 위해 경찰대에 진학

-사정이 있다고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건 윤수현의 신념이자 신조 하지만 본인이 경찰이 된 이유 자체가 부정을 저지르겠단 결심에서 나왔고... 윤수현은 그래서 자기가 좋은 경찰이 아니라고 말함 여기선 제법 자기 객관화가 된 인물인 것 같았는데...


윤수현은 김가온이 나쁜 일을 하면 바로 수갑을 채울 거라고 말함 

-실제로 겪어보기 전까지 말로는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음 본인에게 사정이 생기기 전까지 본인이 그런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 아무 말이라도 할 수 있음 그게 평범한 인간임 내 일이 아니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거 김가온이 차경희 죽음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파악도 못했으면서 윤수현은 김가온과 강요한을 둘 다 현장에서 내보내고 증거를 인멸함 이게 바로 윤수현이 말한 -반칙은 반칙이고 범죄는 범죄다 사정이 있다고 해서 전부 범죄자가 되진 않는다-에 나오는 그 사정임 자신에게 사정이 생겼을 때 윤수현은 몇 번이나 반칙을 저질렀음


미성년자 약취 유인

-저런 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낮고 그럴 의도 없이 만난 자리였지만 일어난 결과는 사건 피해자에 대한 심문

거기가 경찰서도 아니고 강요한 조카는 사건 피의자도 조사인도 아님 

윤수현은 김가온이 강요한 가족들과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된 걸 다소 의아해했고 김가온은 윤수현이 강요한 조카를 만난 자리에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에 당황했음 이 두 사람은 오래 알아온 것치고는 상대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아


윤수현은 김가온에게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런 꼴을 보이느냐고 말하며 결별을 선언

-처음 경찰이 된 건 김가온을 빼주기 위해서였지만 시간이 흐르고 김가온이 판사까지 되면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너무나 적어졌음 안심하다 갑자기 다가온 현실에 윤수현은 분노함 그런데 말입니다 


윤수현이 거기서 화내야 할 포인트가 -나한테- 잘못된 모습을 보여 배신감 느끼게 만든 김가온임, 아니면 김가온의 잘못 그 자체임?

-여기서 윤수현과 강이삭 캐릭터가 약간 통함 자신들이 바라는 모습을 가진 강요한과 김가온이 아니면 그건 다 잘못된 것 


윤수현은 경찰로서 불의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고통받음

-그러면서도 앞서 도청이나 개인정보유출이나 뒷조사를 했던 일에 대한 죄책감은 조금도 없음 강요한은 윤수현에게 범죄자였으니까 윤수현이 본 강요한이 의심스러운 인간이고 문제행동을 저지르는 요주의 인물이 맞지만 강요한에 대한 호불호는 경찰로서의 경계심보다 개인 인상비평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문제임 


윤수현은 1화에서 그런 사람 옆에 있으면 김가온에게도 좋을 거라고 함

-이것도 인상비평임 정확한 실체를 모르고 막연한 인상에 기대 저 사람이 좋을 거다, 나쁠 거다 하는 이미지와 상징만 보고 평가하는 일 


윤수현은 재판 조작이나 민간인 차 기물파손에 대한 일이 아니라 화재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함

-기물파손은 본인이 직접 목격했고 재판 조작은 뒷받침할 증거가 있었음 그런데 화재사건은 오로지 그 사람이 범인일 거란 심증적 확증과 인상비평에 기대고 있음 경찰이 아무 증거도 없이 특정 인물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그걸 단정짓기 위해 단서를 찾아다님 증거를 찾아 실마리를 푸는 게 아니라 이미 마음 속에서 굳힌 의심을 증명하기 위해 수사에 나섰음 강요한이 진짜 범인이라도 결론을 정해놓고 조사를 하는 경찰을 믿을 수 있을까? 재판 조작이 안 되는 일이면 이것도 똑같이 해선 안 되는 일임


윤수현은 모든 증거가 너무 완벽할 때 거꾸로 의심을 해보는 영민한 경찰

-강요한한테는 그 합리성이 발휘가 안 돼서 그렇지 


1화에서 윤수현과 김가온은 똑같이 약자를 구함 

-윤수현이 죽던 화에서 김가온은 약자를 구하고 걱정하고 생각하지만 윤수현은 김가온 말고는 관심이 없음 경찰이 시민에게 총을 들어야 할 때도 고민했던 윤수현이 수많은 약자가 폭행당하고 있는 장면을 낮밤 두 번이나 목격하고도 그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강요한만 경계함 총을 들었을 때도 직업에 대한 회의감만 느꼈지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향을 눈치챘어야 할지도 


윤수현이 김가온을 사랑했고 부모 잃은 김가온은 거기에 기댐  

-그런데 김가온이 울었다는 다섯 번, 대부분 집안이 망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시기인데 그럴 때 사랑고백을 한다는 게 무슨 심리인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감 조문 갔을 때 그랬던 것처럼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는 거 아닌지... 

어린아이일 때는 좋아하는 사람의 울음을 그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탕이나 과자를 주는 마음으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음 하지만 청소년 시기부터는 이해가 안 돼 보통 그런 상황에 고백을 하나? 집안이 망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계속 불행이 터질 때 좋아한다는 고백을 듣고 그걸 위로로 삼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여성 캐릭터를 못 썼다는 말은 이해가 어렵지만 럽라 서사를 잘 쌓지 못했다는 비판은 수긍 가능한 부분 같음 


증거 인멸로 자책하던 윤수현의 갈등과 고민이 고백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짐

-김가온이 자신을 사랑하면 경찰로서 저지른 증거 인멸도 그걸로 없어지는 일이 되는 게 아닌데 이 부분들만은 정말로 이해가 안 감 그치만 그게 얘네 관계의 단면이라 한다면...


결론적으로 김가온이 관련되지 않을 때 윤수현은 법치주의에 충실하고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모범적인 경찰 공무원이 맞음 

평균적인 일반인보다 윤수현이 훨씬 더 높은 정의감과 준법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여지가 없음 

그냥 거기서 끝났으면 여느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평범한 경찰 캐릭터가 되었겠지


김가온이 관련되면 범법이나 위법에 손대면서 본인이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 초중반 내내 남이 하는 행위는 범죄고 본인이 하는 행위는 무의식적으로 정당화하는 점, 공과 사를 섞어서 생각하는 점, 약자를 구하던 형사가 김가온 하나만 구해 달아나는 점, 광역수사대 형사가 커다란 사회구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점, 범인을 단정짓는 끼워맞추기식 수사 


윤수현은 등장 비중이 적고 극의 커다란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감 대단한 캐릭터는 아님 윤수현은 극 전체를 위해 기능하는 인물이 아니라 김가온을 묘사하기 위해 등장하는 주변부 인물이라 등장이 적음 그런데 그 짧은 장면들마다 굉장히 이중적인 말과 행동을 함 본인이 그런 자기 자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제일 이중적인 트릭임 그래서 보는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어떤 불편함을 선사함 그게 우리네 일반인의 본모습이라서 


우리가 보고 싶은 건 쾌도난마로 악을 무찌르는 경찰이고 완벽한 선을 기대했는데 윤수현은 처음부터 그런 완전무결한 선이 아니고 금이 가 있는 평범한 인물이었음 바로 그래서 윤수현이란 캐릭터에 의미가 있음 우리는 시청자니까 윤수현이 신경쓰지 않은 전체 구조까지 알고 있음 윤수현이 하지 않은 고민까지 우리가 해야 됨  


심성이 착하고 바탕이 올곧지만 사적인 감정에 경도되어 전체를 보지 못하는, 공과 사가 대립될 때 번번이 사를 선택하는, 증거 인멸 전까지는 거기에 대해 고민도 하지 않는, 고민을 해도 사랑고백으로 유야무야되어버리는...... 윤수현은 형사물이나 법조물에 흔히 등장하는 정의로운 경찰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면서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캐릭터임 


악마판사는 로맨스물이 아니지만 기왕 말한 김에 사랑에 대해서도 짚자면 윤수현과 김가온이 서로 사랑하지만 이 관계가 지속되려면 김가온은 윤수현이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됨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침묵이 필요함 강이삭이 정해놓은 한계선에서 강요한이 벗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래야 변함없이 형이 자신을 사랑할 것이고 집안이 평화롭고 자기만 참으면 문제는 없으니까   


다른 드라마에서라면 강이삭과 윤수현이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뜨고 강요한과 김가온의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결말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나 악판에서 강이삭 윤수현은 성장하지 않았고 눈을 뜨지 않았음


그렇다고 강이삭과 윤수현이 진심으로 강요한과 김가온을 사랑하지 않았단 말이 아님 진짜 사랑했겠지 그 사랑이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난 진짜 너를 모르지만-같은 일면도 있는 까닭에 동화 같은 엔딩이 될 수 없단 얘기일 뿐 사랑은 사랑이고 다른 일은 다른 일로 평가해야지


김가온은 윤수현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유치원생 아이를 구했던 일, 법원에서 대법원장과 부장판사에게 버스 기사 문제로 들이받았던 일, 농사 지으면서 도피하던 범죄자를 강요한 방식대로 징벌한 일은 말할 수 없어 관계를 위해서 거듭 덮어두기로 선택했다면 김가온은 앞으로도 윤수현에게 이런 일들에 대해 일절 발설할 수 없음 윤수현이 김가온에게 자격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윤수현은 늘 무의식 중에 김가온에게 자격을 요구해왔음 윤수현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대로 행동해야만 윤수현 곁에 설 자격이 김가온에게 생긴다는 걸 정말 모르고 한 말 같았음 


윤수현은 본인 상식선에서 벗어난 김가온을 용납하지 못하고 강요한이 형에게 자기 얘기를 못한 것처럼 김가온도 똑같은 상황에 처함 자아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랑이 이상적인 구원 스토리가 되는지 글쎄올시다 강요한이나 김가온이나 버림받기 싫어서 부모가 바라는 자식상을 연기하는 아이 같던데


김가온이 안전하길 바라는 윤수현의 소망이 잘못된 게 아님 

윤수현 희망대로 김가온이 살 수 없어서 문제인 거지 

세상이 잘못되거나 말거나 자기 집구석에서 안전하게 눈막귀막하며 자기 보신에 힘쓰는 캐릭터가 애시당초 주인공으로 설정될 리 없음

자기 털끝 하나 다치기 싫어서 숨어있는 비겁한 캐릭터 널리고 깔렸는데 김가온이 입으로만 정의를 떠들 거면 존재 이유가 없지 않을까? 

강요한과 김가온은 다른 방향의 히어로들인데 히어로의 연인, 가족, 스승이란 히어로를 세상으로 보내주는 캐릭터지 새장에 가두지 않음 아**맨이며 스***맨의 친구와 연인이 히어로를 막지 않는 것처럼


이렇게 적어놓으면 누가 원덬은 강이삭이나 윤수현 캐가 진짜 싫은가봐? 물을 것 같은데 싫으면 ㄹㅇ 못 썼더라 한 마디만 남기고 끝냈겠지?

글 초반에 설명했음 여자 캐릭터를 못 썼단 이야기가 있던데 전작을 본 입장에선 의아했고, 그거 하나 확인하자고 16부작을 틀 순 없다가 우연히 봤다고 

이미 들은 썰이 있으니 보는 김에 여자 캐릭터에 최대한 주의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었음 난 지금 뻔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심층적으로 잘 살렸다고 말하고 있으니 오독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


정선아, 차경희, 윤수현, 오진주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여성 캐릭터들인데 나머지 셋도 잘 썼고 서사가 살아있고 입체적이지만 그래도 예상 가능한 빤한 흐름대로 흘러간 면이 있는 반면에 윤수현은 1화부터 내 예상을 뒤집었고 뒤에서도 계속 의외로운 행동들을 했음 차경희가 아들을 한 번 버렸을 때, 정선아가 복지원 관계자를 계단에서 밀 때, 오진주가 선택하고 다시 그 선택을 뒤집을 때 주는 임팩트에는 미칠 수 없지만 윤수현은 끊임없이 보는 사람을 자극함 쟤 저래도 돼? 근데 나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아마 나도 윤수현과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함

내 개인적인 가족, 친구, 지인이라면 난 윤수현을 높게 평가하고 좋아했을 게 분명함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 봤을 때 윤수현이 좋은 경찰인지,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가 순백무결한 캐릭터인지 묻는다면 답은 달라짐 친구와 연인으로서 좋은 사람이 직업적으로도 완벽할 거라 생각하는 건 판단오류임 윤수현은 원칙주의자가 아니라 필요할 때면 원칙을 자기 기준대로 해석하고 공적인 권한을 사적으로 쓰는 경찰이었음 


그래서 나처럼 흥미로운 사람이 있었다면 짜증을 내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음 빌런 못지 않게 주인공을 방해할 수 있으니까 

드라마에선 빌런보다 이런 인물이 더 짜증날 때가 많음 현실에서도 착하지만 둔감한 사람들의 비겁한 선택이 세상을 망치는 일에 일조할 때도 많고 


윤수현 캐릭터가 주장하고 싶어하는 바는 정의가 아님 사랑이지

그럼 돈이나 권력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건 범죄고, 차경희가 아들 사고를 돈으로 무마하고 자기 배 불리려고 죄인을 바꿔치기하는 건 극악무도한 일이지만 윤수현이 사랑 때문에 김가온 빼낼 생각을 하고 본인이 가진 공식적인 권력을 개인적인 일에 이용하고 지문을 지우는 건 괜찮은 일일까? 

윤수현은 그때 차경희를 김가온이 죽인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고 내보냈음 적어도 그 순간 윤수현은 김가온의 무죄를 완전히 믿지 않고 의심했음 그래서 범인이 정말 김가온이어도 눈감아줬을 가능성이 있음 위법의 이유가 사랑이면 그게 갑자기 낭만적인 일로 변하기라도 하는 걸까? 정선아가 자신에게, 차경희가 아들에게 했던 건 사랑이 아니야? 


차경희 정선아는 파렴치한 범죄자고 윤수현이 한 건 희생적인 사랑이야? 

빌런들은 평생 그랬고 윤수현은 한 번이라서? 정말 한 번인 건 맞고? 빌런들은 스케일 큰 짓을 하면서도 죄책감이 없고 윤수현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보이는 일로 자책해서?


사람 하나 안 죽인 윤수현이 빌런보다도 나쁜 사람이냐?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님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내로남불이고 큰 시련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사회에 무관심하고 그렇지만 나 자신은 그런 나의 어두운 일면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는 이래도 되고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자기연민에 빠져서 의도치 않게 잘못된 시스템과 같아지는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윤수현이란 캐릭터가 만들어낸 거울에 비치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야 


착하고 선하지만 선택적으로 불의를 저지르는 윤수현은 우리 자신 그 자체임 


윤수현이 불편하다면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임 반대로 윤수현이 하는 일은 다 괜찮아 보인다면 왜 많은 등장인물 중 윤수현에게만 그 관대함이 왜 발휘되는지 되물을 필요가 있고 왜 윤수현만은 그래도 되는지

그러니까 줄거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인물이 아니어도 윤수현은 4번째로 중요한 역할인 거야 우리가 타인만 비난하고 내 잘못에 둔감하면 그런 세상은 예수나 부처가 와도 못 구해 


나는 과연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나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혹시 저런 건 아닌가? 내 눈에는 반경 50m 이내 내 주변만 아니라 시스템의 전체적인 거시구조가 보이나? 윤수현이 김가온의 세상이라면 왜 윤수현이란 세상 안에서 김가온은 피해자로서 답을 찾지 못했나? 왜 그는 사죄와 더불어 사랑고백을 하고도 또 윤수현이 바라지 않는 세상으로 달려나갔나? 계속 찝찝하고 불편한 현실적 고민을 하게 만드는 캐릭터임 강요한과 김가온이 빚는 갈등은 여기에 비하면 가끔 뜬구름잡는 이상적인 토론이고 


그리고 빌런들이 악인인 것에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고 강요한이 잘못한 점이나 그가 판사면서도 법치주의를 어기고 있다는 점, 김가온이 유약하게 갈팡질팡 흔들리고 나이브한 점은 14화 내내 드라마 내에서 인물들이 신랄하게 직멘으로 쏴주고 그게 주요 줄거리임 거기서 윤수현 같은 캐릭터만 시청자가 직접 알아보고 판단하게끔 설정되어 있어서 더 중요해 윤수현은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고 주인공인 김가온은 주변인물에 불과한 윤수현에게 네가 잘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감히 절대로 말할 수 없으니까


윤수현을 정의로운 경찰 캐릭터로만 쓸 생각이었으면 철저한 원리원칙주의자로 그리는 게 낫지 한두번도 아닌 모든 씬에서 그렇게 매번 이중적 말과 행동을 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아직 2화 남았고 그래서 살아남은 인물들의 향후 행동에 따라 강이삭과 윤수현에 대한 내 평가도 약간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음 

하지만 역시 남의 말에 의존하지 않고 내가 직접 보고 평가하길 잘했음 강이삭, 윤수현, 다른 조연들 모두 잘 썼어 지금 강이삭 차경희 윤수현이 다 죽은 시점인데 여기까지 0.5~1화 정도 연장했다면 더 잘 썼을 거란 생각이 드네 문유석 작가가 여전히 글을 잘 쓰고 캐릭터 한 명 한 명에게 다채로움을 부여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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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후기(리뷰) 악마판사 난 가온이가 후반부에 자기 인생을 체념했다고 생각해본 적 단 한 번도 없어 4 22.07.20 3,775
» 후기(리뷰) 악마판사 아직 2화 남겨뒀는데 비중 적은 캐릭터 하나하나까지 입체적으로 잘 썼네 9 22.07.10 4,422
58 후기(리뷰) 악마판사 외람된말씀이었네요 (비서 나부랭이가) 7 22.07.08 3,638
57 후기(리뷰) 악마판사 내가 좋아하는 가온이 눈빛 5 22.01.20 1,057
56 후기(리뷰) 악마판사 마음의 문이 반쯤 닫힘 = 창문이 반쯤 닫힘 5 22.01.03 1,835
55 후기(리뷰) 악마판사 지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옥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희망 3 21.12.30 758
54 후기(리뷰) 악마판사 비틀거리며 넘어진 자리에서 찾아낸 보물 3 21.12.25 983
53 후기(리뷰) 악마판사 7~8화 선아 강연 & 가온엘리야 대화 대칭 4 21.12.14 721
52 후기(리뷰) 악마판사 차라리 가온이가 아무 것도 몰랐다면 좋지 않았을까? 5 21.12.07 1,032
51 후기(리뷰) 악마판사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지 않길바란...이 대사는 4 21.12.07 619
50 후기(리뷰) 악마판사 전에 선역 못 쓴 것 같다고 글도 많이 썼는데 생각이 바뀜 4 21.12.06 1,056
49 후기(리뷰) 악마판사 😈 day 94 고변과 케이에게 하고 싶은 말(구구절절) 4 21.12.05 875
48 후기(리뷰) 악마판사 요한과 수현이 같은말을 다르게한것도 재밌었음 5 21.12.03 757
47 후기(리뷰) 악마판사 허중세가 결말 스포했다고 왜 삐삐 안 쳐줬어 4 21.12.02 818
46 후기(리뷰) 악마판사 펌) 계층 혼혈아 ‘악마판사’의 제복, 선을 입은 악 5 21.11.30 459
45 후기(리뷰) 악마판사 나는 주인공 강요한도 좀 성별반전 같았던 게 6 21.11.29 907
44 후기(리뷰) 악마판사 tempest, 햇빛과 달빛 아래의 요한(개인해석주의) 8 21.11.17 649
43 후기(리뷰) 악마판사 주말에 대본집 속독한 후기 5 21.11.16 1,066
42 후기(리뷰) 악마판사 적폐들의 티타임, Mad Tea Party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마주) 7 21.11.15 3,302
41 후기(리뷰) 악마판사 태어나려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부숴야 한다. 5 21.11.14 1,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