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출연한 계기는.
"마동석과 촬영을 하고 있는데, 전 소속사 당시 관계자가 연락을 줬다. '오디션 볼래?'라고 해서 '싫다'고 했다. 지금까지 세워둔 계획을 더 잘 해내고 싶었다. 근데 '노희경 작가님 건데?'라고 해서 '뭐?'라고 다시 말했다.(웃음) 주인공 오디션이라고 해서 '가야지! 가자!'라고 했다. 근데 아직 준비가 안 됐으니 며칠간 흥분을 걷어내고 만나고 싶었다. 오디션에서 최영준과 같이 대사를 주고받았다. 그 후, 작가님이 '같이 하자'고 하더라. '지금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갈까요?'라고 했다. 노희경 작가님이 '믿어도 돼요'라고 해서, '믿고 간다. 나가서 시원하게 맥주 한잔한다'고 말하며 오디션장을 떠났다."
-노희경 작가는 어땠나.
"비기를 가졌을 때 흥분하는 정도를 보고 그 사람의 무공이 드러난다. 엄청 좋았지만, 굉장히 침착하려고 했다. 오버해서 해석할까 봐 극단적으로 경계했다. 좋은 꽃을 발견하면 꺾어버리지 않나. 연극을 할 때 여행을 갔는데, 시골 학교 문패가 예뻐서 뜯어 가져가려고 했다. 나한테 없는 걸 훔치고 싶었다. 근데 한 존경하는 선배가 '지환아. 이건 여기 있을 때 가치가 있지 않을까'라고 하더라. 대본도 흥분 상태보다, 내려놓고 다시 평온한 리듬이 찾아질 때 읽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면 잘못된 첫인상으로 맞이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온갖 오해가 쌓인다. 나름의 접근 방법이 있다. 좋은 것일수록 서두르지 않고, 안 좋은 것일수록 따뜻하게 이 대본을 채워야 한다. 대본을 보고 정말 침착하려고 애썼다."
-대본은 어땠나.
"설렌 마음으로 대본을 봤다. 그냥 어느새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처음엔 (배우가) 자기 분량을 찾아 읽으려고 하잖나. 근데 그게 아니다. 문학적 감각이 장면을 구성하게 쓰여 있었다. 시 하나가, 산문 하나가, 에세이 하나가, 소설 하나가 쓰여 있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라고 생각했다. 이런 게 필력이고 내공이란 걸까. 고등학교 때, 박경리 선생님의 '파시'라는 소설을 읽고 충격을 받은 적 있다. 이게 분명히 종이에 새겨진 글인데, 첫 문장부터 바위에 칼로 그은 것 같았다. 필력이란 그런 거라는 기억이 있다. 근데 (노희경) 작가님은 매직아이처럼 대본이 다가온다. 넘실넘실 춤추며 다가온다. 아주 정갈하고 조심스럽게 온다. 매력 있다. 그러다 보니젖어 들어간다. 두 번 안 읽어도 될 것처럼 명확하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현이 아방 캐릭터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나.
"작가님이 '좀 더 세게, 좀 더 독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가님은 진짜 섬세하고 보이지 않는 지점까지 수정해준다. 마치 내 것이었던 것처럼. 이해의 깊이가 어떨지 감히 판단을 못 하겠다. ('범죄도시'에서 연기한) 장이수란 캐릭터를 많이 가져와도 좋다고 하더라."
-장이수의 어떤 모습을 가지고 간 것인가.
"장이수의 모습이라고 작가님이 이야기했지만, 난 이렇게 알아들었다. '장이수의 매력이 뭐였습니까'란 질문으로 들렸다.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었고, 왜 사랑을 받았나'란 질문으로 반추하고, '이 인물도 험할 텐데, 당신의 따뜻함으로 잘 부탁합니다'라고 이해했다. 작가님의 한 수가 멋졌다. 흠모하는 질문을 던지더라. 연기는 때론 알 수 없는 지점에 갖다놓아야 한다. 정답이 없는 거다. 그걸 알고 있다면 손뼉을 쳐주고 싶다. '어디로 굴러떨어질까'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 인물도 험할 텐데, 당신의 따뜻함으로 잘 부탁합니다'라고 이해했다.
작가님도 대단하고 박지환 배우도 대단하다 진짜 (박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