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이가 데이트 중간에 일하러간 구자경을
기다리는 장소 이자카야 '중정'에도 의미가 많은 것 같아
해방카테에 처음으로 리뷰 남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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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감 가득한 데이트에 요일마저 착각했던 구씨가
수금하며 본인의 현실을 자각하고 현타를 씨게 맞았지.
그런 그를 미정이는 중정에서 기다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도 괜찮다. 덤덤하게 메시지만 남길뿐.
중정은 알다시피 건물 중앙에 마당이나 정원을 뜻해
네이버 지식 백과에는 '모스크 내부에 위치한 넓은 뜰'이자
중정을 지나 모스크의 정문으로 들어서면 예배를 드리게 된다고 설명이 되어있거든.
다들 알다시피 해방일지 전반적으로 기독교적 세계관이 녹아있고
화면에서도 중정에 들어서서 미정이를 만나는 공간 (일종의 예배당)까지 향하는 공간적 시퀀스를 잘 보여주더라.
https://gfycat.com/VigorousBelovedJanenschia
수금을 빨리 끝내기 위해 달리던 모습과는 다르게
중정의 문앞에 도착해서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해.
이런 쓰레기 인생을 사는 내가 미정을 만나도 되는 것일까.
상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내 인생을 왜 이럴까 등등 생각이 많았을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문을 열고 들어가.
이 연출이 정말 놀라운게 실제로는 식탁위에 벽이 없는데
공간이 분리된 것 처럼 구도를 잡아서 고해소 같은 느낌을 주더라고.
기다리는 미정이가 신부, 고해성사를 위해 들어선 신도가 구씨인거지.
신의 대리자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이 공간에서
구씨는 한 시간 반만에 딴 사람이 되어와
하루도 온전히 좋은 적이 없는 본인의 인생에 대해 말해.
그런 그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미정이는 그저 작은 일상에서 설레는 7초, 10초를 모아모아
하루에 5분, 숨통을 틔우며 사는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을 이야기해.
여전히 한 발 한 발 소몰이 하듯 어렵게 몰고가고 있지만
이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백마디 말보다 진정한 공감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하잖아.
잔뜩 사람을 경계하는 일상을 마주하고 온 구씨에게 이는 정말 큰 위안이 되었을거야.
덕분에 다시 한 발 한 발 어렵게 가보기로 결심하지.
고해를 마치고 나오니 새하얀 눈이 내리고
구씨 또한 전화 한 통으로 미정이를 망가지지 않게 잡아준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가 서로를 구원했음을 깨닫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