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인공관절을 따로 챙겨온 창희는
친구들과 함께 엄마의 장례식 이야기를 하다가
집이 보일 만한 야트막한 언덕 위 큰 나무 둥치 아래에 엄마의 인공관절을 묻어.
그렇게 크고 넓은 존재였던 엄마 안에 숨어 있던 손바닥만한 인공관절,
그렇게 열심히 24시간 365일 가족들을 살뜰히 살피던 엄마 몸 속에, 그 고단함의 증거로 심어져 있던 인공관절을 친구들과 함께 묻는 창희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 할머니 장례식에, 일면식도 연고도 없는 후계동 아저씨들이 그 자리를 가득 채워주었던 것처럼, 나는 그렇게 창희의 친구들이 고맙더라.
개똥이랑 자라면 개똥이랑 친구할 수밖에 없는, 그 작은 산포라는 동네에서, 그럼에도 창희는 가장 좋은 친구들과 인생의 가장 힘든 시간을 나눈 것 같아서 슬펐지만 마음이 따뜻했어.
https://img.theqoo.net/HgGcs
그리고 마지막 5분은, 뭐랄까 진짜 이게 현실일까 이거 구씨가 간성혼수 와서 보는 환상이 아닐까 싶을 만큼 달달했었는데, 보고 나니 이래도 되나, 싶은 거야.
구씨는 아직 아무 것도 청산하지 않은 채로
아버지가 내주신 미정이의 새로 바뀐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수년간 말없이 잠적했던 사람답지 않게
다정한 추앙의 말들을, 진짜 그동안 그 말 못해 어떻게 살았어 싶을 정도로 따스하고 행복한, 말랑한 표정으로 해내잖아.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많은 사람들이 이걸 다 정리해야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고 해. 뭔가를 끊어야, 뭔가를 청산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경험해보니 중독이란 것은, 더 좋아하는 게 있어야 끊어지는 것이더라고.
어둠 속에서 긴 터널을 지나, 암막커튼 사이로 아주 야트막하게 드리운 햇빛을 마주한 구씨는
더 좋아하는 것, 가장 좋아하는 미정이에게 다가가서
그 다정함과 따스함으로 자신의 어두움을 몰아내 보자고 결심한 것 아닐까.
그래서, 14회를 마음껏 행복하게 돌려보기로 했어.
큰 사랑을 받은 사람은 함부로 살 수가 없어지거든.
구씨와 미정의 행복을 빌게 되는 이유는 그래서야.
두 사람, 서로를 마음껏 추앙하면서, 자유로워지길. 그들의 해방일지는 이제부터 다시 씌어지길.
친구들과 함께 엄마의 장례식 이야기를 하다가
집이 보일 만한 야트막한 언덕 위 큰 나무 둥치 아래에 엄마의 인공관절을 묻어.
그렇게 크고 넓은 존재였던 엄마 안에 숨어 있던 손바닥만한 인공관절,
그렇게 열심히 24시간 365일 가족들을 살뜰히 살피던 엄마 몸 속에, 그 고단함의 증거로 심어져 있던 인공관절을 친구들과 함께 묻는 창희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 할머니 장례식에, 일면식도 연고도 없는 후계동 아저씨들이 그 자리를 가득 채워주었던 것처럼, 나는 그렇게 창희의 친구들이 고맙더라.
개똥이랑 자라면 개똥이랑 친구할 수밖에 없는, 그 작은 산포라는 동네에서, 그럼에도 창희는 가장 좋은 친구들과 인생의 가장 힘든 시간을 나눈 것 같아서 슬펐지만 마음이 따뜻했어.
https://img.theqoo.net/HgGcs
그리고 마지막 5분은, 뭐랄까 진짜 이게 현실일까 이거 구씨가 간성혼수 와서 보는 환상이 아닐까 싶을 만큼 달달했었는데, 보고 나니 이래도 되나, 싶은 거야.
구씨는 아직 아무 것도 청산하지 않은 채로
아버지가 내주신 미정이의 새로 바뀐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수년간 말없이 잠적했던 사람답지 않게
다정한 추앙의 말들을, 진짜 그동안 그 말 못해 어떻게 살았어 싶을 정도로 따스하고 행복한, 말랑한 표정으로 해내잖아.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많은 사람들이 이걸 다 정리해야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고 해. 뭔가를 끊어야, 뭔가를 청산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경험해보니 중독이란 것은, 더 좋아하는 게 있어야 끊어지는 것이더라고.
어둠 속에서 긴 터널을 지나, 암막커튼 사이로 아주 야트막하게 드리운 햇빛을 마주한 구씨는
더 좋아하는 것, 가장 좋아하는 미정이에게 다가가서
그 다정함과 따스함으로 자신의 어두움을 몰아내 보자고 결심한 것 아닐까.
그래서, 14회를 마음껏 행복하게 돌려보기로 했어.
큰 사랑을 받은 사람은 함부로 살 수가 없어지거든.
구씨와 미정의 행복을 빌게 되는 이유는 그래서야.
두 사람, 서로를 마음껏 추앙하면서, 자유로워지길. 그들의 해방일지는 이제부터 다시 씌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