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https://img.theqoo.net/YVthk
"눈에 보이는 대로 믿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냐. 믿는 대로 눈에 보이는 것뿐야."
단순한 눈속임일까, 진짜 마법일까. 믿는대로 보이고, 또 느껴진다. 다 쓰러져가는 유원지에 환상적인 불빛이 켜지는 순간 동화 같은 세상으로 초대되고, 뭐든 될 수 있었던 그렇기에 찬란했던 '동심'을 떠올리게 되는 '안나라수마나라'다.
중략
윤아이는 사업에 실패해 빚쟁이에 쫓기는 아빠 대신 여동생을 키우며 가장 노릇을 한다. 친구가 쓰레기통에 버린 문제집의 표지만 찢어서 쓸 만큼 돈도 없고, 의지할 만한 어른은 더더욱 없다. 고등학생 윤아이에게 현실은 버겁기만 하고, 그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검사장인 아빠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윤아이의 짝꿍 나일등은 말 그대로 인생이 탄탄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나일등의 인생은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아스팔트 길이다. 자신의 꿈이 아닌 부모의 꿈을 좇으며 정작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서로 다른 삶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는 점은 닮아있다. 그런 두 사람은 버려진 유원지에서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리을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두 사람에게 현실을 잊게 하는 마술을 선보이며 그들이 애써 외면했던 꿈을 일깨운다. 괜찮다고 위로하며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두 사람은 낯선 광경에 혼란스러워하다 리을의 세계에 한 걸음씩 내디디며 성장하고, 작품을 시청하는 모두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울림을 전한다.
https://img.theqoo.net/QvdvF
'안나라수마나라'는 오프닝부터 새롭다. 배우들이 노래와 단체 안무를 선보이는 뮤지컬적인 오프닝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새로움과 낯섦은 한 끗 차이다. '안나라수마나라'에 대한 호불호 평가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김성윤 감독은 '안나라수마나라'가 뮤지컬 드라마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호불호 반응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판타지 뮤직 드라마보다는 감성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음악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려고 했다면 더 많은 군무와 더 많은 노래를 썼을 텐데 단지 인물의 감정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음악이라는 형식을 차용한 것"이라며 "음악은 감정 전달의 한 도구일 뿐이다. 저는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인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면 해보는 거다. 오히려 몰랐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고, 무식했기 때문에 용감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품 전체적으로 많은 노래가 등장하지 않는다. 극 중간중간 인물의 감정을 노래의 가사로 대신 표현하기 때문에 가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인물들의 감정을 저절로 따라가게 된다. 전에 본 적 없던 작품이기에 어색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열고 극에 집중하다 보면 오로지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모 아니면 도'인 도전을 했던 김성윤 감독의 용기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드라마 주인공 세 명 각각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고, '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각 캐릭터가 흔히 말하는 평범하게 모두의 공감을 자아낼 만한 인물 설정이 아님에도 그렇다.
마술도 마찬가지다. 전개 내내 '리을'의 마술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없고, 끝까지 다 보고도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게 다가온다.'회전목마'의 노래 가사처럼 믿는 대로 눈에 보이는 것. 극 중 '아이'와 '일등' 뿐만 아니라 보는 시청자도 꿈을 일깨우는 마술에 빠져드는 셈이다.
https://img.theqoo.net/lJHkn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지창욱은 짧은 등장에도 엄청난 임팩트로 작품을 이끌어간다. 영원히 아이로 남을 수 있는 '아이'의 이름을 부러워하며 웃는 지창욱은 순수하기도, 또 처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술은 물론 노래, 안무까지 쉽지 않은 도전을 완벽하게 해내며 작품의 중심 축을 완벽하게 잡는다.
이렇듯 지창욱이 기대만큼의 연기를 해냈다면 최성은과 황인엽은 기대 이상의 연기를 해낸다. 특히 최성은은 극의 가장 큰 축을 이루는 '아이' 역을 맡아 특유의 눈빛 하나로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했고, 황인엽 또한 고등학생 다운 순수하고 풋풋하지만 위태로운 극과 극의 연기을 성공적으로 해낸다.
음악 그리고 마술, '안나라수마나라'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작품의 전부는 아니다. 다채로운 접근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과 확장 가능성을 '안나라수마나라'는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108/0003053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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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대로 믿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냐. 믿는 대로 눈에 보이는 것뿐야."
단순한 눈속임일까, 진짜 마법일까. 믿는대로 보이고, 또 느껴진다. 다 쓰러져가는 유원지에 환상적인 불빛이 켜지는 순간 동화 같은 세상으로 초대되고, 뭐든 될 수 있었던 그렇기에 찬란했던 '동심'을 떠올리게 되는 '안나라수마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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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이는 사업에 실패해 빚쟁이에 쫓기는 아빠 대신 여동생을 키우며 가장 노릇을 한다. 친구가 쓰레기통에 버린 문제집의 표지만 찢어서 쓸 만큼 돈도 없고, 의지할 만한 어른은 더더욱 없다. 고등학생 윤아이에게 현실은 버겁기만 하고, 그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검사장인 아빠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윤아이의 짝꿍 나일등은 말 그대로 인생이 탄탄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나일등의 인생은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아스팔트 길이다. 자신의 꿈이 아닌 부모의 꿈을 좇으며 정작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서로 다른 삶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는 점은 닮아있다. 그런 두 사람은 버려진 유원지에서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리을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두 사람에게 현실을 잊게 하는 마술을 선보이며 그들이 애써 외면했던 꿈을 일깨운다. 괜찮다고 위로하며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두 사람은 낯선 광경에 혼란스러워하다 리을의 세계에 한 걸음씩 내디디며 성장하고, 작품을 시청하는 모두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울림을 전한다.
https://img.theqoo.net/QvdvF
'안나라수마나라'는 오프닝부터 새롭다. 배우들이 노래와 단체 안무를 선보이는 뮤지컬적인 오프닝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새로움과 낯섦은 한 끗 차이다. '안나라수마나라'에 대한 호불호 평가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김성윤 감독은 '안나라수마나라'가 뮤지컬 드라마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호불호 반응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판타지 뮤직 드라마보다는 감성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음악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려고 했다면 더 많은 군무와 더 많은 노래를 썼을 텐데 단지 인물의 감정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음악이라는 형식을 차용한 것"이라며 "음악은 감정 전달의 한 도구일 뿐이다. 저는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인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면 해보는 거다. 오히려 몰랐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고, 무식했기 때문에 용감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품 전체적으로 많은 노래가 등장하지 않는다. 극 중간중간 인물의 감정을 노래의 가사로 대신 표현하기 때문에 가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인물들의 감정을 저절로 따라가게 된다. 전에 본 적 없던 작품이기에 어색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열고 극에 집중하다 보면 오로지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모 아니면 도'인 도전을 했던 김성윤 감독의 용기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드라마 주인공 세 명 각각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고, '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각 캐릭터가 흔히 말하는 평범하게 모두의 공감을 자아낼 만한 인물 설정이 아님에도 그렇다.
마술도 마찬가지다. 전개 내내 '리을'의 마술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없고, 끝까지 다 보고도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게 다가온다.'회전목마'의 노래 가사처럼 믿는 대로 눈에 보이는 것. 극 중 '아이'와 '일등' 뿐만 아니라 보는 시청자도 꿈을 일깨우는 마술에 빠져드는 셈이다.
https://img.theqoo.net/lJHkn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지창욱은 짧은 등장에도 엄청난 임팩트로 작품을 이끌어간다. 영원히 아이로 남을 수 있는 '아이'의 이름을 부러워하며 웃는 지창욱은 순수하기도, 또 처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술은 물론 노래, 안무까지 쉽지 않은 도전을 완벽하게 해내며 작품의 중심 축을 완벽하게 잡는다.
이렇듯 지창욱이 기대만큼의 연기를 해냈다면 최성은과 황인엽은 기대 이상의 연기를 해낸다. 특히 최성은은 극의 가장 큰 축을 이루는 '아이' 역을 맡아 특유의 눈빛 하나로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했고, 황인엽 또한 고등학생 다운 순수하고 풋풋하지만 위태로운 극과 극의 연기을 성공적으로 해낸다.
음악 그리고 마술, '안나라수마나라'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작품의 전부는 아니다. 다채로운 접근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과 확장 가능성을 '안나라수마나라'는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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