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theqoo.net/Zgazn
추자현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극본 신이원, 연출 라하나)은 춘희의 벗어날 수 없는 불행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가난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어렵게 간호사 공부를 했고, 동아줄이라고 생각해 부여잡은 남자는 알고보니 빈털터리였으며, 자식 공부에 집착하듯 매달리지만 아이들의 성적은 생각만큼 따라오지 못한다. 아마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부터 꼬였을 인생에서 자리한 불안은 계속해서 그의 곁을 맴돈다. 고고해보이던 의사 사모님의 실상은 불안이 잠식한 시한폭탄이다. 춘희가 안간힘을 쓰며 그나마 붙들고 있는 것들은 쥐면 날아갈 뿐인 모래알이다.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으로 추자현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그가 연기하는 춘희가 낯설지 모른다. 모두에게 사랑 받던 행복한 신부에서, 기댈 이 하나 없는 불행한 엄마가 됐다. 한동안 추자현은 잊힌 배우였다. 18세 때 청소년 드라마 '성장 느낌 18세'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다양한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그를 비켜갔다. 외모나 연기력, 스타성 모두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스타 반열에 오를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늘 제자리 걸음이었던 날들의 연속. 주인공 장나라의 친구로 출연한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가 아시아권에서 대박을 치면서 중국 활동을 시작한 추자현은 2010년 이후엔 아예 주 활동무대를 중국으로 옮겨가 오랜 기간 돌아오지 않았다. 미약했던 존재감마저 사그라들고 있던 때에 추자현은 대륙에서 스타가 되어 돌아왔다. 한국으로 온 그는 '동상이몽'이라는 예능으로 단숨에 대중친화적인 배우가 됐다. 그리고 여러 해가 지난 현재 그의 대표작이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여전히 예능이라는 게 꽤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만큼, '그린마더스클럽' 속 추자현의 연기는 극의 갈등을 가장 구심있게 쥐고 흔들며 누구라도 몰입하게 만든다.
춘희는 '그린마더스클럽' 등장인물 중 연기하기 가장 힘든 캐릭터다. 모든 엄마들의 동경을 부르는 똑쟁이 엄마, 하지만 그 이면에는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주사하며 아이들의 학비를 버는 동전의 앞뒤와 같은 양면성이 존재한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홀로 옥상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은 그래서 더 위태롭고 애달파 보인다. 남편의 의료사고를 대신 뒤집어 썼을 때부터 춘희의 인생은 줄곧 그랬을 것이다. 결국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해주던 전 남자친구 만수(윤경호)를 10여 년 만에 만나고나서야 저변에 가둬놨던 아픔을 수면 위로 꺼내놨으니 말이다. 고달프다는 말로는 부족할 삶의 악조건들이 이 춘희라는 인물에 밀집되어 있다.
https://img.theqoo.net/SqQbC
추자현은 그런 춘희의 불안들을 불온하지 않는 우아함으로 폭발시킨다. 자신은 더 이상 잃을 것 없어도, 자식만큼은 잘 되길 바라는 고귀한 모정의 결핍된 불안. 이중생활 중인 춘희의 밤과 낮은 낙차가 크지만, 불온한 밤들을 우아한 낮으로 메우며 결코 밉지 않게 이 가련한 인물을 형상화한다. 춘희란 인물을 동정하게 만드는 것은 온전히 추자현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춘희를 좇다보면 어느 순간 영화 '사생결단'의 마약중독자 지영이가 눈앞에 서있다. 인생의 밑바닥에 내몰린 고난이도의 이 캐릭터를, 거뜬히 제 것으로 만들어 '제43회 대종상 신인여우상',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여우조연상', '제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제9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신인 연기자상'을 모두 품에 쥐었던. 잊힐 수는 있으나 묻혀서는 안 될 연기력과 분위기를 지닌 배우. 그리고 불안으로 결집된 캐릭터를 만날 때 더욱 진가가 발휘되는 배우라는 걸 춘희를 통해 재차 증명한다.
'그린마더스클럽'의 춘희는 추자현이 그간 보여준 캐릭터들의 완성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이 여행은 춘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추자현이어야 했던 이유를 "첫 촬영부터 변춘희였다"고 밝힌 이요원의 말처럼 대체불가한 영역의 자리매김일지 모른다.
http://naver.me/FRrvM8AW
추자현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극본 신이원, 연출 라하나)은 춘희의 벗어날 수 없는 불행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가난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어렵게 간호사 공부를 했고, 동아줄이라고 생각해 부여잡은 남자는 알고보니 빈털터리였으며, 자식 공부에 집착하듯 매달리지만 아이들의 성적은 생각만큼 따라오지 못한다. 아마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부터 꼬였을 인생에서 자리한 불안은 계속해서 그의 곁을 맴돈다. 고고해보이던 의사 사모님의 실상은 불안이 잠식한 시한폭탄이다. 춘희가 안간힘을 쓰며 그나마 붙들고 있는 것들은 쥐면 날아갈 뿐인 모래알이다.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으로 추자현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그가 연기하는 춘희가 낯설지 모른다. 모두에게 사랑 받던 행복한 신부에서, 기댈 이 하나 없는 불행한 엄마가 됐다. 한동안 추자현은 잊힌 배우였다. 18세 때 청소년 드라마 '성장 느낌 18세'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다양한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그를 비켜갔다. 외모나 연기력, 스타성 모두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스타 반열에 오를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늘 제자리 걸음이었던 날들의 연속. 주인공 장나라의 친구로 출연한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가 아시아권에서 대박을 치면서 중국 활동을 시작한 추자현은 2010년 이후엔 아예 주 활동무대를 중국으로 옮겨가 오랜 기간 돌아오지 않았다. 미약했던 존재감마저 사그라들고 있던 때에 추자현은 대륙에서 스타가 되어 돌아왔다. 한국으로 온 그는 '동상이몽'이라는 예능으로 단숨에 대중친화적인 배우가 됐다. 그리고 여러 해가 지난 현재 그의 대표작이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여전히 예능이라는 게 꽤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만큼, '그린마더스클럽' 속 추자현의 연기는 극의 갈등을 가장 구심있게 쥐고 흔들며 누구라도 몰입하게 만든다.
춘희는 '그린마더스클럽' 등장인물 중 연기하기 가장 힘든 캐릭터다. 모든 엄마들의 동경을 부르는 똑쟁이 엄마, 하지만 그 이면에는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주사하며 아이들의 학비를 버는 동전의 앞뒤와 같은 양면성이 존재한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홀로 옥상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은 그래서 더 위태롭고 애달파 보인다. 남편의 의료사고를 대신 뒤집어 썼을 때부터 춘희의 인생은 줄곧 그랬을 것이다. 결국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해주던 전 남자친구 만수(윤경호)를 10여 년 만에 만나고나서야 저변에 가둬놨던 아픔을 수면 위로 꺼내놨으니 말이다. 고달프다는 말로는 부족할 삶의 악조건들이 이 춘희라는 인물에 밀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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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현은 그런 춘희의 불안들을 불온하지 않는 우아함으로 폭발시킨다. 자신은 더 이상 잃을 것 없어도, 자식만큼은 잘 되길 바라는 고귀한 모정의 결핍된 불안. 이중생활 중인 춘희의 밤과 낮은 낙차가 크지만, 불온한 밤들을 우아한 낮으로 메우며 결코 밉지 않게 이 가련한 인물을 형상화한다. 춘희란 인물을 동정하게 만드는 것은 온전히 추자현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춘희를 좇다보면 어느 순간 영화 '사생결단'의 마약중독자 지영이가 눈앞에 서있다. 인생의 밑바닥에 내몰린 고난이도의 이 캐릭터를, 거뜬히 제 것으로 만들어 '제43회 대종상 신인여우상',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여우조연상', '제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제9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신인 연기자상'을 모두 품에 쥐었던. 잊힐 수는 있으나 묻혀서는 안 될 연기력과 분위기를 지닌 배우. 그리고 불안으로 결집된 캐릭터를 만날 때 더욱 진가가 발휘되는 배우라는 걸 춘희를 통해 재차 증명한다.
'그린마더스클럽'의 춘희는 추자현이 그간 보여준 캐릭터들의 완성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이 여행은 춘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추자현이어야 했던 이유를 "첫 촬영부터 변춘희였다"고 밝힌 이요원의 말처럼 대체불가한 영역의 자리매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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