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 마을에 괴이한 불상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묘한 눈빛의 불상과 시선을 마주하면 과거의 트라우마가 눈앞에서 재현되는 진짜 ‘지옥’이 펼쳐진다. 4월29일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으로 인해 내면의 지옥을 목도한 이들과,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드라마를 그린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나 홀로 그대>를 쓴 류용재 작가와 연상호 감독이 공동 집필하고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연상호 유니버스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장건재 감독의 담백하면서도 서늘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 코리아 포커스 섹션에 초청된 <괴이>가 지난 4월5일(현지 시간) 칸에서 1, 2화를 선보이면서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불상의 저주가 실현된 뒤, 비명과 선혈로 가득한 진양군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유튜브 채널이자 오컬트 잡지 ‘월간 괴담’을 운영하는 고고학자 기훈(구교환), 딸을 잃은 슬픔을 떨치지 못한 천재 문양 해독가 수진(신현빈),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상황도 마다않는 파출소장 석희(김지영), 이 재난을 영리하게 이용하려는 용주(곽동연)가 바로 그들이다. 괴이한 불상의 저주는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배우 구교환, 신현빈, 김지영, 곽동연을 만나 <괴이>의 세상으로 들어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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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서 대위, <모가디슈>의 태준기 참사관, <D.P.>의 한호열 상병, <킹덤: 아신전>의 아이다간…. 지금까지 배우 구교환에게 평범한 미션이 주어진 적은 없었다. 소도시에서 귀불이 출토된 후 평범한 주민들의 내면에 지옥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괴이>의 세계에서 고고학자 정기훈 역시 사랑하는 것을 지켜내기 위해 또 한번 몸을 던진다. 장르의 기운이 활성화된 시공간이지만 구교환은 그 속에서 오래된 유물과 관계에 밀착된 한 사람의 깊은 마음속을 들여다보았다.
- 초자연 스릴러를 표방하는 <괴이>는 장르적 성격이 짙지만 정기훈이란 인물은 어떤 의미에서 배우 구교환이 연기한 인물들의 좌표 위에서 오히려 현실에 발 딛고 선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그게 재미있다.
= 묘하게 안심되는 말이다. (웃음) 아웃풋을 의식하지 않으려 한 건 사실이다. 스릴과 서스펜스, 호러의 기운이 사방에서 풍기지만 배경에 너무 함몰되지 않는 편을 택했고, 작품의 장르적 성격보다는 사람에 충실한 채 연기했다. 고고학자, ‘월간 괴담’을 만드는 유튜버, 그리고 이혼한 아내 수진과 딸 하영에게만 집중했다. 딱 이 네 가지가 중요했다.
- 오컬트 잡지 ‘월간 괴담’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튜버까지 된 캐릭터인데, 배우 구교환의 실생활이 영향을 끼친 컨셉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봤다.
= 하하, 시나리오부터 기훈은 유튜버였고 내가 보기엔 결대로 간 거여서 자연스러웠다. 자기 전공 살려서 유튜버가 된 거니까. 유튜버의 정체성은 <괴이>의 중심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면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는다. 농담으로 장건재 감독님께 아쉽다고도 말했다. 유튜브 인터페이스 안에 있는 기훈의 모습을 살짝 보고 싶었거든. 구독자는 42명 정도? 앞으로 계속 구독자 수가 늘어날 거라 믿고 있고 청사진에 부풀어 있는. 근데 여기에 디테일이 있다. 기훈에게 유튜브는 홍보 수단일 뿐 종이 잡지 ‘월간 괴담’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 그런가? 종이의 물성을 사랑하는 고고학자라니 퍽 어울린다.
= 기훈을 해석할 때 바로 그 정서가 좋았다. 아직 종이를 좋아하는 사람, 만드는 잡지든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연구 서적이든 책장을 넘기는 감성과 닮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기훈의 집 내부 장면을 보면, 이 사람은 책 속에 둘러싸여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식하자면 아름다웠던 것들에 계속 멈춰 서 있는 사람.
- 대중문화에서 남편, 그리고 아빠의 정체성이 중요한 캐릭터에 일말의 스테레오타입이 적용될 수도 있었을 텐데 배우 구교환 특유의 독특한 박자감은 여전하다.
= 현실에서도 누군가의 사회적 역할과 그 사람이 실제로 가진 디테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예를 들어 <D.P.>도 마찬가지였는데, ‘D.P.라고 뭐가 다르겠어?’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었다. 캐릭터와 친해질 때의 내 태도가 대개 그런 것 같다. 맡은 역할이 피아니스트라면 당연히 피아노 치는 기술을 열심히 연습해야겠지만 그외의 것들에선 가급적 벗어나려 한다. 그래야 나도 진심으로 편해진다.
- <괴이> 현장에서 애드리브도 많이 선보였나.
= 촬영 전날 생각했던 감정이 촬영 당일 3, 4번째 테이크에서 바뀔 수도 있다. 테이크마다 다르게 가려고 시도하는데 가끔 지켜보는 분들이 엔지로 오해한다. 나는 그저 수많은 가능성의 유니버스를 연기하고 있을 뿐인데…. (웃음)
-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 이종필 감독의 <탈주>를 촬영 중이다.
= 두 작업과 많이 친해지고 있다. 슬슬 나 자신이 테이크를 더 가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아님 저렇게?’ 궁리하면서 현장에 가는 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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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는 불상의 눈을 바라보면 자기 마음속의 지옥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설정을 보면 굉장히 흥미로운데 내게 닥친 현실이라 생각하니 너무 끔찍했다. 그렇지만 이 세계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신현빈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괴이>의 전체 서사를 묘사한 뒤 그 속의 수진을 가리키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가 인도하는 대로 <괴이>의 세상에 발을 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신현빈이 연기한 수진은 고고학자이자 문양 해독가로, 딸 하영(박소이)을 잃은 뒤 진양군으로 거처를 옮겨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진을 보며 신현빈이 떠올린 작품은 영화 <컨택트>. “<괴이>가 장르물이라고 해서 장르물만 참고하진 않았다. 언어와 연계된 직업을 가졌고 아이를 잃었다는 점에서 <컨택트>의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에게서 참고할 점이 많았다.” 눈앞에 무언가를 마주한 듯 연기를 펼치는 것도 신선한 도전이었다. “초반부터 없는 것을 있다고 상상하며 찍는 신들이 여럿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느낌으로 찍는 신이 굉장히 많겠구나’ 하고 미래를 대비하게 됐다. (웃음)”
장건재 감독은 A4 용지 한장 분량에 수진의 전사를 디테일하게 적어 건넸고 덕분에 수진이란 인물을 구축하는 과정이 훨씬 용이해졌다고 한다. “수진의 유년 시절로 한참 거슬러 올라갔다. 어릴 때 진양군에 있는 할머니 손에 자랐으며 당시의 관심사는 무엇이었고, 또 기훈(구교환)과는 티베트에서 몇 차례 만나 어떻게 연인으로 발전했는지와 같은 정보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미지적으로 참고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료였다.” 하영이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수진은 삶에서 딸을 쉽게 밀어내지 못한다. “희한하게 같이 잘 놀다가도 촬영에 들어가 박소이 배우를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그런 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진은 아주 건조하고 지쳐 보이는 인물인데 처음부터 그런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아이를 잃고 자기 자신도 잃어버리게 된 거다. 끔찍한 상황을 겪으면서 오히려 잃어버렸던 자신과 자신의 마음을 되찾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였다.” 고고학자라는 수진의 직업적인 측면은 도리어 접근하기 편했다. “미술 이론을 전공해서 고고학이나 고고미술사학은 내게 아주 낯선 영역은 아니었다. 전공을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 학자로서의 특징에 집중했는데, 예를 들면 외형적으로 봤을 때 공부를 많이 해서 어깨가 굽어 있는 상태 등을 고려했다. 시청자들이 보고 ‘맞아, 강사들은 진짜 저렇지’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랐다.” 전작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겨울과 차이를 두는 데에도 품을 들였다. “캐릭터의 외형과 스타일을 잘 정해두면 내가 그 사람이라고 믿기 좀더 쉬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수진이 쓰는 안경 같은 소품도 최대한 겨울이의 느낌이 나지 않는 것으로 골랐다. 또 수진이 머리가 덜 마른 채 일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 비슷한 장면이 많아서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괴이>가 공개되기를 기다리며 신현빈은 현재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촬영 중이다. “한 남자가 재벌가 막내로 회귀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회귀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웃음) 1980년대를 배경으로 근현대 경제사를 다루는데, 나는 검사 역할을 맡았다. 다양한 시대 배경이 펼쳐지고, 나는 검사로 등장한다. 열심히 찍어서 곧 또 새롭게 인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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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훈이 만드는 오컬트 잡지 ‘월간 괴담’? 원래 그런 걸 좋아해서 촬영장에서 맨날 봤다. 제작진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실제로 아주 공들여 제작했더라. (웃음)” 문화인류학 전공자인 배우 김지영에게 유적에 얽힌 초자연적 스릴러 <괴이>는 숨겨진 관심사를 저격하는 반가운 텍스트였다. 그는 촬영 중 틈틈이 현장 귀퉁이에 떠도는 소품과 자료들을 유심히 살피면서 내심 ‘이거 참 흥미로운데?’를 연발했다. 1993년 데뷔해 올해 30년차를 맞이한(“우리 (시)부모님과 살다보면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분들은 데뷔 60년차가 되어가시거든!”) 이 배우의 경륜은 커버 촬영 현장에서도 덤덤한 여유를 지닌 분위기 메이커의 자질로 자연스레 드러났다. “하하, 그런가? 촬영이 끝나면 동료들과 술 한잔하면서 돈독해진 것만은 확실하다.” 그가 <괴이>에서 연기한 파출소장 한석희 역시 진양군 주민들에게 그렇게 미덥고 안심되는 존재다. 귀불이 출토된 후 평화롭던 마을에 하나둘씩 미쳐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석희는 하나뿐인 아들 도경(남다름)을 위험에서 구하고자 한다. 귀불의 눈을 바라보면 자기 마음속의 지옥이 펼쳐진다는 섬뜩한 풍경 속으로 뛰어들기에 앞서 김지영은 평생 경찰로 살아온 베테랑의 몸짓부터 고심했다. “현란한 제스처 없이도 매의 눈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포착해 한방에 제압하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액션을 하고 싶었다. 무술감독님과 나 둘 다 그게 훨씬 어렵다는 걸 금방 알게 됐지만 말이다. (웃음) 기술이 빠진 자리를 채워야 하는 건 진짜 ‘힘’이었다.”
<괴이>에서 액션 연기에 제대로 시동을 걸기 이전에 몸풀기는 이미 시작되었으니, 호평 일색이었던 SBS 드라마 <굿캐스팅> 속 국정원 요원 캐릭터가 있었던 덕분이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김희정 감독의 <프랑스여자> 속 영화감독 역할까지 더해 ‘최신의 김지영’은 그가 담보하는 스타로서의 친숙함 위로 한결 쨍한 경쾌함 또는 날것의 뾰족함을 드러냈다. 지난 몇년 새 필모그래피가 예리해지고 있는 까닭을 묻자 “이런 변화를 바라고 준비한 지 벌써 10년도 넘은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제의받은 아침·주말 연속극을 끊임없이 소화하는 사이 TV 속에 매일 나오는 내 모습이 보기 싫어지는 순간이 오더라.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연기한다는 자부심은 사라지고, 나의 친근함이 곧 지겨움은 아닌가 하는 자조가 시작됐다.” 그래서 김지영은 교단에 서서 젊은 배우들과 호흡하고 단편영화와 카메오 출연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자발적으로 워크숍 스터디를 조직해 쇄신의 가능성을 긴 시간 도모했다. 결과를 도출하는 것보다 연기하는 과정의 재미를 찾아보자는 마음에 충실한 시간이었다. “<전원일기>부터 주로 선배 배우들과 연기했으니 현장에서 엔지 없이 정확도를 추구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현장에서 발견해가는 연기에 갈증이 생길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괴이>의 배우 구교환은 파트너로서 최상의 적임자였다. “마치 로드 무비처럼 기훈과 석희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퀀스가 꽤 길다. 구교환의 유니크함, 탐구심, 그리고 에너지에 크게 자극받았다. 매 테이크 다르게 실험하고 애드리브에 능한 상대가 바로 옆에 있으니, 촬영이 재밌고 흥분됐다. 가끔 내 에너지가 달려 수그러들 만한 순간에도 같이 신나게 끓고 있더라.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다가 서로 통성명하는 장면은 순전히 애드리브로 만들어낸 건데 아주 마음에 든다. <괴이> 속에서 우리는 항상 98℃로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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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라는 매끈한 외피를 두른 빌런, <빈센조>의 장한서는 잊어도 좋다. 상처로 불긋한 눈가가 범상치 않다 느낄 찰나, 인사 대신 욕설을 내뱉은 <괴이>의 용주는 출소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주먹을 휘두르고야 만다. 불상의 저주로 혼란에 빠진 진양군은 용주가 “뒤틀린 감정을 여과 없이 터트리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곽동연은 어느 때보다 거친 결을 살려 용주가 지닌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 <괴이>가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칸의 레드 카펫을 밟은 소감을 말해준다면.
= 배우들에게 칸이라는 도시가 지닌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출연작과 함께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기뻤다. 또 상영 뒤 관객의 호응이 뜨거워 정말 기분 좋았다.
- 용주의 첫 등장이 인상적이다. 등을 가득 채운 커다란 문신이 예사롭지 않았다.
= 그 문신을 어느 정도, 어떤 크기로 할 것인지 여러 논의가 오갔다. 나는 이렇게 캐릭터성이 강한 역할은 처음이라 ‘더 세게 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었다. 용주의 문신을 잘 보면 도깨비 얼굴 같은 게 그려져 있다. 그 덕에 이 문신이 용주에게 일종의 부적으로 작용한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촬영을 여름에 진행했는데 문신을 노출시킬 경우 계속 수정을 해야 해서, 첫 등장 이후로는 재킷을 벗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웃음)
- 용주에게 어떤 전사도 없었으면 했다던데 이유가 무엇이었나.
= 용주의 과거는 후반부로 가면 밝혀진다. 하지만 나는 어떤 전사도, 이유도 없이 용주를 순수악으로 그려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라 용주에게 서사를 주고 싶어 하시더라. 결국 내가 설득됐다.
- 빌런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나. 도덕적으로는 이해가 불가한 인물일 텐데.
=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극대화하는 편이다. 용주의 경우 무더운 여름, 에어컨 없는 뙤약볕 아래 흐르는 땀과 더위를 그대로 견뎌야 하는 짜증, 그의 몇십배에 이르는 분노를 계속 상기하며 촬영에 임했다.
- 불상의 저주에 노출된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군청 앞을 뛰어다닐 때, 용주는 신난 채로 전쟁터 같은 상황에 뛰어든다. 품어온 분노를 터트릴 수 있었기 때문일까.
= 그렇다.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르는데 자신을 제재할 사람 하나 없는 상태로 재난이 일어난 거니까. 며칠 굶은 야생동물이 지천에 널린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의 정서를 계속 떠올리려고 했다.
- 당시의 액션도 눈에 띄었다. 몸이 굉장히 가볍던데 어떻게 준비했나.
= 일단 멋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용주는 제대로 몸 쓰는 걸 배운 인물이 아니라서 현실적으로 싸운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용주의 움직임에 관해 무술감독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개인적으로 몸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준비하고 촬영했다.
- 듣다보니 용주라는 역할에 여로모로 욕심이 많이 났던 것 같다.
= 배우로서 갖고 있는 욕심 중 하나가 계속 얼굴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빈센조>의 장한서로 나를 기억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에게 기분 좋은 충격을 안기고 싶었다. 그래서 용주 캐릭터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관해 계속 고민했다. 그래서 내 욕심이 얼마나 충족됐고, 관객이 얼마나 기시감을 느끼지 않고 바라봐주실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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