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의 주상욱, 이 정도면 제2의 최수종으로 인정할 만 https://img.theqoo.net/aQgeG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주말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대하사극으로는 짧은 회차인 32회로 기획된 드라마이다. 같은 시기를 보여준 1990년대 KBS <용의 눈물>이 150회를 훌쩍 넘겼고, 2014년의 <정도전> 역시 50회를 채웠다. 그에 비하면 <태종 이방원>은 미니시리즈로 느껴질 정도다.
그렇기에 <태종 이방원>은 고려 말부터 이방원의 마지막까지 굉장히 빠르게 전개된다. 이 때문에 <태종 이방원>은 기존의 대하사극에서는 없던 속도감은 얻었다. 여기에 고려 말의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부터 이방원과 양녕대군의 갈등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모두 집어넣었다.
이런 방식은 흥미롭지만 자칫 역사 다큐처럼 그때그때 굵직한 사건 나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혹은 한 번 흥미를 잃은 시청자는 외면해버릴 가능성도 있다. 또 기존의 대하사극이 지닌 실제 인물끼리의 정치 싸움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었다.
https://img.theqoo.net/UVYIa
<태종 이방원>은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해 태종 이방원에게 집중했다. 그간 SBS <육룡이 나르샤> 같은 퓨전사극 아닌 대하사극에서 이방원의 틀은 언제나 유사했다. 이방원은 욕심 많고, 잔혹하고, 아비를 배반한 욕망이 나르샤 같은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이방원 역의 배우들은 특유의 야비한 기운을 장착해야 했다. 아마 기존의 그 장치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배우 중 하나를 꼽으라면 KBS <정도전>에서 이방원을 연기한 안재모일 것이다.
반면 <태종 이방원>은 고려 말 조선 초의 중심에 태조 이성계가 아닌 태종 이방원을 놓아둔다. 이방원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과연 이방원은 우리가 사극에서 보아온 대로 야비하고 잔인하가?
맞다. <태종 이방원>에서도 이방원(주상욱)은 정몽주를 암살하고, 아비 태조 이성계(김영철)를 배반하며, 자신이 왕위에 오를 때까지 힘써준 원경왕후 민씨(박진희)를 용서하지 않으며, 아들인 양녕대군(이태리)과도 갈등을 빚는다.
https://img.theqoo.net/lrlOc
우리가 대하사극에서 익히 보아온 사건들이지만 <태종 이방원>은 이방원을 좀 다르게 바라본다. <태종 이방원>이 그린 이방원은 뼛속까지 악한 인물이 아니다. 시대 안에서 죽지 않기 위해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친형제부터 새 어머니까지 모두 이방원을 밀어내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후 왕위에 오른 이방원은 악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괴물처럼 변해간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없으며, 그를 사랑하고 따르던 사람들까지 모두 궁지로 몰아넣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태종 이방원이 아닌 인간 이방원은 두려움 속에 빠져든다.
이처럼 <태종 이방원>은 악인이 된 왕 태종과 연약한 인간이었던 이방원을 동시에 그려낸다. 그 때문에 사극 속 태조 이성계에 가려진 2인자이기도 했던 이방원은 <태종 이방원>을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이방원은 경쟁사회 속에서 성공한 나쁜 놈이 되었지만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잃은 성공한 현대인의 초상과도 겹쳐지기도 한다.
https://img.theqoo.net/TfhEM
한편 이러한 이방원의 캐릭터가 성공한 데는 배우 주상욱의 호연도 한몫했다. 주상욱은 큰 눈에 부드러운 목소리, 부담스럽지 않게 듬직한 분위기로 로맨스와 멜로물의 주인공으로 활약해왔다. 그런 주상욱이 과연 대하사극의 이방원과 어울릴까 의문스럽기도 했다. MBC <선덕여왕>과 TV조선 <대군> 같은 퓨전 성격이 짙은 사극에 출연하긴 했지만 역시나 그의 홈그라운드는 현대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극 초반에는 시청자들의 상상하는 이방원과는 동 떨어진 분위기에 아리송하기도 했을 것이다. 뭔가 유약하고, 고뇌하고, 조심스럽게 결단하는 선비 같은 이방원이었으니. 하지만 극의 결말에 이른 지금 주상욱은 선비 같은 젊은 시절부터 점점 포악한 인간형으로 변해가는 그 흐름을 잘 이끌어냈다. 또한 로맨스, 멜로드라마를 오래 연기한 배우답게 아버지 이성계 앞에 무릎 꿇고 절절하게 용서를 비는 감정 연기는 과거 대하사극에서 볼 수 없던 특별한 장면이었다. 원경왕후 민씨와의 대립 또한 배우 박진희와의 팽팽한 호흡으로 극 후반에 긴장감을 몰아넣었다.
그 결과 주상욱은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전형적인 대하사극의 이방원과는 다른 이방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청춘물의 주인공에서 사극 전문 배우로 거듭났던 과거 최수종처럼 주상욱 역시 <태종 이방원>을 통해 더 폭넓은 연기 세계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https://entertain.v.daum.net/v/20220430134904479
칼럼 좋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주말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대하사극으로는 짧은 회차인 32회로 기획된 드라마이다. 같은 시기를 보여준 1990년대 KBS <용의 눈물>이 150회를 훌쩍 넘겼고, 2014년의 <정도전> 역시 50회를 채웠다. 그에 비하면 <태종 이방원>은 미니시리즈로 느껴질 정도다.
그렇기에 <태종 이방원>은 고려 말부터 이방원의 마지막까지 굉장히 빠르게 전개된다. 이 때문에 <태종 이방원>은 기존의 대하사극에서는 없던 속도감은 얻었다. 여기에 고려 말의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부터 이방원과 양녕대군의 갈등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모두 집어넣었다.
이런 방식은 흥미롭지만 자칫 역사 다큐처럼 그때그때 굵직한 사건 나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혹은 한 번 흥미를 잃은 시청자는 외면해버릴 가능성도 있다. 또 기존의 대하사극이 지닌 실제 인물끼리의 정치 싸움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었다.
https://img.theqoo.net/UVYIa
<태종 이방원>은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해 태종 이방원에게 집중했다. 그간 SBS <육룡이 나르샤> 같은 퓨전사극 아닌 대하사극에서 이방원의 틀은 언제나 유사했다. 이방원은 욕심 많고, 잔혹하고, 아비를 배반한 욕망이 나르샤 같은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이방원 역의 배우들은 특유의 야비한 기운을 장착해야 했다. 아마 기존의 그 장치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배우 중 하나를 꼽으라면 KBS <정도전>에서 이방원을 연기한 안재모일 것이다.
반면 <태종 이방원>은 고려 말 조선 초의 중심에 태조 이성계가 아닌 태종 이방원을 놓아둔다. 이방원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과연 이방원은 우리가 사극에서 보아온 대로 야비하고 잔인하가?
맞다. <태종 이방원>에서도 이방원(주상욱)은 정몽주를 암살하고, 아비 태조 이성계(김영철)를 배반하며, 자신이 왕위에 오를 때까지 힘써준 원경왕후 민씨(박진희)를 용서하지 않으며, 아들인 양녕대군(이태리)과도 갈등을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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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하사극에서 익히 보아온 사건들이지만 <태종 이방원>은 이방원을 좀 다르게 바라본다. <태종 이방원>이 그린 이방원은 뼛속까지 악한 인물이 아니다. 시대 안에서 죽지 않기 위해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친형제부터 새 어머니까지 모두 이방원을 밀어내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후 왕위에 오른 이방원은 악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괴물처럼 변해간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없으며, 그를 사랑하고 따르던 사람들까지 모두 궁지로 몰아넣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태종 이방원이 아닌 인간 이방원은 두려움 속에 빠져든다.
이처럼 <태종 이방원>은 악인이 된 왕 태종과 연약한 인간이었던 이방원을 동시에 그려낸다. 그 때문에 사극 속 태조 이성계에 가려진 2인자이기도 했던 이방원은 <태종 이방원>을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이방원은 경쟁사회 속에서 성공한 나쁜 놈이 되었지만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잃은 성공한 현대인의 초상과도 겹쳐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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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러한 이방원의 캐릭터가 성공한 데는 배우 주상욱의 호연도 한몫했다. 주상욱은 큰 눈에 부드러운 목소리, 부담스럽지 않게 듬직한 분위기로 로맨스와 멜로물의 주인공으로 활약해왔다. 그런 주상욱이 과연 대하사극의 이방원과 어울릴까 의문스럽기도 했다. MBC <선덕여왕>과 TV조선 <대군> 같은 퓨전 성격이 짙은 사극에 출연하긴 했지만 역시나 그의 홈그라운드는 현대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극 초반에는 시청자들의 상상하는 이방원과는 동 떨어진 분위기에 아리송하기도 했을 것이다. 뭔가 유약하고, 고뇌하고, 조심스럽게 결단하는 선비 같은 이방원이었으니. 하지만 극의 결말에 이른 지금 주상욱은 선비 같은 젊은 시절부터 점점 포악한 인간형으로 변해가는 그 흐름을 잘 이끌어냈다. 또한 로맨스, 멜로드라마를 오래 연기한 배우답게 아버지 이성계 앞에 무릎 꿇고 절절하게 용서를 비는 감정 연기는 과거 대하사극에서 볼 수 없던 특별한 장면이었다. 원경왕후 민씨와의 대립 또한 배우 박진희와의 팽팽한 호흡으로 극 후반에 긴장감을 몰아넣었다.
그 결과 주상욱은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전형적인 대하사극의 이방원과는 다른 이방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청춘물의 주인공에서 사극 전문 배우로 거듭났던 과거 최수종처럼 주상욱 역시 <태종 이방원>을 통해 더 폭넓은 연기 세계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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