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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영화로 따지면 봉준호 감독의 2003년작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서사로 다수의 시청자들이 그 결과를 알고 있다. 처음 ‘살인의 추억’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극화한다고 했을 때도 따라왔던 우려다. 과연 ‘닫힌 결말’을 어떻게 극으로서 윤색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봉준호 감독은 가상의 범인을 끊임없이 띄우고 이를 추적하는 서사를 쪼개 넣어 우려를 극복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역시 이름만 바뀌었지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이들이 등장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행태는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 긴장감이 떨어질 법 했지만 제작진은 오히려 이 사건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 송하영(김남길)의 성장사를 그려내는 영민한 우회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대본과 연출로는 데뷔작을 치른 설이나 작가, 박보람PD 두 여성 제작진이 있다. 이들은 ‘여성이 장르물에 약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뒤엎으며 새로운 작법을 만들었다. 송하영의 모티프가 된 인물 권일용 동국대 겸임교수의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영상기법으로 원작자도 감화할 만큼의 메시지를 만들었다. 박보람PD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와 관련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 범죄의 해결보다는 이후 상담이나 분석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수사물이었다.
“원작의 기획의도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 프로파일러의 태동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했고, 그 방식이 범죄자를 굉장히 대단해 보이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찌질한 놈’ 그 뿐이라 말하는 태도가 좋다고 생각했다.”
- 권일용, 고나무 작가의 책이 원작이다. 프로파일러라는 직군에 집중한 이유는?
“권 교수님을 만났을 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여러 매체에서 관련 직군이 등장하지만 어떤 작품도 제대로 프로파일러를 보인 적은 없었다고 하셨다. 주요 범죄에 등장하는 보도가 많고, 여러 극에서도 카리스마를 가진 능력자로 나오지만 좀 더 인간적이면서도 사실적이 모습의 프로파일러를 보여주고 싶었다.”
- 여러 연쇄살인범이 잇달아 등장한다.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메인 빌런’을 갖는 수사물이 많은데?
“프로파일러의 태동을 그린 작품이므로 시간순서대로 범죄자가 등장하면서 맞물려 성장하는 프로파일러의 시간이 주된 구성이다. 무동기 범죄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이유를 탐구하고, 살인범의 등장을 예측하며 용의자를 추정하고 보고서를 쓰고 자백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주가 되기에 옴니버스 구성을 택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범죄자는 남기태 역의 모티프인 정남규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해해야 연기할 수 있었기에 이해하려 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과정이 어려웠다. 배우 김중희의 연기에 감사드린다.”
- 용의자 역할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캐스팅의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드라마에는 너무나 유명한 범죄자가 등장한다. 이것이 부담이었다. 오디션을 굉장히 오래봤다. 얼굴이 익숙한 배우가 연기하면 몰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봐 낯선 얼굴이되 유연한 연기력의 배우를 찾으려고 했다. 또한 범죄자의 분위기와 톤이 달라 이 부분도 신경을 썼다. 배우 입장에서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연기한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라 거절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봤지만 운 좋게도 훌륭한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 송하영은 수사를 하며 범인의 상태에 과몰입하고 사고체계에 혼란을 받는 등 시련을 겪는다.
“결국 이야기가 ‘악의 마음을 읽어나가는 인물’ 송하영에 대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 프로파일러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이 주인공 송하영이 감정변화였다.”
- 주연 김남길, 진선규, 김소진 등의 연기를 본 소감은?
“현장은 축복 그 자체였다. 현장이 마치 하나의 무대인 듯 연기해주셔서 감탄하며 촬영했다. 굉장히 유연한 연기가 나왔고 현장에서 만드는 장면도 많았다. 감사와 감탄을 이야기하다보면 끝이 없을 터라 다시 작업하고 싶다는 말로 긴 소감을 대신하고 싶다.”
-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다루면서 고증에도 신경을 쓴 것 같다. 중점을 뒀던 부분은?
“기조는 ‘몰입을 깨지 않는 선을 지키자’였다. 완벽하게 고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 완벽하진 못해도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미술적으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중반을 나눴다. 컬러를 이용하고 그 외로는 컴퓨터, 핸드폰, 차량 등을 시대별로 바꿨다.”
- 극이 베이징동계올림픽 때문에 한 달 휴식기를 가졌다. 일반적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고충이었다. 애초 12부작으로 기획돼 회별로 구성이 있었고 10회차까지 내면의 서사가 쌓이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촬영이 종료되고 후반작업이 되던 도중 결방이슈가 생겼다. 다만 결방이 결정되고 난 후에는 할 수 있는 일에만 최선을 다했다. 데뷔하는 감독이라 매순간이 처음이었다. 스스로 불안이 있었는데 결방 기간 동안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이점이라면 이점이다.”
- 장르물 연출에 있어 신경쓰는 부분은?
“초보연출이기에 어려운 질문이다. 주변에서 이야기하시기엔 드라마에 따스한 정서가 있다고 하시더라. 저 역시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범죄장면과 사건을 자극적이게 연출하지 않을 것, 감정을 쥐어짜내지 않을 것을 계속 생각했다. 또한 실화 원작이므로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도 있었다. 촬영, 후반작업을 통해 매 순간이 조심스러웠다. 숙고하고 검열했던 것이 스스로의 강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달 12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영화로 따지면 봉준호 감독의 2003년작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서사로 다수의 시청자들이 그 결과를 알고 있다. 처음 ‘살인의 추억’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극화한다고 했을 때도 따라왔던 우려다. 과연 ‘닫힌 결말’을 어떻게 극으로서 윤색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봉준호 감독은 가상의 범인을 끊임없이 띄우고 이를 추적하는 서사를 쪼개 넣어 우려를 극복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역시 이름만 바뀌었지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이들이 등장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행태는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 긴장감이 떨어질 법 했지만 제작진은 오히려 이 사건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 송하영(김남길)의 성장사를 그려내는 영민한 우회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대본과 연출로는 데뷔작을 치른 설이나 작가, 박보람PD 두 여성 제작진이 있다. 이들은 ‘여성이 장르물에 약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뒤엎으며 새로운 작법을 만들었다. 송하영의 모티프가 된 인물 권일용 동국대 겸임교수의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영상기법으로 원작자도 감화할 만큼의 메시지를 만들었다. 박보람PD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와 관련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 범죄의 해결보다는 이후 상담이나 분석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수사물이었다.
“원작의 기획의도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 프로파일러의 태동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했고, 그 방식이 범죄자를 굉장히 대단해 보이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찌질한 놈’ 그 뿐이라 말하는 태도가 좋다고 생각했다.”
- 권일용, 고나무 작가의 책이 원작이다. 프로파일러라는 직군에 집중한 이유는?
“권 교수님을 만났을 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여러 매체에서 관련 직군이 등장하지만 어떤 작품도 제대로 프로파일러를 보인 적은 없었다고 하셨다. 주요 범죄에 등장하는 보도가 많고, 여러 극에서도 카리스마를 가진 능력자로 나오지만 좀 더 인간적이면서도 사실적이 모습의 프로파일러를 보여주고 싶었다.”
- 여러 연쇄살인범이 잇달아 등장한다.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메인 빌런’을 갖는 수사물이 많은데?
“프로파일러의 태동을 그린 작품이므로 시간순서대로 범죄자가 등장하면서 맞물려 성장하는 프로파일러의 시간이 주된 구성이다. 무동기 범죄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이유를 탐구하고, 살인범의 등장을 예측하며 용의자를 추정하고 보고서를 쓰고 자백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주가 되기에 옴니버스 구성을 택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범죄자는 남기태 역의 모티프인 정남규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해해야 연기할 수 있었기에 이해하려 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과정이 어려웠다. 배우 김중희의 연기에 감사드린다.”
- 용의자 역할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캐스팅의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드라마에는 너무나 유명한 범죄자가 등장한다. 이것이 부담이었다. 오디션을 굉장히 오래봤다. 얼굴이 익숙한 배우가 연기하면 몰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봐 낯선 얼굴이되 유연한 연기력의 배우를 찾으려고 했다. 또한 범죄자의 분위기와 톤이 달라 이 부분도 신경을 썼다. 배우 입장에서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연기한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라 거절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봤지만 운 좋게도 훌륭한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 송하영은 수사를 하며 범인의 상태에 과몰입하고 사고체계에 혼란을 받는 등 시련을 겪는다.
“결국 이야기가 ‘악의 마음을 읽어나가는 인물’ 송하영에 대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 프로파일러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이 주인공 송하영이 감정변화였다.”
- 주연 김남길, 진선규, 김소진 등의 연기를 본 소감은?
“현장은 축복 그 자체였다. 현장이 마치 하나의 무대인 듯 연기해주셔서 감탄하며 촬영했다. 굉장히 유연한 연기가 나왔고 현장에서 만드는 장면도 많았다. 감사와 감탄을 이야기하다보면 끝이 없을 터라 다시 작업하고 싶다는 말로 긴 소감을 대신하고 싶다.”
-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다루면서 고증에도 신경을 쓴 것 같다. 중점을 뒀던 부분은?
“기조는 ‘몰입을 깨지 않는 선을 지키자’였다. 완벽하게 고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 완벽하진 못해도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미술적으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중반을 나눴다. 컬러를 이용하고 그 외로는 컴퓨터, 핸드폰, 차량 등을 시대별로 바꿨다.”
- 극이 베이징동계올림픽 때문에 한 달 휴식기를 가졌다. 일반적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고충이었다. 애초 12부작으로 기획돼 회별로 구성이 있었고 10회차까지 내면의 서사가 쌓이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촬영이 종료되고 후반작업이 되던 도중 결방이슈가 생겼다. 다만 결방이 결정되고 난 후에는 할 수 있는 일에만 최선을 다했다. 데뷔하는 감독이라 매순간이 처음이었다. 스스로 불안이 있었는데 결방 기간 동안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이점이라면 이점이다.”
- 장르물 연출에 있어 신경쓰는 부분은?
“초보연출이기에 어려운 질문이다. 주변에서 이야기하시기엔 드라마에 따스한 정서가 있다고 하시더라. 저 역시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범죄장면과 사건을 자극적이게 연출하지 않을 것, 감정을 쥐어짜내지 않을 것을 계속 생각했다. 또한 실화 원작이므로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도 있었다. 촬영, 후반작업을 통해 매 순간이 조심스러웠다. 숙고하고 검열했던 것이 스스로의 강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