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를 정면으로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한 소년부 판사의 도발적인 시각으로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며 대본 자문을 맡은 신동주 판사. 그의 모습은 열정을 다해 보호소년(소년법에 따른 소년보호사건에서의 소년을 말함)에게 다가간 '담임선생님'에 가깝다. 소년범(보호소년과 형사재판 중인 소년도 포함한 포괄적 의미)과 소년재판에 대한 현실판 '소년심판'을 들어봤다.
―대본 자문을 맡게 된 계기는.
▷2016년 소년보호재판을 담당하면서 보호소년을 위해 다양한 감독·후견 업무를 했다. 당시에 (소년심판의) 작가(김민석)로부터 소년사건에 대한 드라마를 구상 중이라며 연락이 왔다. 소년사건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소년원 등 소년보호시설을 함께 방문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작가가 이후 대본 (집필)방향을 새롭게 잡고 대본을 다시 썼으며 실제 재판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 답해드렸다. 대본 초고가 완성되고 지난해 상반기 촬영 때까지 대본 감수를 요청해 의견을 드렸다.
―꽤 오랜 기간 자문을 했는데.
▷평소 보호소년에 대해 관심이 컸다. 보호소년을 위한 사이버학교를 개설하고, 축구대회나 미용·요리 경연대회 등을 기획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소년부 판사가 된 후 보호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언론을 통해서는 (범죄) 수위가 높은 사건이 알려져 대중에게 소년범이 흉악범 혹은 강력범으로 인식되곤 하는데, 보호소년도 실수를 했을 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드라마 내용과 현실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판사의 모습이 때로는 검사나 수사관처럼 나오는데 판사가 직접 조사하거나 수사하지는 않는다. 조사 명령을 내리거나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기관에 보완수사 명령을 내린다. 판사가 피해자 측이나 가해자(소년범)의 보호자를 따로 만나지 않는다. 조사관이 주로 만난다. 법관으로서의 중립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판사가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이탈한 보호소년을 찾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부분은 허구가 아니다. 판사의 열정 혹은 역할에 따라서 실제 그런 판사들이 있다. 극 중 소년법원의 모습은 가상이다. 극 중에 3명의 판사가 참여하는 소년형사재판과 한 명의 판사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소년보호재판이 한 법원에서 이뤄지는데 실제는 아니다. 2007년 소년법 개정 때 소년법원을 만들어 한 법원 내에 소년형사재판과 소년보호재판 등 소년 관련 재판을 모두 다루는 안이 추진됐으나 현실화되지 않았다. 현재는 형사재판은 소년, 성인 모두 일반 법원에서 진행되고, 소년보호사건은 가정법원이 있는 지역은 가정법원에서,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은 지방법원 본원에서 한다.
―소년재판은 어떻게 진행되나.
▷국내 3300여 명의 판사 중 소년사건 담당 판사가 20여 명이다. 판사 1명당 1년에 1500~2000건의 소년사건을 다룬다. 재판은 일주일에 하루 50건 정도가 진행된다.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6시 총 6시간 동안 진행돼 평균 6분 만에 한 재판이 이뤄진다. 그래서 소년들 사이에서 '3분 재판'이란 말을 하기도 한다. 판사가 인적사항, 비행사항을 확인하고 변호인 역할을 하는 보조인과 소년범의 부모도 얘기하면 막상 소년이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1분도 채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년재판은 '속도전'인가.
▷속도전이란 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소년사건은 즉시 개입이 필요하다. 사건이 이뤄지면 바로 환경을 바꾸든지 조정해야 한다. 촉법소년의 경우 검찰 단계를 거치지 않고 사건이 경찰에서 법원으로 바로 온다. 그런 의미에서 속도전은 맞는 말이다. 다만 판결 자체를 정확한 분석 없이 무조건 빠르게 한다는 의미에서의 '속도전'이란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실제 소년사건은 어떤가.
▷드라마에선 범죄의 강도가 센 사례만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대본 자문 과정에서 너무 자극적이고 무겁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제작진 입장에서) 드라마로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소년보호재판을 맡았을 당시 3년간(2016년 2월~2019년 2월) 성 관련 범죄가 조금 있었고, 폭행·사기·절도 등이 대부분이다. 소년사건 중 강력범죄가 많지는 않다. 소년사건 강력범죄 중에서 비율이 높은 것은 성 관련 범죄다. 현실에서는 강력범죄 소년사건이 많지는 않지만 있기는 하다. 다만 소년사건을 모두 강력범죄로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 소년범이 교화되지 않는 사례가 나온다.
▷의문을 던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내 경우도 3년간 소년보호재판을 하면서 (법정에서) 3~4번씩 봤던 소년도 있다. 소년원에 갔다가 다시 와서 또 본 경우도 있고, 내 손으로 (한 소년범에게) 9호(최장 6개월 소년원 송치), 10호(최장 2년 소년원 송치), 6호 보호처분(최장 6개월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을 내리기도 했다. 소년범의 교화 혹은 재범 여부는 판사보다는 가정과 보호자의 역할이 제일 큰 것 같다. 1호 처분(보호자 또는 청소년회복센터 등에서 감호위탁)을 받아 집으로 돌려보내도 보호자가 소년에게 관심이 없으면 소년이 또 법정에 오는 경우가 있다. 보호자 중에는 '별것도 아닌데 부모까지 법원에 오라고 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호자가 이렇게 생각하면 소년도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더 큰 사건으로 오기도 한다.
―소년범은 교화되기 어려운가.
▷소년보호재판은 재판을 한 후에도 집행이 잘되고 있는지 법원이 집행감독을 한다. 집행감독을 위해 시설을 방문해 소년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그들을 더욱 잘 알게 되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생각보다 착하다는 걸 알게 된다. 현재 자신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으며, 부모에 대해 어떤 감정 상태이고, 시설을 나간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등 여느 청소년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다시 범죄를 저질러 법정에 서는 소년의 경우 판사인 나를 쳐다보지 못한다.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해서 부끄러움이 생기는 것이다. 재범을 한 소년범 입장에서는 나를 아는, 나와 얘기를 나눈 판사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부끄러움과 앞으로 중한 처분을 받게 될 것이란 두려움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다시 처분을 내리고 이후에도 그들과 소통하며 관계가 이어지면 시간이 걸릴 뿐이지 결국은 (교화돼) 돌아오는 것 같다. 실제 그런 소년이 몇 명 있었다. 기회를 또 줘도 기회를 저버리기도 하지만 관계가 유지되면 소년은 교화되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 교화된다고 생각한다.
―기억나는 보호소년이 있다면.
▷소년원 처분을 내렸던 소년이었는데 같이 지리산 종주도 하면서 관계를 이어갔다. 무면허 운전 후 시비가 붙어 다시 법원에 왔는데 아파트 CCTV에 일방적으로 맞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덩치가 크고 싸움도 잘하는 소년이었는데 왜 맞고만 있는지 알겠더라. 작가에게 얘기했는데 드라마에서 유사한 내용으로 소개된 것 같다. 또 다른 사례로 폭행사건으로 몇 차례 법정에 선 소년인데 다시 법정에서 나를 만나니 부끄러워했다. 기회를 주고 싶어서 재판을 바로 하지 않고 등산, 군대 병영생활 체험 등을 함께하고 사회 내 보호처분(1~5호)을 내리고 지켜봤다. 그때 완전히 변했다. 마음을 다잡고 사람이 된 거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자신을 제자라고 소개하던 소년이 어느덧 아는 동생, 후배라고 하더라.
―소년부 판사의 업무는 어떤가.
▷판결의 난이도를 기준으로 보면 일반 형사사건처럼 높지는 않다. 대부분 소소한 사건이고 자백을 한다. 다만 기록으로 범죄만 보는 게 아니고 주변 환경과 사람, 시설을 함께 봐야 돼서 그런 업무가 좀 더 힘든 것 같다. 결국 업무 영역이 사법부의 권한 밖으로 넘어가게 된다. 시설에 대한 예산 지원을 시도청 등 지방자치단체, 경찰서에 가서 부탁해야 하기도 한다. 마음을 써야 되고 그런 부분이 힘들다. 나도 3년간 소년재판을 하고 번아웃됐다. 무력감도 없지 않았고 판사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게 됐다. 너무 에너지를 쏟다 보니 한순간에 사라진 느낌이 들었고 몸도 좋지 않게 됐다.
▶▶ 신동주 판사는…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5년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사법연수원 36기로 법복을 입었다. 춘천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근무한 후 의정부지방법원에서 3년간 소년보호재판을 맡았다. 법원 최초 사이버학교(희망의 학교·I WISH CAMPUS) 개설에 참여했으며, 법원 내 가사소년재판 연구반 등에 참여하는 등 보호소년 관련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거쳐 현재는 수원고등법원 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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