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youtu.be/SuU35paqWXk
기뻤습니다.
전하께서
가족이 되어달라 하셨을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답을 미루고
미룰 수 밖에 없었지만
사실 기뻤습니다.
처음으로 저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셨을 때
저를 나의 사람이라 하시었을 때
저를 보고
미소 지으실 때
그리고 귀한 감귤을 받았을 때
사실 기뻤습니다.
그 어린 날의 밤을 함께 의지했던
그 아이를 알게되고
누구의 의해서도 아닌
우리의 인연임을 알았을 때
정말 기뻤어요.
기뻐선 안 될 걸 알면서도
그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가서
그저 무사하시기만 한다면
그저 볼 수만 있다면
저는 기뻤습니다.
궁녀로서 당연하고 사소한 기다림의 날들 중
사소하지 않았던 날의 밤들
전하의 어깨에 기대어
마치 꿈같던 날
늘 내어주신 진심들인데도
더는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날들
장난스레 미소를 주고받으며
걱정은 뒤로 했던 날들
제게 좋은 이름을 내려주신 날에도
전하의 마음을 확인받을 때마다
정말 가족처럼
마음 담아
눈을 맞출 때마다
그저 전하를 뵐 때마다,
그 사이사이마다 아프고
슬픈 날도 있음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지만
전하께서 주무실 때면
몰래 그 넘치는 마음을 새어내며
분명 전하와 행복했어요.
제가 선택한 전하의 곁에서
함께한 순간들 속에서만큼은
행복했습니다.
- 이어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