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송하영役 김남길
국내 첫 프로파일러 권일용 모티브
범죄자들 내면 들여다볼수록 얼굴 피폐해지고 무력·상실감
"'나는 이제 너다'라고 생각하며 찾아오는 고민 표현에 초점"
https://img.theqoo.net/hGapb
프로파일러는 셜록 홈스 같은 과거 탐정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다. 범행 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고 용의자의 특징, 범행 동기 등을 분석한다. 범죄자가 검거되면 일대일로 만난다. 태어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청취하고 상담하며 심리검사를 병행한다. 기본적으로 상담가 마인드가 있어서 라포(면접자와 피면접자의 상호 신뢰 관계) 형성에 능숙하다. 그렇게 얻어낸 결과는 데이터베이스화돼 전국에 있는 형사들이 공유한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송하영(김남길)은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 권일용을 모티브로 창작된 배역이다. 연쇄살인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범죄자가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고, 어떤 과정으로 범죄를 저질렀으며, 증거를 어떻게 은닉하고 처리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조사한다. 그래서 범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김남길은 외롭고 괴로운 싸움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간다. 전자는 재발현한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극복이다. 악몽 같은 기억이 없더라도 범행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되면 웃는 얼굴로 수형자를 대하기 힘들다. 피해자의 특성을 파악하려고 그 가족을 만났다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겪는 분노와 원망, 절망에 공감해 사건과 나를 분리하고자 노력해도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 받는다. 마치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된 듯한 경험을 하게 돼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범행 과정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피의자를 곱게 볼 수 없다.
https://img.theqoo.net/DvvKX
후자는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생략되는 전문성 확보다. 프로파일러는 한편으로 자기 자신을 통찰하지 않는 범죄자에게 삶을 면밀하게 살펴볼 기회를 부여한다. 이미 일이 벌어지고 검거된 상황에서 범죄자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실대로 말할지 갈등한다. 왜 범죄를 저질렀으며 피해자와 어떤 상호작용이 있었는지는 그만 알고 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아니고는 온전히 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송하영은 매번 수척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키며 면담을 준비한다. 범죄자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얼굴은 피폐해진다. 겉으로는 무감각해 보이나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때마다 무력감과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다만 범죄자를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싸늘한 눈빛으로 일관하며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인간의 잔혹하고 어두운 면을 들여다본다. FBI 행동분석팀의 초기 프로파일러 로버트 레슬러처럼 속으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악의 저편’ 속 구절을 몇 번이고 되뇐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괴물과 싸우는 동안 자신 역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심연을 바라보면 그 괴물 역시 당신을 바라본다."
https://img.theqoo.net/UFFnB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의 백미는 스무 명 가까이 죽이고도 반성할 기미가 없는 구영춘(한준우)과 면담이다. 구영춘은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우며 범죄 결과를 합리화한다. 보편적으로 동원되는 방어기제에 스스로 위안을 느끼며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부자들 불법으로 돈 벌고, 여자들 몸 간수 똑바로 안 하고, 공무원은 벌레처럼 사는 세상. 다 혼나야지. 내가 아니면 누가 그것들을 벌 줘?"
구영춘이 언성을 높이는 순간에도 송하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냥 살인은 내 직업 같은 거지"라는 변명을 듣고는 입술을 파르르 떨고 만다. 마음 저 밑에서부터 차올라오는 분노까지 분출하진 않는다. 흥분을 자그시 억누르며 또록또록한 소리로 반박한다.
"그래서 너보다 힘없는 약한 사람들만 골라서 그랬어? 그게 얼마나 찌질한 짓인지 너 스스로 잘 알고 있지? 넌 그들을 벌할 자격이 없어. 그건 누구한테나 마찬가지야. 너는 그냥 찌질한 살인자일 뿐이야."
https://img.theqoo.net/mmGbE
김남길은 "괴물과 싸우려면 매우 치밀하고 때로는 교활해야 함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프로파일러는 범죄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직업이다. ‘나는 이제 너다’라고 생각하면서 찾아오는 고민을 시청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연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 측면에서 얼마나 표현하느냐를 가장 고민했던 것 같다. 즉각 반응하지 않고 자료를 수집하면서도 감정적 소용돌이가 치는 속내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모습을 동시에 그리려 했다."
김남길은 단순한 표정 변화보다 범죄자들을 만나며 변해가는 송하영의 성장에 무게를 싣는다. 극 초반에는 공감하지 않는 내용도 그렇다는 듯 반응한 자신을 의심하고 낯설어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혼란한 마음을 비우고 악착같이 버티는 동력은 숱한 면담 경험보다는 어린 시절 목격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마음으로 나타낸다. 선한 눈망울과 부드러운 인상을 각인하며 트라우마를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도구로 승화시킨다.
타인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거나 깊은 통찰이 이뤄지면 급격히 변화하는 존재 또한 사람이다. 누구나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며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기만 하면 된다. 송하영은 절망의 극단에 이르러 비로소 희망의 의미를 깨닫는다. 단 한 건의 미제 사건도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건 현장을 누빌 것이다. "과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이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
https://news.v.daum.net/v/20220316133211275
국내 첫 프로파일러 권일용 모티브
범죄자들 내면 들여다볼수록 얼굴 피폐해지고 무력·상실감
"'나는 이제 너다'라고 생각하며 찾아오는 고민 표현에 초점"
https://img.theqoo.net/hGapb
프로파일러는 셜록 홈스 같은 과거 탐정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다. 범행 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고 용의자의 특징, 범행 동기 등을 분석한다. 범죄자가 검거되면 일대일로 만난다. 태어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청취하고 상담하며 심리검사를 병행한다. 기본적으로 상담가 마인드가 있어서 라포(면접자와 피면접자의 상호 신뢰 관계) 형성에 능숙하다. 그렇게 얻어낸 결과는 데이터베이스화돼 전국에 있는 형사들이 공유한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송하영(김남길)은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 권일용을 모티브로 창작된 배역이다. 연쇄살인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범죄자가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고, 어떤 과정으로 범죄를 저질렀으며, 증거를 어떻게 은닉하고 처리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조사한다. 그래서 범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김남길은 외롭고 괴로운 싸움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간다. 전자는 재발현한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극복이다. 악몽 같은 기억이 없더라도 범행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되면 웃는 얼굴로 수형자를 대하기 힘들다. 피해자의 특성을 파악하려고 그 가족을 만났다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겪는 분노와 원망, 절망에 공감해 사건과 나를 분리하고자 노력해도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 받는다. 마치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된 듯한 경험을 하게 돼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범행 과정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피의자를 곱게 볼 수 없다.
https://img.theqoo.net/DvvKX
후자는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생략되는 전문성 확보다. 프로파일러는 한편으로 자기 자신을 통찰하지 않는 범죄자에게 삶을 면밀하게 살펴볼 기회를 부여한다. 이미 일이 벌어지고 검거된 상황에서 범죄자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실대로 말할지 갈등한다. 왜 범죄를 저질렀으며 피해자와 어떤 상호작용이 있었는지는 그만 알고 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아니고는 온전히 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송하영은 매번 수척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키며 면담을 준비한다. 범죄자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얼굴은 피폐해진다. 겉으로는 무감각해 보이나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때마다 무력감과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다만 범죄자를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싸늘한 눈빛으로 일관하며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인간의 잔혹하고 어두운 면을 들여다본다. FBI 행동분석팀의 초기 프로파일러 로버트 레슬러처럼 속으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악의 저편’ 속 구절을 몇 번이고 되뇐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괴물과 싸우는 동안 자신 역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심연을 바라보면 그 괴물 역시 당신을 바라본다."
https://img.theqoo.net/UFFnB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의 백미는 스무 명 가까이 죽이고도 반성할 기미가 없는 구영춘(한준우)과 면담이다. 구영춘은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우며 범죄 결과를 합리화한다. 보편적으로 동원되는 방어기제에 스스로 위안을 느끼며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부자들 불법으로 돈 벌고, 여자들 몸 간수 똑바로 안 하고, 공무원은 벌레처럼 사는 세상. 다 혼나야지. 내가 아니면 누가 그것들을 벌 줘?"
구영춘이 언성을 높이는 순간에도 송하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냥 살인은 내 직업 같은 거지"라는 변명을 듣고는 입술을 파르르 떨고 만다. 마음 저 밑에서부터 차올라오는 분노까지 분출하진 않는다. 흥분을 자그시 억누르며 또록또록한 소리로 반박한다.
"그래서 너보다 힘없는 약한 사람들만 골라서 그랬어? 그게 얼마나 찌질한 짓인지 너 스스로 잘 알고 있지? 넌 그들을 벌할 자격이 없어. 그건 누구한테나 마찬가지야. 너는 그냥 찌질한 살인자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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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은 "괴물과 싸우려면 매우 치밀하고 때로는 교활해야 함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프로파일러는 범죄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직업이다. ‘나는 이제 너다’라고 생각하면서 찾아오는 고민을 시청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연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 측면에서 얼마나 표현하느냐를 가장 고민했던 것 같다. 즉각 반응하지 않고 자료를 수집하면서도 감정적 소용돌이가 치는 속내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모습을 동시에 그리려 했다."
김남길은 단순한 표정 변화보다 범죄자들을 만나며 변해가는 송하영의 성장에 무게를 싣는다. 극 초반에는 공감하지 않는 내용도 그렇다는 듯 반응한 자신을 의심하고 낯설어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혼란한 마음을 비우고 악착같이 버티는 동력은 숱한 면담 경험보다는 어린 시절 목격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마음으로 나타낸다. 선한 눈망울과 부드러운 인상을 각인하며 트라우마를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도구로 승화시킨다.
타인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거나 깊은 통찰이 이뤄지면 급격히 변화하는 존재 또한 사람이다. 누구나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며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기만 하면 된다. 송하영은 절망의 극단에 이르러 비로소 희망의 의미를 깨닫는다. 단 한 건의 미제 사건도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건 현장을 누빌 것이다. "과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이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
https://news.v.daum.net/v/2022031613321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