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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알까
덕임에게 선택이라는 것이
보잘 것 없는 궁녀의 삶에서
몇 없는 행복이었다는 것을
잃을 것을 알고도
왕의 곁을 선택한
산의 곁을 선택한
그 선택의 의미를
산은 아는가
가끔 달아날 듯한 눈을 했지만
이미 덕임을 원하는 이는
산이 아니어도 참 많았고
도망치자는 이도 있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도저히 산의 곁을 떠날 수 없었던 덕임을
산은 알까
당신을 밀어낼 때마다
당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슬퍼하고
설레어도 하고
흘러 넘치는 마음을 눌러담으며
애써 버텨내던 덕임을
산은 알까
1년만에 다시 마주하고
다른 여인과의 침소를 정리하고
다른 여인과의 합궁일 날짜를 전하러 왔을 때
당신때문에 단 한 번도 아무렇지 않은 적이 없었던 덕임을
산은 알까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던 궁녀가
죽음따위 두려워하지 않고 당신을 구하고
궁녀로서의 자부심이 있던 덕임이
당신 앞에서는 항상 궁녀임을 슬퍼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고
가질 수 없는 한 사람만을 기다리는 삶을
너무도 고통스러워했던 여인이
결국 그 사람을 기다렸다는 걸
그것도
당신이 바랐던 순간에서
꽃을 가득 피워놓고
마침내 산의 전부가 제게 왔음에도
살아가실 수 있는 만큼 더 살다오시길 바라는 그 애틋한 마음을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이제는 알겠지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 당신을 향한
사랑이었음을
- 산,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