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씬부터 가볼게
이진이는 희도를 보면 예전의 자기 모습이 생각난다고 했어
거침없이 자유롭고 행복했던 열여덟의 백이진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고민은 너무 무겁고
지금은 이진이 인생에서 가장 초라한 시간이야
그런데 희도는 그런 이진이를 위로할 나름의 방법을 생각해냈어
운동장에 데려가면서 행복을 이야기해
신나고 행복한거 보여주겠다고
하지만 그때 이진이 보면 팔짱을 끼고 있어
방어적인 자세
행복이라니
이런 상황에서 행복은 사치이자 죄책감일 뿐이야
동시에 이진이는 의심한듯해
모든 것을 잃은 사람에게 행복이라니?
지금 상황에서 그 어떤 것도 이진이를 신나게도 행복하게도 할 수 없을거거든
심지어 그 장소가 학교 운동장이라면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역시나 희도가 선물한 위로는 정말 황당해
학교 수돗가 분수라니
세상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기껏 보여준게 분수라니
분수를 처음 본 이진이는 여전히 팔짱을 풀지 않지
하지만 금세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듯 하는데
그때 딱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가 시작됨
(이때 브금이 지금 이진이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어
이 부분은 또 따로 긴 이야기가 될 듯)
이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그 순간 이진이는 예전 자기모습을 떠올렸던 것 같아
별거 아닌 일에도 웃고 신나했던
열여덟의 백이진의 모습
지금 분수 앞에서 해맑은 희도의 모습처럼
이진이는 그렇게 잠시 열여덟의 백이진으로 돌아가
물론 분수 앞에서도 이진이의 암담한 현실은 그대로지
분수가 빚을 갚아준 것도 아니고
가족들을 같이 살게 해준 것도 아니고
직장을 구해주거나 복학하게 해준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마법같은 희도의 위로 덕분에 현실은 잠시 잊고
희도와 있는 잠깐동안은 그렇게 마냥 신나고 행복해해
그런 행복도 잠시
이진이는 도망치듯 터널로 들어가
이 꿈같은 순간에서 깨어나려고 하지
12시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은 신데렐라 같아
그래서 왜 그만하라는데 계속 뛰냐고 희도에게 뭐라하고
다음에 또 이렇게 놀자는 희도의 말에 싫다고도 해
그러자 희도는 또 아까 아저씨들 이야기를 시작함
(역시나 거침없는 희도.. 그래도 이진이는 희도가 뭐든 함부로 해서 좋다고 했으니까)
그말을 듣는 순간 이진이 표정은 절망 그 자체야
다시 쿵 하고 세상의 바닥으로 끌어내려진 사람같아
강제 현실자각타임
하지만 이어서 희도는 이진이에게 다시 말해줘
행복은 포기하지 말자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진이는 조금 기대하는 눈치야
아마 이진이는 잃은 것들을 다시 되찾기 전에
행복해질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던거 같거든
다른 답이 있다면 행복해지고 싶은데
그런데 희도가 생각해낸 행복해지는 방법이란게 아주 기가 막혀
자기와 있을때 몰래 행복하자고
그게 도통 무슨 소린지
이 심각한 상황에 내놓은 희도의 황당한 해답에
처음엔 이진이도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런데 이거 말이 안되는데 또 묘하게 말이되는 것 같고
둘만의 비밀이라며 환하게 웃는 희도를 보니
또 심장이 쿵 내려앉아
(이때 희도멘트 에코 주는거랑 희도 표정 이진이 표정 클로즈업 들어가는 연출이랑 브금 너무 좋음)
결국 이진이도 따라 웃어
마지막에 이렇게 웃은거 보면 이진이도 희도의 그 말을 믿고 따르기로 한 것 같아
사실은 이진이도 누구보다 다시 예전처럼 행복해지고 싶거든
절실히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잖아
희도의 말이 얼핏 철없는 소리 같이 들리긴 하지만
그말에 기대서라도 이진이도 잠깐씩 행복해지고 싶었던게 아닐까
아까 분수 앞에서 정말 잠깐 행복했으니까
이제 이진이는 희도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아
이렇게 환하게 웃어주는 희도와 함께라면
어둠 뿐인 현실 속에서도 한줄기 빛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을듯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갤 리뷰 펌
너무 좋아서 가져온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