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특히나 왕으로서의 본인과 개인으로서의 본인을 전혀 분리하지 못한다.
그런 산이 유일하게, 본인도 모르게, 왕으로서의 자신이 벗겨지는 순간은 덕임이와 있을 때 같았다.
그래서 산이 별당에서 덕임이와 있을 때만큼은 개인의 모습을 부각했다.
모르는 척 옷깃만 스쳐 지나가달라는 덕임의 대사는 원작에서 보고 꼭 드라마에 넣고 싶었다. 그 안에 온갖 감정들이 들어가 있었다.
원작에서의 덕임과 우리의 덕임이 같은 대사를 치지만 감정선이 다른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미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덕임은 원작과는 다른 진화를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만큼은 정말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 밑에 녹아있는 마음은 '난 그만큼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다시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이다.
하지만 그걸 듣는 산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무너지는 거다.
16화 최대한 그래도 우리가 정말 사랑을 하고 이 순간만큼은 진짜 어떻게든 달달하게 해야 된다 여러 번 주문했다.
우리 모두가 기다려왔던 순간, 뒷 부분은 슬프지만 이 순간만큼은 사랑해보자. 그리고 배우들이 너무 잘 살려줬다.
준호씨가 마지막회 대본을 받고나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 사실 너무 슬퍼서 여러번 보기가 너무 힘들 것 같다고.
그건 세영씨도 그런 얘기를 되게 많이 했다. 자기의 죽음까지도 너무 과정이 슬펐지만 자기가 없는데 산이가 이렇게 살고있는 거 생각하니까 너무 슬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