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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옷소매 17회 원작과 내용은 그대로인데 감정선이나 메세지 결이 전혀 다르게 각색된 부분 대충 비교해봤어 (원작발췌)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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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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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먼저 다 본 뒤에 원작 읽고나니까 원작도 너무 재밌고, 다만 원작 거의 그대로 간 드라마 후반부도 진짜 드라마만의 주제로 각색 잘했다고 생각해서 한 번 들고와봄.





일단 드라마 17회 내용은 원작 이북기준 5권에도 다 몰려있는 내용인데 순서가 좀 다름. 



드라마는 출산,육아 과정을 들어내면서 순이가 먼저 죽고 > 거의 같은 시기에 영희도 죽고 > 그래도 다시 둘이 손 잡고 잘 이겨내보려는듯 하다가 > 오래 못가 덕임도 결국 죽음, 이 흐름이면


원작은 순이 낳고 아직 아기일 때 영희가 먼저 죽음 > 그리고 영희가 죽고 얼마뒤 태어난 도 며칠만에 죽음 > 그래도 순이 크는 것을 보는 낙으로 살다가 > 순이마저 죽고 > 곧이어 덕임이 죽음, 이 흐름임.






먼저 영희 죽는 걸 보면,


https://img.theqoo.net/NcHOA


영희는 덕임이 순이 낳고 기르는 모습에 영향을 받음.


원작 덕임이는 드라마보다 마음을 훨씬 숨기는 편인데(원작은 아예 인정하기 싫어하는 느낌에 가깝긴 함), 다만 아기를 보면서는 왕과 닮은 구석을 발견할 때 좀 들떠하고 그러거든. 영희는 그 모습에 자신도 좋아하는 사람의 아기를 낳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고, 결국 유산하면서 발각됐지만 죽을 때도 끝까지 애를 배게 만든 사내가 누군지 안 밝히고 혼자서 죽어ㅠㅠ


친구한테 애 키우면서 복에 겨운 투정을 부린 셈이 되버린 덕임이의 마음은 더 찢어질 수밖에 없음.



https://img.theqoo.net/WUezv


반면 드라마는 아이를 키우는 중이 아닌 아이의 죽음 후 미처 신경을 겨를 일이 없을 때 일어난 것으로 바뀜.


그렇기에, 아이를 낳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여인으로서 사랑을 하고 싶어서로 바뀌었다는 게 중요해보여. 궁녀로서는 꿈꿀 수 없는 행복을 맛보았다는 것보면 원작과 다르게 쌍방으로 그래도 필부필녀와 같은 사랑을 했음을 알 수 있음.


'이렇게 될지 알면서도 선택했다', '왜냐면 사랑하니까.' 이건 사실 덕임이가 후궁을 선택했던 이유에도 거울처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 






https://img.theqoo.net/RHRdf

https://img.theqoo.net/dLlev


영희가 죽은뒤 동무들끼리 이야기하는 부분도 미묘하게 달라.


드라마에서 복연이 말한 '죽은 줄 알았지만 실은 은애하는 정인과 멀리 떠나는' 이야기는 덕임이가 언젠가 동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임. 그것을 경희가 받아서 영희는 먼저 가서 어린 시절 약속대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덕임에게 말하고, 


원작은 그런 내용의 소설도 있지 않느냐는 말에 덕임이 쪽에서 어린 시절 약속을 상기시키며 영희는 먼저 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말하고 스스로도 그럴거라 되내임.


또, 어기면 어찌 되느냐는 물음도 원작에선 경희-복연의 대화로만 나오는데, 드라마에선 가만히 듣고 있던 덕임이 물어보면서 조금 의미심장하게 바뀌지.



이런 작은 각색도 드라마 타임라인상 덕임이 얼마 뒤 죽으며 생의 끝에 동무들을 찾거나, 생의 저편에서 궁밖 동무들이 아닌 궁안 별당에서 산을 기다린 일을 좀더 자연스럽게 만들어줌.








아무튼, 그렇게 동무들과 한바탕 얘기하고 난 뒤의 발췌인데,


https://img.theqoo.net/ixYxE


그제야 마음이 좀 가벼워지면서 자신이 너무 왕에게 모질게 말한 것이 아닐까 약간 후회도 되지만 그럼에도 원작 덕임이는 결국 순이가 제일 우선임. 아이를 위해서라도 왕이랑은 잘 지내야만 해. (설령 그게 자신의 마음을 모른 척하면서 대는 핑계일지라도.)


그래서 왕이 찾아와주자, 원래는 제쪽에서 화해의 말을 할 작정이었지만 왕이 먼저 굽히고 들어오면서 -동무의 일로 내게 화를 내도 좋으니 곁을 떠나지만 말라고 함- 유야무야 그냥 넘어가게 됨.





https://img.theqoo.net/uoyMs

https://img.theqoo.net/NLeSe

https://img.theqoo.net/GMwqM


드라마 덕임이는 제가 먼저 산을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함.


자신의 슬픔만 생각하여 산의 마음을 몰라줬다고. 이 때까지만 해도 덕임이는 산이 왕이라서, 오히려 왕이기 때문에 때로는 더 '괜찮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그 누구보다도. 산이 그냥 그런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것마저.


그래도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고, 다 괜찮아지는 날이 올거라고 부러 강하게 말하지.








이 뒤에, 드라마는 산이 고뿔에 걸려서 쓰러지고 덕임이 다시 찾아오는데,


https://img.theqoo.net/xiyBB


비슷한 장면은 사실 원작에선 딸이 죽기 전에 나오는 에피소드임. 드라마와는 순서가 아예 달라. 그리고 원작에선 저렇게 주자학을 읽어줘.



https://img.theqoo.net/QzFWu


드라마에선 덕임이 죽기 직전 상황으로 바꿔며 주자학이 아닌 시경의 북풍을 다시금 읽어주지.


그리고 둘이 같이 잘 이겨내자는 산의 말에 뚱딴지 같이 그냥 '산은 괜찮다'고만 말함. 강인한 사람이니 괜찮을 거라고 단정하듯이. 이건 자신의 죽음을 이미 예견하고 찾아온 것이 아닌 이상 앞서 산에게 위로하며 말한 것과는 상충되는 것처럼 느껴져. 





이어서 유언까지 보자.





https://img.theqoo.net/SjRaj

https://img.theqoo.net/GXtua


원작은 마지막에 친구들 부르기전 중전을 부름. 후사를 낳으시란 부탁을 그녀에게 따로 한 거 같아.


사실 이건 역피셜 유언이기도 함. 그런데 역피셜(정조입장) 사료만 봤을 땐 참 순정 같이 느껴지는 -죽을때까지 정조의 안위를 생각한- 유언도 이렇게 보니 느낌이 좀 다르지ㅎㅠ


다만, 원작 덕임이도 진짜 걱정을 안 한 건 아니라 생각함. 말로는 우리 애가 그래야 제삿밥이라도 계속 얻어먹지 않겠느냐, 이러긴 하는데(..



https://img.theqoo.net/FBVXX


드라마는 중전이 아니라 자신에게 엄마와도 같은 사람이었던 서상궁에게 마지막 인사를 함. 


그리고 산한테는 그냥 다시 한번 '괜찮을 거다'고만 말해. 진짜 아무렇지 않고 괜찮을거라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닌 걸 앞서 했던 말들로 알아주자. 괜찮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부디 괜찮길 바라서 하는 말인 걸.



https://img.theqoo.net/oVKfY


간택후궁에 관한 자조적인 말은 드라마에선 없앴어. 대신 비슷한 과정의 장면을 뒤로 빼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왕의 의무 때문에 후궁간택전에 참여해야하는 산의 비통한 현실만 더 부각시킴.



https://img.theqoo.net/oaayv

https://img.theqoo.net/nLpus


원작 덕임이 꿈꾸는 필부의 삶이란 날 여인(아내)로서의 행복 뿐 아니라 '어미'로서의 행복이 포함된 것이라는 걸 잘 알 수 있는 부분.


평범한 계집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것도 그런 맥락에 더 가까워. 평범하게 좋은 남편 만나 제 손으로 아이 기르고 해주고 싶은 것일랑 마음껏 해주며 사는 것. 




https://img.theqoo.net/jrYjx


드라마는 어떤 원망도 없이 다만 '원하는대로' 살고 싶다고 말하지. 여기엔 누군가의 아내로든 어머니로든 그런 상대적 관계에 대해 소망하는 게 없어.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살아보고 싶은 것.



https://img.theqoo.net/aHrmB


그래서 원작 덕임이 마지막 말이 더 아픔. 제대로 갖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갖지 않는게 낫더라니... 이게 죽기 전의 마지막 말인데 드라마에선 산이 아직 세손일 때 비슷한 말을 하잖아. 


https://img.theqoo.net/Jkgty


제대로 가질 수 없다면 처음부터 원하지 않을 거라던 드라마 덕임이는, 그럼에도 후궁이 된 것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말하며 죽음. 생전의 마지막 말만 봐도 서로 주제가 완전히 다르지. 그리고 다시 한 번 영희와의 대화과도 데칼이 됨.








https://img.theqoo.net/FguwM


가순궁(=수빈). 드라마에선 덕임과 조금이라도 닮았단 이유로 간택된 후보들에 산이 분노하여 상을 뒤엎고 결국 조금도 닮은 구석을 찾을 수 없는 수빈이 후궁이 됐다고 서상궁이 말해주지만, 원작에선 되려 수빈이 의빈과 좀 닮았다고 나옴.


이 뒤에도 원작 왕은 계속 의빈만 그리워하며 살긴 해. 궁안에 내 사랑을 받는 여인이 없다는 역피셜 말도 반영됨. 다만, 수빈이 본래 정인도 있었는데 집안과 오라버니들의 등쌀에 원하지도 않은 남자한테 시집오면서 궁 안에서 늘 가시밭길 걷는 심정으로 불행하게 살았음이 그녀 시점에서 한동안 묘사됨.






드라마 정조가 태평성대 소리 듣고, 성군임을 인정받는 건 완전히 각색이고, 제조상궁이 된 경희한테 유품 받는 건 다시 원작과 같은데,


https://img.theqoo.net/QwjFp


반성문(산도 기억하는 덕임과의 추억)과 귀주머니(산은 모르는 덕임의 마음)가 들어있던 드라마와 달리 원작은 이것 역시 순이와 관련된 유품임ㅠㅠ






엔딩도 세세하겐 다른데, (이것도 일단 원작은 순이가 같이 있음) 더 발췌하기 지쳐서 그 부분 비교는 전에도 글 올라온 게 있으니 검색해보는 걸 권하고.. 아무튼 본문만 대강 봐도 원작과 드라마는 단순히 시간이 부족해서 임출육을 생략한 게 아니라 아예 주제 자체를 다르게 간 것을 알 수 있음.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왕과 궁녀라는 신분 외에는 어떤 역할도 부여하지 않고 그냥 각자가 자기 인생의 주체임을 그리면서, '선택'하며 살고 싶었던 여인의 삶과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는 사내의 삶의 비극적 대비가 더 돋보였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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