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큰 줄기는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 의문에서 출발하는 원작의 주제이다.
원작관 (읽었지만 드라마와는 따로 두고 봤던 사람 입장으로) 달리 드라마 속 성덕임의 인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처음엔 궁녀인 그녀가 왕인 이산을 사랑했을까 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그 전에 성덕임 그녀는 진정 궁녀가 되고 싶었고, 궁녀로 남고 싶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덕임이라는 궁녀의 삶에 여인(필녀)을 생각하고 꿈꾸게 만든 건 이산이었다.
이산은 차음부터 덕임에게 궁녀가 아닌 여인인 성덕임을 원했다는 점에서 (5화 엔딩 둘만의 계례식)
그래서 궁녀로서 자부심이 강했던 덕임이에게 이산의 저런 입장이 적잖은 고민과 쉽게 결정을 못하는 이유로 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산이 덕임에게 여인으로 곁에 있어달라고 하기 전부터 덕임은 그가 원하는 궁녀가 아닌 필녀의 삶을 꿈꾸고 있었다는 것이다.
태어나보니 궁궐의 왕세손이라 필부의 삶에 대한 선택지조차 없던 이산처럼
덕임 역시 궁녀로서 오를 수 있는 정5품 제조상궁까지 될 수 있다는 말을 간직할만큼,
어린 시절 생각시로 들어와 출궁하면 갈 곳없는, 그래서 더더욱 궁녀의 삶만의 선택지를 둔다.
(이모비야를 찢는 이유도 동궁이 쫒겨나면 동반 출궁해야하는 이유였다고 생각함)
- 어차피 우리는 궁녀잖아 평생 궁밖을 못 나가는, 조금 이득을 보든 손해를 보든 다 부질없다는 생각 안들어? (군주자가와 필사 일에 복연이와 함께한 이유 대사 中)
- 이곳은 동궁의 서고입니다. 낡고 오래되어 세손저하가 찾지않으신다한들 국본의 처소임이 분명하지요 저 또한 아직 생각시지만 엄연히 동궁의 궁녀입니다. (이산이 건넨 닷냥을 다시 돌려주며 한 대사 中)
- 생각시라 무시하지 마십시오 저도 나중에 정 5품 상궁까지 될 수 있는 몸입니다. (제조상궁이 준 노리개가 일으킨 오해로 무례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산에게 하는 대사 中)
이러한 대사를 보면 덕임이는 정식 궁녀인 나인이 되기 전인데도 궁녀로 지칭하고 궁녀의 삶만을 생각하고 있다.
대신 그 속에서 작은 선택이라는 걸 하고 싶어한다.
그러던 그녀에게 3회 엔딩, 가짜겸사서가 왕세손임이 들키고 난 후 4회 생각시들의 계례식 날짜가 잡혔다는 씬에서 변화가 온다.
- 덕임아 무슨 일 있어?
- 다들 기뻐하는데 표정이 왜 그래?
라고 물을 정도로 덕임이 표정이 우울하고 생각이 많다.
- 나인되기 싫다~
- 정식으로 여관되는 건데 뭐가 싫어? 나인과 생각시는 대우가 하늘과 땅 차이야
- 난 계속 생각시인채 서고에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먼지투성인 서고 뭐가 좋아, 백날 천날 일해봤자 누구하나 알아주지도 않고 니가 동궁가서 일해봐 널 대하는 사람들 태도가 싹 변할 걸
- 그 동궁에 가기 싫어!
- 왜?
- 그래봤자 어차피 종인데.. 예쁜 옷 입고 계례식 치르고 정 9품 품계를 받고
그래봤자 결국 높으신 웃전을 모시는 종일 뿐이잖아. 웃전에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항의 한마디 할 수 없고
잘못이라도 저지르면 하루 아침에 궐밖으로 내쳐지겠지 늘 전전긍긍하면 살아야하는 종..
종이면 종답게 생각을 하면 안될텐데 왜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걸까
- 으이쿠! 좋은날 무슨 헛소리야
이렇게 덕임이는 저 기점으로 정식 궁녀가 되기 싫어해
처음엔 단지 동궁의 세손에게 느낀 자기를 속였다는 배신감 그리고 선택이 없는 삶을 살기 싫어하는 덕임이 성격상 되기 싫어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궁녀.. 여관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생각시 덕임이가 갑자기 궁녀를 종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너무나 큰 변화라고 느껴졌다.
웃전에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항의 한마디 할 수 없다는 건
가짜겸사서인 이산에겐 덕임인 정 5품까지 할 수 있는 몸이라고 말하며 못 할 말 안 할말 다 하던, 연모하는 마음도 품을 수 있는 동등한 사이였지만
왕세손과 궁녀의 신분은 흔한 왕은 궁녀를 사랑해도 궁녀는 사랑마저도 그저 따르는 입장으로,
여기서 오는 현실타격 및 아무리 넘어설려고해도 넘어설 수 없는 신분차이를 느껴서 그런 것 같았다.
동궁의 서고에 쭈욱 생각시인채로 있고 싶다는 건
왕세손이 아닌 가짜 겸사서와 생각시였던 그 시간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지 싶다.
그리고 왕세손에게 궁녀인 자신은 그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종일 뿐이 아닐까 하는 서글픔도 보였다.
동궁 서고에선 궁녀가 아닌 그저 필녀 '성덕임'으로 대해주던 가짜 겸사서이었기에 ...
여기서 덕임이를 보면 궁녀가 자신의 천성이자 천명이라고 생각했던 덕임이가 필녀이고 싶어한게 먼저였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
필녀의 마음으로 이산의 뒤를 쫓고 기생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입을 삐죽되며 화난 표정도 지었고
계례식에서 '소자는 궁녀를, 미천한 신분의 여인을 곁에 둘 생각이 없습니다. 명분 사대부가 여식만이 소자의 곁에 있을 자격이 있습니다.' 말에 상처를 받은 것.
5화 엔딩에서 그리고 여인으로 곁에 있어만 달라는 이산의 말에 전하의 곁에 전하의 사람으로 지켜드리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그에게 필녀를 꿈꾸었기에 궁녀로 결심을 하고 그를 대하게 된 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동궁 서고에서의 가짜 겸사서가 아닌 필부가 될 수 없는,
감히 필부를 꿈 꿀 수도 없는 천명을 타고 태어난 너무나 큰 인내와 이루고자함이 있는 왕세손임을 인정함과
그런 그를 사랑하는 방법은 궁녀로 남아야 하기 때문에 택한 것은 아닐까
그 옛날 생각시였던 시절, 서고 옆 서연장에서 필부의 삶에 생각해본적 있냐는 스승의 질문에 천명을 받은 왕세손으로 필부의 삶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이산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많은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난 후궁이 되고서 이산에게 필부의 삶을 생각해 본 적 있는지 한번 더 물어본다.
이산으로 인해 궁녀가 아닌 필녀의 삶을 꿈 꾼 것처럼
왕이 아니라 필부의 삶에 대한 생각이 왕세손 그때와 달리 변하였는지 궁금했던 게 아닐까..
한 남자의 아내를 늘 바랬던 본인처럼 왕이 아닌 한 여인의 필부의 삶을 꿈꾸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 건 아닐까.
성덕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필부가 될 수 없는 왕이기에.
왕의 곁엔 늘 궁녀가 있으니 그의 곁에 있기 위한 선택이 궁녀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위해 궁녀로 남아야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