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가 궁에 남아서 휘 곁에 있어서
터덜터덜 느릿느릿
평소와 달리 시강원 계단을 오르는 휘의 발걸음이 천금 같다
처음부터 궁에 들어올 생각조차 없던 이
삼개방 동생들을 데리고 궁을 나갈거라던 정지운이 없으니까
그러나 궁을 떠나지 않고 다시 마주한 정지운을 보고
그의 쉬지 않고 이어지는 (휘가 늘 말하던) 아부와 아첨을 들으면서도
그만 좀 하라는 면박조차 깜빡할 만큼 휘의 마음은 만개한다
꽃을 달고 함박미소로 달려오는 이를 외면하면서도
어린 날의 그때처럼 연못에 빠질까 염려되어 불퉁한 말로 걱정하고
큰 허우대로 휘청거리는 이를 소중히 잡아채 놓고
마주친 눈빛에 화들짝 손을 데인양 거리를 두고 달아나지만
정지운이라는 반가운 불청객은 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마음을 울리는 시 한편과 소년같은 미소로 성큼 다가와
주인의 허락도 없이 휘의 마음에 둥지를 튼다
ㅡ저기 복동아 정사서 말이다
ㅡ시강원 사람들하고는 잘 지내는 것 같더냐?
궁이 무섭다는 걸 알고 물들까 두렵다던 그 밤의 대화를 기억하고
서연관 자리에 욕심 하나 없다던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에
자신 때문에 궁에 남은 그가
잘 지내는지
혹시나 힘들까 염려되어
최대한 여상한 목소리로 휘가 묻는다
정지운의 존재에 불만 많던 복동이의 입으로
누구보다 싹싹하게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안심하며 미소짓는 휘에게서
손톱달 만큼한 행복도 주체못해 홀로 삮히려 애쓰는
애틋함이 우러난다
지운이 건낸 두보의 시를 온 밤 내 닳도록 읽는 휘의 모습은
마치 지운이 필사한 좌씨전을 받아들고
한참동안 시선을 못 떼던 소녀 담이의 모습과 똑 닮았기에
정지운 그가 궁에 남아서 휘 곁에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다행(多幸)이다
https://gall.dcinside.com/aht/4342
터덜터덜 느릿느릿
평소와 달리 시강원 계단을 오르는 휘의 발걸음이 천금 같다
처음부터 궁에 들어올 생각조차 없던 이
삼개방 동생들을 데리고 궁을 나갈거라던 정지운이 없으니까
그러나 궁을 떠나지 않고 다시 마주한 정지운을 보고
그의 쉬지 않고 이어지는 (휘가 늘 말하던) 아부와 아첨을 들으면서도
그만 좀 하라는 면박조차 깜빡할 만큼 휘의 마음은 만개한다
꽃을 달고 함박미소로 달려오는 이를 외면하면서도
어린 날의 그때처럼 연못에 빠질까 염려되어 불퉁한 말로 걱정하고
큰 허우대로 휘청거리는 이를 소중히 잡아채 놓고
마주친 눈빛에 화들짝 손을 데인양 거리를 두고 달아나지만
정지운이라는 반가운 불청객은 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마음을 울리는 시 한편과 소년같은 미소로 성큼 다가와
주인의 허락도 없이 휘의 마음에 둥지를 튼다
ㅡ저기 복동아 정사서 말이다
ㅡ시강원 사람들하고는 잘 지내는 것 같더냐?
궁이 무섭다는 걸 알고 물들까 두렵다던 그 밤의 대화를 기억하고
서연관 자리에 욕심 하나 없다던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에
자신 때문에 궁에 남은 그가
잘 지내는지
혹시나 힘들까 염려되어
최대한 여상한 목소리로 휘가 묻는다
정지운의 존재에 불만 많던 복동이의 입으로
누구보다 싹싹하게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안심하며 미소짓는 휘에게서
손톱달 만큼한 행복도 주체못해 홀로 삮히려 애쓰는
애틋함이 우러난다
지운이 건낸 두보의 시를 온 밤 내 닳도록 읽는 휘의 모습은
마치 지운이 필사한 좌씨전을 받아들고
한참동안 시선을 못 떼던 소녀 담이의 모습과 똑 닮았기에
정지운 그가 궁에 남아서 휘 곁에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다행(多幸)이다
https://gall.dcinside.com/aht/4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