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붕어했다.
좀 괴팍하긴 했어도 위대한 임금이었다.
분명히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찬바람 하얀 눈발이 휘날리는 듯한 어느날 밤 쓰러지더니, 옛날옛적 누군가처럼 잠깐 좋아지는 듯 하다 결국 다시 일어나지 못 했다.
왕의 유품들을 정리하며 경희는 대전 배갯맡에 놓인 시경을 집어 들었다. 언젠가부터 늘 그 자리에 있던 책이었다.
대강 짐작은 되었다. 하여간 아닌 것 같으면서도 두 분 모두 의뭉스러운 이들이었다. 슬쩍, 다른 시경을 갖고 와서 바꿔치기를 했다. 대역죄라면 대역죄지만, 상선의 곁눈질에도 경희의 낯빛은 평온하니 개의치 않았다.
시경은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손이 많이 탄 상태였다. 유독 손때가 묻은 부분들이 보였다.
많은 이들의 비통한 울음에도 왕의 마지막 얼굴은 어쩐지 웃고 있었다고 했다. 웃는 모습이라고는 정 아무개에게 술을 퍼먹이고 연못에 유배보내던 그런 때 말고는 없던 분이 묘하게 미소짓는 얼굴이라 신기해하면서도 더더욱 슬퍼하였다고 하였다.
"하...."
제조상궁이면서 불경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이래서야 가 보면 복연이만 있는 거 아냐?"
세책점 가까이 집을 짓고, 다같이 밤새도록 군밤 까먹으면서 연애소설이나 읽자고 약속했었는데,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영희 이 계집아이는 자기 서방이랑 알콩달콩 지내느라 곁문으로나 한번씩 왔다갔다 할 것만 같고, 지가 제일 오래 살겠다고 했는데 미안하다며 먼저 가버린 복연이는 군밤불을 떼면서 춘화나 보고 있을 듯 하고, 자가는...
덕임이는.... 그 남자와 함께 있을 게 뻔하다.
처음부터 배신 때릴 줄 알았다. 왕을 믿지 말라는 말을 듣는 얼굴이 영 아니었다.
영특하신 임금은 그걸 눈치도 못 채고 계속 긴가민가했던 모양인데, 떠나시기 얼마 전에 버럭하는 모습이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그래, 내가 갈 때까지 같이 잘들 계셔요. 조금만 더 있다 갈게."
경희의 스승들은 왕을 믿지 말라고 하였다. 역당의 무리로 죽었지만, 그 가르침만은 불탄 자국이 있는 용포와 함께 몰래 간직했다.
아름답게 시들어 가는 동무를 보면서 이를 갈았더랬다.
시경을 옛 동궁 안에 있던 상자에 넣고, 경희는 일어났다. 언젠가 이 전각의 새로운 주인도 생길 터이니, 이제 이 상자는 앞으로 다른 곳에 두어야겠다.
경희는 끝까지 왕은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동무의 서방은 믿어보기로 했다. 그 망할 별감은 말고.
---------------
경희에게 감정이입해서 끄적여 본 잡담글. 원작 외전 아님. 원작 여러번 읽긴 했음ㅋㅋ 일부러는 아니지만 원작과 비슷한 느낌은 있을 지도 모르겠다
뎡배에 이런 거 올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리뷰북 동의.
리뷰북 수록... 이런 망상잡담성 팬픽?이라 리뷰북에 맞는 지 좀 고민이나...
수록이 된다면 광영이옵니다..
좀 괴팍하긴 했어도 위대한 임금이었다.
분명히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찬바람 하얀 눈발이 휘날리는 듯한 어느날 밤 쓰러지더니, 옛날옛적 누군가처럼 잠깐 좋아지는 듯 하다 결국 다시 일어나지 못 했다.
왕의 유품들을 정리하며 경희는 대전 배갯맡에 놓인 시경을 집어 들었다. 언젠가부터 늘 그 자리에 있던 책이었다.
대강 짐작은 되었다. 하여간 아닌 것 같으면서도 두 분 모두 의뭉스러운 이들이었다. 슬쩍, 다른 시경을 갖고 와서 바꿔치기를 했다. 대역죄라면 대역죄지만, 상선의 곁눈질에도 경희의 낯빛은 평온하니 개의치 않았다.
시경은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손이 많이 탄 상태였다. 유독 손때가 묻은 부분들이 보였다.
많은 이들의 비통한 울음에도 왕의 마지막 얼굴은 어쩐지 웃고 있었다고 했다. 웃는 모습이라고는 정 아무개에게 술을 퍼먹이고 연못에 유배보내던 그런 때 말고는 없던 분이 묘하게 미소짓는 얼굴이라 신기해하면서도 더더욱 슬퍼하였다고 하였다.
"하...."
제조상궁이면서 불경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이래서야 가 보면 복연이만 있는 거 아냐?"
세책점 가까이 집을 짓고, 다같이 밤새도록 군밤 까먹으면서 연애소설이나 읽자고 약속했었는데,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영희 이 계집아이는 자기 서방이랑 알콩달콩 지내느라 곁문으로나 한번씩 왔다갔다 할 것만 같고, 지가 제일 오래 살겠다고 했는데 미안하다며 먼저 가버린 복연이는 군밤불을 떼면서 춘화나 보고 있을 듯 하고, 자가는...
덕임이는.... 그 남자와 함께 있을 게 뻔하다.
처음부터 배신 때릴 줄 알았다. 왕을 믿지 말라는 말을 듣는 얼굴이 영 아니었다.
영특하신 임금은 그걸 눈치도 못 채고 계속 긴가민가했던 모양인데, 떠나시기 얼마 전에 버럭하는 모습이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그래, 내가 갈 때까지 같이 잘들 계셔요. 조금만 더 있다 갈게."
경희의 스승들은 왕을 믿지 말라고 하였다. 역당의 무리로 죽었지만, 그 가르침만은 불탄 자국이 있는 용포와 함께 몰래 간직했다.
아름답게 시들어 가는 동무를 보면서 이를 갈았더랬다.
시경을 옛 동궁 안에 있던 상자에 넣고, 경희는 일어났다. 언젠가 이 전각의 새로운 주인도 생길 터이니, 이제 이 상자는 앞으로 다른 곳에 두어야겠다.
경희는 끝까지 왕은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동무의 서방은 믿어보기로 했다. 그 망할 별감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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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에게 감정이입해서 끄적여 본 잡담글. 원작 외전 아님. 원작 여러번 읽긴 했음ㅋㅋ 일부러는 아니지만 원작과 비슷한 느낌은 있을 지도 모르겠다
뎡배에 이런 거 올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리뷰북 동의.
리뷰북 수록... 이런 망상잡담성 팬픽?이라 리뷰북에 맞는 지 좀 고민이나...
수록이 된다면 광영이옵니다..